세계는 왜 광둥 요리에 열광하나?

[김윤태의 중국은 하나?] 광둥 요리의 세계화와 화교

식재광주(食在廣州)

"생거진천(生居鎭川), 사거용인(死居龍仁)"이란 말이 있다. 충청북도 진천은 물산이 풍부하여 사람이 살기에 적당하고, 용인은 산세가 수려하고 풍수가 좋아 죽어 묻히기에 적당하다는 말이다.

중국에도 이와 유사한 말이 있다. "생재소주(生在蘇州), 천재항주(穿在杭州), 식재광주(食在廣州), 사재류주(死在柳州)"란 말이 그것이다. 경치가 좋고 물산이 풍부한 쑤저우에서 태어나, 미인 많고 비단이 많이 나는 항저우, 먹을 것이 풍부한 광저우에서 호의호식하다가, 죽어서는 류저우에서 나는 질 좋은 관에 묻히는 것이 대장부 최고의 삶이라는 이야기다. 삶의 여정 중에 먹을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식재광주(食在廣州), 먹을 것은 단연 광저우가 으뜸이란 말이다.

사실상 광둥 요리를 중국의 으뜸 요리로 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으뜸을 거론한다면 예로부터 쓰촨(사천) 요리를 최고로 삼았고, 소위 중국의 4대 요리는 어느 요리를 막론하고 각각 독특한 특색과 명성을 갖추고 있어 실제로 그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위에차이(粤菜)라고 불리는 광둥 음식은 육해공을 막론하고 살아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재료가 된다고 할 정도로 다채롭고 독특하다. 물론 이렇게 다채롭고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세상의 호평을 독차지 한 것도 사실이다. 광둥 성은 기후가 온난하고 바다에 연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영남의 젖줄 주강(珠江) 삼각주를 끼고 있어 수산 자원을 비롯한 물산이 매우 풍부한 지역이다. 영남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서 손색이 없는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풍부한 수산물과 농산, 축산물을 재료로 해서 만들어지는 광둥 요리는 그 종류가 5000 가지를 넘어서며 딤섬 요리만 하더라도 800여 가지나 된다. 닭고기를 사용하는 요리만 해도 200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그 다채로움은 가히 놀라운 수준이다. 오죽하면 "하늘을 나는 것으로는 비행기만 빼고 안 먹는 것이 없고, 네발 달린 것으로는 책걸상만 빼고 안 먹는 것이 없다"는 말로 중국인의 식도락과 요리의 다양성을 비유하겠는가.

지리적 위치와 화교의 역할로 세계에 입소문 나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광둥 요리가 중국의 으뜸 요리로 자리매김 했다고 하기는 어쩐지 충분하지 않다. 음식의 특색이야 다른 지역의 음식도 나름대로 다 갖추고 있는 것이니 그것으로 우열을 가를 수는 없다. 오히려 그보다는 지리적 위치의 영향이 광둥 요리를 중국의 으뜸 요리로 만들었을 것이란 판단이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광둥은 일찍부터 서양과의 교류 중심지였다. 몇 안 되는 대외 개방 항구였기 때문에 서양의 각지에서 온 여행객과 상인들이 운집하게 되었고, 이것이 광둥의 음식 문화를 더욱 풍부하고 다채롭게 만들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광둥이 화교의 고장이라는 점이다. 광둥 출신 화교가 전체 화교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광둥은 많은 화교들이 배출된 지역이다. 이렇게 배출된 화교들이 본 고장요리를 세계 곳곳에 소개한 것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중국 요리는 대부분 광둥 요리이다. 이런 연유로 세계의 사람들은 광둥의 요리가 곧 중국 요리라고 알고 있다. 산둥 요리가 한국에서는 곧 중국 요리로 인식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광둥 요리가 중국 요리의 으뜸으로 자리 잡은 것은 중국 요리의 세계화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 대중문화 속에 한류가 대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한 때 그저 휩쓸고 지나가는 유행처럼 가벼이 보았던 한류가 거대한 물결이 되어 동남아는 물론 중국 대륙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가는 곳마다 한국 브랜드의 상품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으며, TV에서는 누구나 욕심내는 황금 시간대에 한국 드라마가 방영된다.

'아빠 어디가?'의 중국판은 중국 최고의 광고 수익을 자랑하고 있다. 치킨과 맥주를 뜻하는 합성어 '치맥'이 유행이 되어 들불처럼 번지는 것도, 화장품을 비롯한 한국 상품들이 삽시간에 중국의 유행상품이 되는 것도 모두 한국의 유명 드라마에 이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한류를 지속적으로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대장금>은 분명 한류의 원조 격이다. <대장금>을 통해 한국 음식은 중국과 세계에 보다 널리 알려졌고 이전보다 훨씬 세계인과 가까워졌다. 김치를 맛보며 "원더풀!"을 외치는 외국인을 보는 것도 이제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한국의 요리 전문가들도 한국 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전통의 맛과 품위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서부터 다양한 음식의 발굴과 세계인의 입맛을 고려한 음식의 개발까지, 한국 음식의 세계화는 다각도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비단 음식만이 아니다, 가전기기, IT 제품, 패션 의류, 잡화, 문화 콘텐츠, 게임 등 한국 상품의 세계화는 전에 없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한류의 재생산에 드라마는 분명 최고의 동력일 것이다. 드라마의 파괴력은 이미 세계 도처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해외 곳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국인 또한 이에 못지않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드라마를 동력이라고 한다면 재외 동포는 이 동력을 사용하는 기관차다. 한국 상품을 직접 세계 곳곳에 접목시키는 매개이기 때문이다.

광둥 요리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린 것이 2000만 명에 달하는 광둥 출신 화교인 것처럼, 한국 요리와 한국 상품을 세계에 알리는 기관차 역시 700만 재외 동포이다. 한국 음식의 세계화, 한류의 지속적 재생산에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재외 동포에 대한 국민적 기대 또한 결코 작지 않다.

이제 민간 외교, 공공 외교의 시대다. 공공 외교의 중요한 축으로서 재외 동포 사회의 지속적 발전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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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태

동덕여자대학교 중어중국학과에서 중국 사회를 강의하고 있다. 외교부 재외동포정책 실무위원이며, 동덕여대 한중미래연구소에서 수행하는 재중한인연구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국립대만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중국 사회에 관한 다양한 이슈뿐만 아니라 조선족 및 재중 한국인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재중 한국인 사회 조사 연구>, <臺灣社會學想像>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 연구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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