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당내 갈등 상황에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제안한 '혁신 전당 대회'를 거부하고, 자신이 제안한 '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 지도 체제에도 더 이상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 대신 문 대표는 자신을 중심으로 한 현 지도부 체제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안 전 대표가 제안한 당 혁신 작업도 대표인 자신이 책임지고 해나가겠다고도 했다.
문 대표는 3일 오후 기자 회견을 열고 "전당 대회는 해법이 안 된다"며 "(안 전 대표의) 제안 취지와 달리 총선을 앞둔 사생결단·분열의 전당 대회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간 공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는 안 전 대표가 지난달 29일 제안한 '혁신 전당 대회' 제안에 부정적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문 대표는 "물리적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당권 경쟁으로 날을 샐 수는 없다"며 "총선 승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에 당 내 분열만 계속하는 것은 국민과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당대회는 당 외부 세력과 통합하기 위한 '통합 전대'의 경우에만 의미가 있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이 제안한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를 안 전 대표가 거부한 데 대해 그는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상식적인 일이 왜 안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비판하면서 "이제 더 이상 안 되는 일에 매달려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않고 총선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강행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그는 "저의 생각은 변함없으므로 앞으로도 문을 열어둘 것"이라고 다소의 여운을 남겨두는 한편, "당의 혁신과 단합을 위한 모든 분들의 의견에 귀를 열겠다"고도 했다. 통합선대위 구성이나 비대위 체제 수립 등 당 내 중진 의원들로부터 나오고 있는 방안을 간접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문-안-박 연대' 제안 자체가 현재의 문재인 대표 체제에 대한 비주류의 반발을 잠재울 카드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제 이런 카드 없이 당 내의 반발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지금까지 제가 듣고 있는 여론들은 '문-안-박 협력 체제가 바람직하긴 하지만 그게 안 되면 이제는 대표가 책임지고 가야 한다. 이 중요한 시기에 당을 무력하게 둬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문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총선 준비와 당 혁신 작업을 모두 자신을 중심으로 한 현 지도부의 책임 하에 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는"빠른 시일 내 총선기획단, 총선 정책 공약 준비단, 호남특위, 인재영입위, 선대위 등을 순차적으로 구성해 총선 체제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총선 전에 당 내 단합과 야권 통합을 통해 여야 1대1 구도를 만드는데도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그 동안 시간 허비가 있었던 만큼 발빠른 행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또 "(김상곤) 혁신위가 만든 혁신안, 안 전 대표가 제안한 혁신, 또 우리당에 필요한 더 근본적인 혁신들을 제 책임으로 해 나가겠다"면서 "안 전 대표가 제안한 혁신 방안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 만큼 '힘을 합쳐 해 나가자'고 (문-안-박 연대를) 제안했던 것이지만, 이제 당 대표인 제가 제 책임으로 해 나가겠다"고 했다.
현 지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비주류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그는 "그렇게 예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비주류 일부의 탈당 가능성이 있다는 질문에도 그는 "현실적으로 일아니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당을 흔들고 해치는 일들도 그냥 넘기지 않겠다"며 "당의 화합을 위해 용인해야 할 경계를 분명히 하고, 그 경계를 넘는 일에 대해서는 정면 대응해 당의 기강을 세우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安 "文 이목 가로막고 호가호위하는 사람 있다" vs. 文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문 대표는 이날 안 전 대표가 트위터를 통해 혁신 전당 대회를 주장을 계속하면서 자신의 측근들을 비난한 데 대해 "안 전 대표 말씀은 제가 잘 모르겠다"고 일축하면서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무슨 뜻인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겠다"고 했다.
앞서 안 전 대표는 이날 오전 "문 대표 주위에서 대표의 눈과 귀를 막고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혁신의 대상들이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 혁신 전당 대회를 분열이나 대결이라며 피하려고 하는 것은 혁신 전당 대회가 가져올 변화의 바람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문 대표의 기자 회견 이후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당의 앞길이 걱정"이라며 "당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우려된다"고 문 대표를 거듭 비판했다. 비주류인 주승용 최고위원도 문 대표 회견에 대해 "당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더 이상 할 말도 없다"는 입장을 발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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