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눈물 "삶 터전 뺏긴 것도 서러운데…"

[현장] 홍익대 인근 치킨집 주인, 쫓겨나기 일보 직전

이순애(62) 씨는 평생 장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여 년 전에는 충무로에서 고깃집을 운영했고 이후 고려대 앞에서 '이화주막'이라는 술집을 7년 넘게 운영했다. 고대 앞에서 '이화주막'을 운영할 때는 대학가 앞인지라 학생들이 주 단골들이었다. 서비스 안주도 많이 주면서 하나둘씩 단골을 늘려갔다. 당시 이 씨 술집을 모르는 고대생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점차 고대도 상권이 커지면서 건물주가 욕심을 부렸다. 월세를 높여달라는 것. 아무리 생각해봐도 높아진 월세를 맞추자니 답이 없었다. 결국, 가게를 내놓았다. 달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밥은 먹고 살아야 했다. 홍익대 인근에서 치킨집을 열기로 했다. 홍대 중심 상권이 아닌 외곽에 가게를 차렸다. 권리금과 인테리어비용을 포함해 2억 원이 들었다. 하나 있는 집으로 담보대출을 받았다.

▲ 가게 준비를 하고 있는 이 씨. 강제집행을 당했으나 이 씨는 다시 집기를 들여와서 가게를 운영하겠다는 입장이다. ⓒ프레시안(허환주)

건물주 "열흘 안에 가게 비워라"

초반에는 장사가 안 됐다. 하지만 점차 단골손님도 생기면서 안착이 됐다. 그 사이 주변에 대형쇼핑몰이 생기고 경전철이 들어섰다. 점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자연히 장사도 날로 번창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있다고 했던가. 어느 날 건물주가 김 씨를 불렀다. 계약기간이 3개월 남았을 때였다. 열흘 이내로 가게를 비우고 나가 달라고 요구했다. 보상금으로 1억5000만 원을 주겠다고 했다.

갑자기 열흘 안에 가게를 비워달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여기서 나가면 어디로 가야 할지도 고민해보지 않았다. 어렵게 터를 닦아놓은 이곳을 버리고 새 터전을 찾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장 열흘 안에 새 가게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가게는 권리금이 4~5억 원 정도로 책정돼 있었다.

하지만 건물주는 무조건 비워 달라고 요구했다. 김 씨는 건물주가 자기를 몰아낸 뒤, 자신이 이 가게를 운영하려는 게 아닌가 싶었다. 실제 김 씨 옆 가게의 경우, 건물주가 계약기간이 남은 세입자를 쫓아낸 뒤, 자기 아들이 가게를 운영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건물주는 권리금을 세입자에게 주지 않아도 된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기 전의 일이다.

지금의 시세로는 1억5000만 원의 보상금으로는 어디에서도 가게문을 열수 없었다.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이후 지난한 법적 소송이 이어졌다. 건물주가 이 씨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청구했다.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것도 서러운데…"

법원은 삼통치킨의 임대 계약은 2014년 계약이 종료됐다는 이유로 건물주 손을 들어줬다. 결국, 지난 17일 오전 8시께 법원 집행관과 용역 직원 29명 등이 강제 명도집행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이 씨가 남성 용역에게 맞아 넘어졌다. 이 씨는 자신의 가게에서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기습적으로 들이닥친 집행관과 용역 직원들이 냉장고, 튀김기 등 상점에 있던 집기를 탑차에 싣고 출발하려 하자 이 씨는 차량 아래로 들어가 이를 저지하기도 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상인까지 몰려들어 집행관과 용역 직원 등과 뒤엉키면서 차량은 출발하지 못했고, 이후 이 씨는 홀로 상점에 들어갔다가 이 같은 변을 당했다.

이 씨는 이 때문에 머리가 붓고, 무릎, 팔꿈치 등에 타박상을 입었다. 이 씨는 "건물주는 법대로만 한다며 수없이 대화를 요청했으나 거부하고 있다"며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것만으로도 서러운데, 용역에게까지 폭력을 당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프레시안(허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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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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