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즐(KIN), 입시즐, 이제 보충 야자는 그만"
올해도 어김없이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12일 오전 11시, 수험생이라면 한창 수능 시험 문제를 풀고 있을 이 시간, 고3 청소년 네 명은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거부 선언'을 했다. 이들은 '수능 대박' 응원가가 아닌 '수능 거부 대박' 응원가를 들으며 회견장에 입장했다.
"저는 입시만을 위해 살아가는 기계가 아닙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유예해도 되는 사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미래 말고 지금 당장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고3' 김한률 씨도 "누군가가 죽어야만 끝이 나는, 누군가의 등을 떠밀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이 미친 치킨 게임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는 "너무 늦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이미 누군가의 등을 떠밀어버린 후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서, 남아있는 우리들의 생존을 간절히 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능 거부자 양지혜 씨는 "나는 앞으로도 이 사회에서 거부당하는 자리에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나는 거부당하는 위치에서 이 사회의 학벌에 의한 부조리를 거부하며, 모두가 탈락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를 꿈꿀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회견에는 지난해 수능 거부자인 라일락 씨가 참석해, 올해 수능‧대학거부자들을 격려했다. 그는 "한편으론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주변에선 대학도 안 가서 뭐할 거냐는 얘기를 한다"면서, "그러나 저는 수능을 보지 않고 대학 가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학벌로 평가하는 이 사회는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현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투명가방끈 모임)' 활동가는 "정부가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며 교육부 전담팀을 꾸리고 수십 억의 예산을 책정했다"며 "만일 그 예산으로 많은 학생들이 힘겨워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입시 경쟁 교육 현실부터 바꿨다면 많은 게 바뀌지 않을까"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목소리야말로 청와대와 국회가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라고 했다.
이날 수능‧대학 거부 선언은 '투명가방끈 모임'이 주최한 것으로, 2011년, 2013년, 2014년에 이어 올해까지 네 해째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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