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낸 장관 두고 청와대 "개각 없다"

정종섭 장관 모양새 우스워져…'진실한 친박' 가려내기?

청와대가 당분간 개각이 없을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지난 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의를 밝힌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모양새가 우스워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14일부터 열흘 간 해외 순방에 나설 계획이라, 정 장관의 후임은 이르면 순방 이후, 늦으면 예산안 및 쟁점 법안 처리가 끝나는 시점에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교체설이 돌던 황우여 교육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희정 여성부 장관은 당분간 직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총선 전 공직자 사퇴 시점인 내년 1월 13일까지 직을 내려놓고 선거구로 달려가야 할 정치인 출신 장관, 혹은 출마를 원하는 장관에게는 날벼락같은 소식인 셈이다.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은 12일 브리핑을 통해 "인사 개편을 당분간 하지 않겠다"며 "현실적으로도 생각해보면 사표 (제출) 의사를 밝힌 장관은 한 분이다. 그분 후임자를 선택하는 작업은 현재 진행중이고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이어 "(개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나머지 장관들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후임이 결정된 바가 없다. 그런 면에서 당분간 개각은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지금까지 "개각을 시점을 예고한 적이 없다"라거나 "결정이 날 때까지는 개각 시기를 알 수 없다"고 설명해 왔던 데 비춰보면 "당분간 개각은 없다"는 말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특히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사표를 낸 정종섭 장관을 직접 거론한 후 당분간 인사 조치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정 장관의 입장을 난처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은 "당분간 개각이 없다는 말의 방점은 (국정 동력을) 인사개편에 관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시급한 민생 관련 법안들, 노동 관련 법안들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키겠다는 것에 초점을 다 모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김 수석은 "청와대가 '언제 인사가 있다. 언제 인사가 없다'고 말씀드린 적이 없다. 그런데 쏟아지는 (추측성) 기사들이 걱정스러운 것이 (있다)"며 "19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고 대통령께서 굉장히 강조한 노동관련 5개 법안, 경제활성화 4개 법안 한중FTA 등 비준안들이 있다. 그런 것들이 이번 국회에서 처리가 됐으면 하는 것이 참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수석은 "대통령이 (전문가들을 인용해) 언급한 바에 따르면 경제 4법만 통과되도 8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그래서 그 법들이 통과돼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이고 현재 국정 운영의 모든 초점은 거기에 모여있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이어 "그러나 인사 관련 추측 보도들이 나오면서 혼란이랄까 이런 것들이 일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인사 관련해서 저희가 미리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 수석은 '언제까지 개각을 미룰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은 상상할 수 있다. 후임자 논의가 결정된다든지, 국정 현안이 잘 마무리된다든지, 다 고려하면 그 때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최소한 순방을 끝내기 전까지, 최대한 정기국회가 끝나는 시점까지 개각이 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는 '마음이 콩 밭에 가 있는' 장관들에게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진박(진실한 친박)' 가려내기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확실한 것은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법안이나 예산안들을 '식물 장관'들에 맡겨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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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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