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객원 보컬과 함께 돌아온 '디스클로저'

[화제의 음반] Disclosure/New Order

디스클로저 [Caracal] 7.5/10

영국 전자 음악 듀오 디스클로저(Disclosure)는 이제 기대를 배반하는 존재로 보인다. 놀라운 성공을 거둬 이들을 페스티벌 대스타로 만들었던 데뷔 앨범 [세틀(Settle)]은 최신 전자 음악 유행에 휩쓸리지 않은 하우스풍 디스코였다.

신작 [카라칼(Caracal)]은 전작에 대한 기대감을 배신한다. 간단히 말해 댄스 팝 앨범이다. 주류 댄스 팝의 모든 기운을 빌려다 쓰는 건 물론, 솔, 재즈, 아르앤비의 영역을 넘나드는 곡으로 채워져 있다.

▲디스클로저 [Caracal]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앨범의 지향점에 걸맞게 화려하다는 말로도 표현이 부족해 보이는 객원 보컬진이 입을 벌리게 만든다. 듀오는 위켄드(The Weeknd), 샘 스미스, 로드, 미겔 등 잘나가는 보컬은 물론, 그래미를 수상한 재즈 보컬리스트 그레고리 포터까지 댄스 파티장의 한가운데로 모셔왔다.

곡들은 보컬리스트의 아우라에 걸맞게 조정되었다. '오멘(Omen)'은 샘 스미스의 미성과 어울리는 성공적인 팝 넘버이고 '윌링 앤드 에이블(Willing & Able)'은 피비아르앤비 스타일의 곡이다. 궁금했던 그레고리 포터와의 합작품 '홀딩 온(Holding on)'은 오히려 데뷔 앨범의 스타일에 가깝다.

앨범을 듣고 나면 클럽 사운드에 주류 흑인 음악이 성공적으로 안착된 스타일로 인식된다. 전작보다 훨씬 라디오 친화적인 사운드가 넘실거림에도, 그 변화가 결코 아쉽지 않다. 듀오는 기대 이상의 작품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착실히 대중음악 주류의 장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뉴 오더 [Music Complete] 7/10

조이 디비전(Joy Division)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짧은 기간 그들이 뿌린 극도로 어두운 정서는 잘 조작된 음악 비즈니스와 주류 대중 예술에 대한 총체적 저항이라는 양 갈래 비평의 계곡에 빠질 뻔했던 펑크(punk)를 포스트모던의 탐미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보컬 이언 커티스의 자살로 밴드가 신화화된 후 잔해에서 출발한 뉴 오더(New Order)는 펑크의 종언의 장에서 벗어나 신스 팝의 미개척지를 일궈나갔다.

딱 10년 만에 발표한 이들의 9번째 앨범 [뮤직 컴플리트(Music Complete)]는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밴드의 후기 작품인) 전작들에서 보인 과장된 현재로의 탑승 기대감은 들지 않는다. 2001년 함께 했던 길리언 길버트가 정식 키보디스트로 합류했다는 점이 변화라면 변화의 전부다. 앨범 초반부의 '레스틀러스(Restless)', '싱귤래러티(Singularity)'는 조이 디비전 시절의 고딕 팝에 가깝다. 의기소침한 무드를 베이스가 받쳐주고, 키보드가 댄서블한 기운으로 균형을 잡아준다.

▲뉴 오더 [Music Complete] ⓒMute
'플라스틱(Plastic)'부터는 뉴 오더의 황금기 시절, 곧 [무브먼트(Movement)]부터 [테크닉(Technique)]에 이르는 시절 빈티지 신스 팝의 기운이 물씬 풍긴다. 부분적으로는 '배니싱 포인트(Vanishing Point)'를 떠오르게 하는 'Plastic'에서 버나드 섬너의 보컬은 '뉴 오더 시절'의 시니컬한 목소리로 돌아왔다. 매드체스터(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맨체스터에서 활동한 여러 밴드의 사운드 스타일을 지칭하는 말. 인디 록과 사이키델릭, 댄스를 뒤섞은 스타일을 통칭)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피플 온 더 하이 라인(People on the High Line)'이나 전형적인 초기 뉴 오더 스타일 트랙인 '너싱 벗 어 풀(Nothing but a Fool)' 등이 모두 매력적이다.

전반적으로 앨범은 앨범 이름에 어울리게 30년 넘게 활동한 노장 밴드의 과거를 모두 훑어간다. 케미컬 브러더스(Chemical Brothers)의 톰 로울랜즈가 프로듀싱에 참여해 밴드의 과거를 보다 안정적으로 조명하는 데 일조했다. 노장에게 갖기 마련인 과거 영광으로의 여행에 만족감을 주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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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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