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녀 집 무단침입한 싸이 측, 법대로 하는 건가?

[기자의 눈] 싸이와 카페 드로잉, 누가 법을 어기나

가수 싸이 측과 카페 '테이크아웃드로잉' 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원의 강제집행 명령, 그리고 정지처분이 반복되고 있다. 이미 세 차례 강제집행이 진행됐다가 중단됐다. 법적 소송도 10여 건에 달한다. 명도소송부터, 명예훼손까지 다양하다. 분쟁이 장기화하는 이유다.

많은 언론이 이번 사태를 두고 '을의 횡포'라고 칭한다. 세입자인 카페 '드로잉' 측이 막무가내식으로 버티면서 문제를 장기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물주 싸이가 연예인이라 피해를 보고 있다며 '동정론'이 일고 있다.

세입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해주지 못하는 '임대차보호법', 그리고 지역에서 문화를 일군 예술인들이 높아진 임대료와 건물주의 횡포로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은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다. 카페 '드로잉'은 그간 한남동에서 문화예술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왔지만 건물주가 바뀌면서 길거리로 쫓겨날 상황에 처했다. (관련기사 ☞ : 건물주 '갑질', 가수 싸이만의 문제일까)

'젠트리피케이션'을 카페 '드로잉'에 적용하면 '건물주 피해는 누가 보상하느냐', '수십억을 쏟아 부은 건물주는 무슨 잘못이냐' 등의 비난이 쏟아진다. '법은 지켜야 한다'는 게 주요 근거다.

▲ 지난 9월 강제집행이 중단된 이후 '드로잉' 카페 앞에 맘상모 회원들이 붙인 피켓들. ⓒ프레시안(허환주)

누가 법을 지키고 있지 않은가

그런 주장을 하는 이들이 한 번 짚어봤으면 하는 지점이 있어 이 글을 쓴다. 과연 누가 법을 지키지 않고 있는가.

지난 8월 13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내려진 건물 인도청구 관련 1심 판결을 두고 언론들은 '싸이가 승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카페 '드로잉' 측은 법을 어기고 있는 셈이다. '드로잉' 측을 두고 '을의 횡포'라고 주장하는 주요 근거다.

하지만 재판 결정문을 보면 되레 싸이 측에서 패소했다고 보는 게 옳다. 재판부는 '드로잉' 측 운영진 3명 중 2명에게 나갈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나머지 한 명인 송모 씨에 대해서만 세입자임을 증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당이익금을 내라고 판결했다. 현재 이 재판은 '드로잉' 측과 싸이 측 모두 항소한 상태다. 그런데도 대다수 언론에서는 싸이 측 주장만으로 '싸이가 승소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관련기사 : "싸이, 승소한 거면 왜 소송비용 부담하나?")

법적으로 따져도 '드로잉' 측이 나갈 이유가 없다. 더구나 법원은 강제집행 정지 처분을 내렸다. 싸이 측이 더는 '드로잉' 카페를 강제집행할 법적 근거도 없어진 셈이다. 하지만 싸이 측은 이를 인지하고도 무리하게 강제집행을 진행했다. 공탁금을 걸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드로잉' 측에서 공탁금을 낸 뒤에야 강제집행은 중단됐다. 누가 법을 어기고 있는 걸까.

여기가 끝이 아니다. 지난 8일, 싸이 측은 '드로잉' 측 세입자 중 한 명의 자택을 무단침입하기도 했다. 세입자 송모 씨가 집을 비운 사이, 법원 집행관과 함께 도어키를 뜯고 집으로 들어와 세탁기, TV 등에 가압류 전표를 붙였다. 부당이익금을 내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9월 24일 법원에서는 송 씨의 부당이익금 관련, 항소심 판결 선고까지 강제집행 결정을 정지한다고 선고한 바 있다. 이는 10월 1일 가수 싸이 본인과 싸이 배우자에게 통보됐고 5일에는 싸이 측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중정에도 통보됐다. 그런데도 이를 무시하고 강제집행을 단행한 것이다. 누가 법을 어기고 있는 걸까.

불법 강제집행 뒤, 합의하자?

주목할 점은 그 이후다. '드로잉' 측은 '불법' 강제집행이 진행된 지 1시간도 안 돼 싸이 측으로부터 '합의하자'는 연락을 받았다. 지난 5월, 양현석 YG 대표와 논의한 합의안을 그대로 이행하자는 게 골자였다. (관련기사 : "우리가 싸이에게 돈 뜯으려 했다고요?")
강제집행을 빙자한 무단침입 이후, 곧바로 합의하자는 싸이 측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여성 혼자 사는 집이라는 점은 차지하더라도, 이는 겁박 뒤 회유하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법의 문제를 넘어 양심의 문제다.

'드로잉' 측은 13일 주거침입 및 공무원 집권남용 등으로 가수 싸이와 싸이 측 변호사, 그리고 법원 집행관을 형사고소했다. 강제집행을 진행한 법원 집행관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애서 "강제집행이 정지된 사실을 몰랐다"면서도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드로잉 운영진 최지안 씨는 "싸이 측이 법을 어기면서 되레 우리가 법을 어긴다고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며 "더구나 겁주는 식으로 불법 강제집행을 한 뒤, 곧바로 합의하자고 하는 게 '싸이'의 본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씨는 "지금의 모든 일은 싸이 측 변호사가 한 것이지만, 싸이가 이를 모를 리 없다고 생각한다"며 "결국 이 모든 책임은 싸이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법대로 한다면 카페 '드로잉' 측은 나갈 아무런 이유가 없다. 법원에서도 나갈 필요가 없다고 판결 내렸고, 강제집행도 항소심 때까지 정지 결정이 내려졌다. 되레 싸이 측이 무단으로 세입자 집에 침입해 강제집행을 벌이고 있다. 누가 법을 어기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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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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