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서청원, 공개 설전…'우선 추천'이 뭐길래

'우선 추천', 전략공천인 듯 전략공천 아닌…김무성, 출구전략?

새누리당 내에서 일고 있는 '공천 룰' 다툼이 현행 새누리당 당헌·당규에 명시된 '우선 추천 지역'은 수용할 수 있다고 김무성 대표가 밝힘으로써 새 국면을 맞았다.

친박계 등 여권 일각에서 '내가 있는 한 전략 공천은 없다'는 김 대표의 일성에 강력 반발하자, 김 대표가 '우선 추천 지역 수용'이란 일종의 출구 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와 비박계 일부에선 '우선 추천 지역 수용이 곧 전략 공천을 일부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나섰지만, 그럼에도 결국은 '김 대표가 또 한 발 물러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으로 구성될 당내 '국민공천 실현을 위한 특별위원회'에서 이 우선 추천 지역 제도를 구체화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때 양측이 또다시 부딪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 제도를 청와대 및 친박계의 이해와 맞닿은 전략 공천의 성격으로 구체화할지, 김 대표 측의 설명대로 호남 등 일부 신청 후보자 경쟁력 약세 지역과 여성·소수자 공천을 위해서만 제한적으로 활용할지를 두고 당내 갈등이 계속 빚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또 우선 추천 지역을 제외한 대다수의 지역에서 현행대로 국민 50%, 당원 50%를 비율로 한 경선을 거칠 것인지, 아니면 이 비율을 조정할 것인지를 두고도 양측의 갈등이 빚어질 전망이다.

우선 추천 지역 제도…전략공천인 듯 전략공천 아닌 전략공천 같은

김 대표가 <중앙일보>와 4일 한 단독 전화 인터뷰에서 밝힌 '우선 추천 지역' 제도는, 지난해 2월 25일 당 전국위원회에서 새누리당 당헌이 개정되며 추가된 새 공천 제도다.

개정된 당헌 103조에 따라 새누리당은 △여성·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 추천 지역 △공모 신청 후보자가 없거나 신청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한 지역 등에 한해 우선 추천 지역으로 선정할 수 있게 됐다.

지역별 공직후보자 선출시 당원 50%, 일반 유권자 50%의 경선을 거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정치적 약자와 경쟁력이 낮은 후보에 한해서만 당이 공천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이다.

이 안이 전국위를 통과했던 당시에도, 사실상의 '전략공천 유지'란 지적이 나왔었다. (☞ 관련 기사 : '상향식 공천' 한다던 새누리당, '뒷문 열기' 꼼수)

애초엔 정치적 약자에 대한 우선 추천만 허용하는 안이 논의되다가, 전국위원회가 열리기 전날 지도부 회의인 당 최고위원회에서 논란 끝에 '현저히 경쟁력이 약한 경우'가 급거 추가면서다.

실제로 당시 전국위에서도 '현저히 경쟁력이 낮은 경우'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전개됐었다.

현행 당헌만 보면 우선 추천 제도를 전략공천화(化) 할 여지는 상당히 커 보인다. 당헌 103조에도 '등에 한해'라는 표현이 있어, 정치적 소수자 및 신청 후보자의 경쟁력이 낮지 않은 경우에도 당이 공천을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놨다.

'경쟁력이 약하다' 또한 당 지도부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지점이다.

경쟁력의 지표로 당시 새누리당 전국위는 '여론조사 등을 참조한다'는 내용을 막판에 포함해 가결하긴 했으나, 이 역시 '등을 참조한다'고 해 여론조사 외의 다른 기준도 우선 공천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김무성 "전략공천 없애려 우선 추천 만든 것"

실제로 '김 대표가 처음에는 100% 오픈프라이머리에서 안심번호를 활용한 전화 여론조사 공천으로, 그 다음엔 우선 추천지역 제도 인정을 통한 사실상의 전략공천 일부 수용으로 후퇴한 것 아니냐'는 해석 및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비박계 중진인 정병국 의원은 이날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와 한 인터뷰에서 "당론대로 할 것 같으면 지금까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여러 차례 회의를 통해 오픈프라이머리, 석패율제라는 제도를 만들고 여기까지 왔느냐"고 반문했다.

정 의원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당헌·당규는 상향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예외 조항 때문에 공천을 사천으로 했던 것"이라면서 "만약에 (김 대표가) 그렇게 받아들였다고 한다면 김 대표가 책임지셔야 한다고 본다"는 말도 덧붙였다.

일의 진행 방향에 따라, 김 대표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김 대표와 주변 인사들은 '전략공천 수용이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을 만나 "전략공천을 없애기 위해 (지난해) 당헌·당규를 개정한 것"이라고 말했고, 김학용 대표 비서실장 또한 "새누리당은 이미 전략공천이란 제도를 폐지했다. 우선 추천 지역은 아주 특수한 경우에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비서실장은 "전략공천은 없다, 공천권을 특정한 권력자들이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두 원칙은 분명히 살아 있고 흔들림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김 대표 측은 이에 따라 우선 추천지역이 친박계 및 청와대의 전략공천 예상지로 꼽히는 TK(대구경북)나 강남 지역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못 박고도 있다.

김 비서실장은 "거기는 다 경쟁력이 있는 분들이다. (공천 후보자의) 여론조사를 해서 지지율이 3.5% 이렇게 나오지 않는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그런 일(전략공천)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와 가까운 김영우 당 대변인은 또 기자들을 만나 우선 추천 지역으로는 "호남이 주로 해당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태 "'당원 50·국민 50' 비율, 상향식에 맞게 고쳐야"

이 같은 우선 추천 지역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현재 당원 50%·국민 50% 비율로 구성된 공천 기준도 '상향식'이란 취지에 걸맞게 재조정할 가능성도 김 대표 측은 내비치고 있다.

김 대표의 측근인 김성태 의원은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지금 당헌·당규에 50%로 돼 있는 국민참여 부분을 당연히 늘려야 한다"면서 "앞으로 공천 특별기구에서 국민 참여 폭을 대폭 넓혀놓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린다고 했는데, 기존 당규 5대 5를 유지할 것 같으면 굳이 그런 당론(국민 공천)을 가졌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역시 김 대표의 '100% 오픈프라이머리'란 그간 주장을 기준으로는 정치적 후퇴라는 해석이 가능한 주장이다. 김 대표 측으로선 현행 50대 50보다는 상향식 공천 제도로의 진전이라는 방어적 해석을 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제도' 등에 대해 언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김무성 vs. 서청원 최고위 공개 설전…서청원 "1년 지켜봤다. 사단 벌어질 것"

김 대표 측의 이러한 우선 추천 지역 제도 수용은 '현행 당헌·당규대로 하자'고 외쳐 온 친박계와 맞닿은 부분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친박계의 반발이 'TK와 수도권 일부를 겨냥한 전략공천 일부 유지'로 향해 있는 이상, 갈등의 씨앗은 그대로다.

반발은 아직까진 전면화하지 않았다. 지도부 급 친박계에선 언론을 활용한 김 대표의 일방적인 입장 표명 방식에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는 한편, 소수의 친박 의원들이 "TK나 강남도 우선추천 지역 예외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측면에서 내놓은 수준이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왜 아침 모 일간지 1면 머리기사에서 공천제 얘기를 하셨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당헌·당규에 있는 것을 떡 주무르듯이 할 수 있다는 말 자체가 잘못된 것이고 오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말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떡 주무르듯이'라는 표현은 공천 기준 비율 현행 50(당원) 대 50(국민)을 30대 70과 같이 바꿀 수 있다는 김 대표와 김성태 의원의 발언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서 최고위원은 이어 "1년간 지켜봤다"면서 "저는 개인이 마음대로 하는 당에서는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누가 전략공천할 것처럼 호도하는 것에 대해선 사단이 벌어질 것이다. 국민에게 호도하는 일 없도록 해주길 바란다"고도 말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뒤 이어 "정당의 존재 이유는 공직 후보자 추천에 있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말"이라면서 서 최고위원을 지원했다.

그러면서 "영국 보수당에선 100% 당원 투표로 (공직 후보자를) 결정한다"면서 "미국도 50개 주 가운데 13개가 당원 결정 제도를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 37개주 가운데 19개주가 국민에게 개방하지만 제한적으로 개방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서 최고위원의 이 같은 지적에 회의 말미 '발끈'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 대표는 "그 동안 여러번에 걸쳐 최고위원회 공개·비공개 발언을 구분해달라는 부탁 말씀을 드렸는데 이게 잘 지켜지지 않아서 유감"이라면서 "어제 한 기자 질문에 한 답이 보도된 것까지 제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그러자 서 최고위원은 다시 "저도 한 마디 하겠다"면서 "솔직히 김 대표가 언론플레이를 너무 자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보도가 김 대표의 언론플레이 결과물이란 주장이다.

김 대표가 이에 "그런 이야기 그만하라"고 다시 반발했고, 서 최고위원도 멈추지 않고 "앞으로 조심하라. 그렇게 하면 점점 어려워진다. 자기는 할 말 다 해놓고"라고 하며 분위기가 급랭해졌다. 결국 당 대변인이 서둘러 회의를 비공개 전환하면서야 양측은 설전을 멈췄다.

친박 홍문종 "TK도 우선 추천 지역 예외 아니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한 인터뷰에서 '대구·경북(TK) 지역의 경우 우선추천 해당 지역이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된다, 안 된다 이야기할 상황은 아니다. 우선추천 지역은 어디든지 될 수도, 안 될 수 있는 것"이라며 "어느 지역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도권 지역도 예를 들어 야당에서 아주 센 후보가 나왔을 경우에 저희가 후보가 없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대구 같은 경우에도 꼭 모든 지역에 후보가 다 등록을 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학재 의원은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큰 틀에서는 전략공천이 이제 다 없는 것으로 말씀들을 하고 계신데, 가장 크게는 정말 경쟁력 있고 국민·당원들이 원하는 후보를 뽑아야 하고 그것은 선거의 승리를 위해서 투명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이라며 국민공천제는 '승리'를 위한 수단일 뿐임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전 '국민공천 실현을 위한 특별위원회' 인선안이 최고위에서 논의됐으나 친박계와 비박계 간 이견으로 위원장·위원 인선에 합의하지 못했다.

친박계로부터 위원장 제의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진 김태호 최고위원은 "나는 자숙 모드에 있는 사람"이라면서 제안을 고사했고, 김 대표 측이 밀고 있는 황진하 사무총장 위원장 인선은 친박계에 반발에 부딪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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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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