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 "청와대가 대통령을 계파 수장으로"

친박계 "특별기구에서 전략공천도 논의해야"

이른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도'를 둘러싼 새누리당 내 계파 갈등이, '국민공천제 실현을 위한 특별 기구' 구성 문제로 그 전장을 옮겨가고 있다.

앞서 양당 대표 회동 전 당·청 간 사전 논의 및 찬반 의견 표명이 있었냐 없었냐를 두고 당 김무성 대표와 청와대 현기환 정무수석 사이의 공방이 꼬리에 꼬리를 물듯 벌어졌으나, 두 사람은 1일 오후 늦게 '공방 자제'에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 관련 기사 : "김무성 만난 건 정무수석…그러나 반대했다")

이로써 당·청 간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봉합'이 이루어진 모습이며, 자연스럽게 물밑 신경전이 '다음 과제'와도 같은 특별기구 구성방식과 포함될 인사, 그리고 이 기구에서 논의하게 될 의제의 범위 등으로 이동하게 됐다.

당내에 설치키로 한 이 특별기구는 지난달 30일 열렸던 새누리당 의원총회의 논의 결과다. 지난달 28일 '김무성-문재인' 회동 이후 안심번호 공천제도의 적합성 문제가 떠오르자, 새누리당은 의총을 열고 이 같은 기구 구성을 통한 추가 논의에 의견을 모은 바 있다.

김 대표와 현 정무수석은 1일 한 통화에서도 이 기구를 거론되며 확전 자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김 대표가 현 수석과 통화를 하고 공천 문제는 당내 구성키로 한 특별기구 결정에 따르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원유철 "전략공천 배제 미리 예단하는 것 절대 안 된다"

당장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이 특별기구의 의제 범위다.

논란이 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도를 포함해서 공천 룰(규칙) 논의를 할 것인지, 사실상 이 제도의 전면적 도입은 불가란 청와대 및 친박계의 주장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논의를 시작할 것인지를 두고 당내에서도 해석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최근 친박계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을 만나 "전락공천은 안 된다는 것을 미리 예단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말하며, '내가 있는 한 전략공천은 없다'고 해 온 김 대표와 각을 세웠다.

원 원내대표는 "특별기구에서 백지 상태에서 새누리당의 경쟁력 있는 후보들을 어떻게 선출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면서 "'안심번호 안 된다' '전략공천 안 된다'고 하면 그게 가이드라인 아닌가"라고도 했다.

또 다른 친박계 인사인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또한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략 없이 어떻게 전쟁을 하느냐. (전략공천을) 전략이라고 생각하면 전략이고, 상향식 공천제(가 전략이)라고 생각하면 상향식 공천제"라고 말했다.

김용남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와 한 인터뷰에서 "전략공천은 (당권자의) 자의적 판단 때문에 논란"이 돼 온 것이라면서 "특별기구에서 전략공천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기구 5일 발족될 듯…황진하 "위원장? 최고위원 중에 시키겠지"

이 같은 친박계 의원들의 '전략공천 논의 필요' 일성은 "오픈프라이머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했던 김 대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셈이다. 김 대표는 전날에도 기자들을 만나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린다는 우리 모두의 합의만 지킬 수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 투톱 지도부 중 한 축(원유철 원내대표)부터 '전략공천 논의 가능' 입장을 취함으로써, 향후 구성될 특별기구 의제는 김 대표의 의사와는 달리 그 범위가 대폭 넓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해석이다. 사실상 공천 룰과 관련한 새누리당의 지난 1년여 간 논의(오픈프라이머리)가 백지화된 후 원점 논의되는 것과 같다.

특별기구는 오는 5일께 발족될 예정으로 전해졌다. 다양한 방식이 거론됐으나, 황진하 사무총장은 현재로썬 기존 국민공천제 태스크포스(TF)를 폐지하기보다, 이를 확대 개편하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황 사무총장은 이날 "오늘 중 (특별기구 인선안을) 거의 다 정리해 월요일(5일) 최고위원회의에 올릴 생각"이라면서 "기존 국민공천제추진 TF에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다른 생각이 있다거나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을 추가할 생각으로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리 이렇게 저렇게 (논의) 한다는 지침을 만들거나 가이드라인을 줄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며 특별기구 의제 범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특별기구 위원장을 누가 할 것이냐도 문제다. 공천 관련 당내 기구는 보통 당 사무총장이 총책을 맡곤 하지만, 이 기구에 대해선 황 사무총장은 "나는 내가 하겠다 안 하겠다 못하고 최고위원 중에 시키겠지"라고 말했다. "사무총장이 편파적이라고 생각하면 최고위원들이 반대할 것 아니에요"라는 말도 그는 덧붙였다.

황 사무총장은 비박계로 분류되며, 최고위는 김 대표를 제외하고 원 원내대표, 서청원·김태호·이인제·이정현·김을동 최고위원 등 절대 과반이 친박계로 분류된다.

친박계가 이렇게 전장을 특별기구로 옮긴 가운데, 비박계는 '청와대의 공천권 개입은 월권'이란 공세를 이날에도 이어갔다.

비박계 중진인 정병국 의원은 한국방송(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서 "청와대가 우리의 대통령을 한 계파의 대통령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면서 "공천룰을 여야 간에 협의하고 있는데 직접 청와대가 나서서 이렇다, 저렇다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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