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며 "지난 14일 현대자동차가 사내 하도급 6000명을 2년 내에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했고, CJ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에서도 신규 채용 계획을 발표하는 등 경제계가 속속 청년 일자리 창출에 동참하고 있어서 마음이 든든하다"고 말했다.
일단 박 대통령이 언급한 기업들이 이같은 고용 계획을 발표한 것은 맞다. 지난해 900명을 뽑았던 CJ는 올해 2400명을 채용하는 등 2017년까지 1만4000명의 정규직 신입사원을 뽑겠다고 밝혔으며, 현대중공업그룹도 지난해(2200명)와 비슷한 규모의 채용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채용 계획에 얼마나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의뢰로 '리서치앤리서치'가 실시한 매출 상위 500대 기업 대상 '2015년 신규 채용 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신규 채용 규모는 '작년과 비슷하다'가 전체의 44.6%로 가장 많았지만 '작년보다 감소'가 35.8%에 달했고 '작년보다 증가'는 19.6%에 그쳤다. "대기업들이 앞 다퉈 올해 신규 채용을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은 말이었을 뿐, 실제로는 신규 채용을 줄이겠다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박 대통령은 "경제계와 정부가 함께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마련한 '청년 20만+ 창조 일자리 박람회'가 지난 16일 열렸는데, 기업의 채용 열기가 뜨겁고 청년들도 많이 찾았다"며 "(이는) 청년들의 꿈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청년들의 그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와 관계 부처는 박람회가 청년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최대한 지원해 달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이 박람회에 참여하는 기업 상당수가 이미 신입사원 공개 채용 서류 접수를 마감한 상태였다. 실제로 박람회에 몰려든 청년들을 채용할 계획도 없으면서, 정부의 '성화'에 참여하는 시늉만 낸 꼴이다.
신문에 따르면, 16일 부산에서 열린 박람회에 참여한 롯데그룹 계열사의 올해 공채 서류 마감은 박람회 바로 다음날인 17일이었고, 23일 대구에서 '창조박람회'를 열 예정인 삼성그룹은 이미 지난 14일 서류 전형을 마감했다. 박 대통령의 수석비서관회의 발언 당일인 21일 광주에 박람회를 주관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은 박람회 이전에 이미 서류 전형 마감은 물론 서류 합격자 발표와 인·적성 검사까지 끝났다.
박 대통령이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 직후 청와대 수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약정한 금액(☞관련 기사 : 朴대통령, 청년 일자리 펀드에 2천만원 기부…전재산의 0.06%)을 기부하겠다는 약정서에 서명하는 등 '청년희망펀드'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야당으로부터 "대통령의 자선 이벤트로 청년 일자리가 막 늘어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한창민 정의당 대변인)라는 싸늘한 반응이 나오는 것은 그래서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도 "그 동안 많은 분들이 청년희망펀드에 기부를 약속해 주셨다.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과 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님을 비롯한 종교인 여러분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 여러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회의원 여러분 등 많은 분들이 그 뜻에 동참할 것을 말씀해 주셨는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오늘 오후부터 은행을 통해서 기부가 가능할 예정이다. 각계각층의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기부 방법 설명까지 직접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노동 시장 구조 개편 관련 입법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국회를 재차 압박했다. 그는 "여당 의원 159명 전원이 서명한 '노동 개혁' 5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는데, 이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해야만 노사정 합의도 완성된다"며 "'노동 개혁'이 하루빨리 실천될 수 있도록 수석실과 내각은 전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