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요구하는 일에는 '강단'이 필요하다"

['기억'을 기억하다] 소셜 아티스트 홍승희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바로 가기 : 바꿈)은 2015년 7월에 출범한 시민 단체입니다. 흩어져 있는 사회 진보 의제들을 모아 소통하고 공동의 지혜를 그러모으는 장을 만들어보려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바꿈이 기획한 '기억을 기억하다'는 많은 이가 외면하고 잊어가는 이 땅의 현실을 온몸으로 살아내고 있는 얼굴들을 만나 그의 기억을 함께 나누려는 기록 연재입니다. (필자)

카메라를 응시하는 다부진 얼굴에 정신이 확 든다.

흐리멍덩한 내 눈을 끔뻑이며 몇 번이고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소셜 아티스트 홍승희, 그녀와 눈이 마주쳤을 때 어쩐지 어색해서 나도 몰래 와락 웃어 보인 것 같은데, 확신할 순 없다. 그녀가 마주쳐온 오해의 얼굴들이 행여 내 얼굴에서 발견되진 않았을까, 제때 하지 못한 표정 관리가 뒤늦은 후회로 밀려온다.

▲ 홍승희 씨. ⓒ오민정

배후도 없고 조직도 없이, 전략도 없고 계획도 없이 그저 제 속에 있는 덩어리를 뱉었다 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하고 꽃 같은 아이들이 스러졌을 때, 진실이 침묵 속에 갇히고 유족의 통곡이 무관심에 갇혔을 때 거리로 나섰다. 세월호 유가족의 단식에 동참하고 팝 아티스트 이하 작가의 그림으로, 낚싯대에 매단 노란 천으로 비상식에 저항하며 아이들의 넋을 위로했다. 그것은 비참한 현실에 밤잠을 이룰 수 없던 한 인간의 몸부림이었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누구를 대신해서도 아니라 그래야만 그 자신의 삶이 아슬아슬하게나마 유지되더라고 그가 말했다.

날것의 양심만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온 그에게 재물 손괴와 도로 교통 방해 죄란 명목으로 700만 원의 벌금 폭탄이 떨어졌다. 진실을 요구하고 진심을 나누는 일에도 강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팝 아티스트의 작품을 스티커로 만들어 붙이는 일도, 노란 천을 들고 거리를 걷는 것도 부조리한 시간을 견뎌내는 한 인간의 진통 같은 것이었기에 배후와 조직을 들춰내려는 사람들에게 돌려줄 말이 없었다. 그에게 소셜 아트는 인간 본연의 온전함을 찾는 일이며 내가 나로서 온전히 살아가려는 몸짓일 뿐 누구를 대신한 희생도 누구를 대표한 행동도 아니었다.

내가 그와 눈을 마주쳤을 때 당황하고 어색해했던 것은, 지금의 현실을 기억하고, 잊지 않고, 힘든 사람들과 함께하는, 그가 자처해 짊어진 세월의 더께에 무책임하게 내쉰 나의 한숨도 섞여 있지 않을까 하는 미안함과 죄책감 때문이겠다. 그의 작업이 결코 희생과 대의를 담보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나를 괴롭혔다. 소셜 아트를 바라보는 기울어진 시선과 불편해하는 사람들을 수없이 마주쳐왔을 그에게 나의 심란한 마음이 또 다른 오해와 편견을 얹어준 건 아닐까 짐짓 걱정도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과의 진심 어린 소통이 그의 예술을 담대함으로 무장하게 한다 했기에 부끄러운 이 글을 남긴다. 세월을 기억하려는 얼굴과 눈을 마주치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 미약한 응원을 보낸다.

"제 꿈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 수 있는 세상입니다. 억울한 죽음과 소외가 없는 세상입니다. 그것을 표현하는 몸짓이 저의 예술입니다." (홍승희)

부디 무정한 세월을 기억하려는 그의 몸짓이 더 자유로워지기를, 그의 몸짓이 숨죽이고 있는 이 사회의 숨통을 틔워주기를, 끝내 진실과 정의가 살아 움직이는 세월이 오기를 바라본다.

ⓒ오민정
ⓒ오민정

ⓒ오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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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망

2009년 가을에 덜컥 소설가가 됐지만 이렇다 할 작품집 하나 없이 매일을 덜컹이며 사는 풋내기 작가입니다. 좋은 소설을 써보고 싶은 욕심은 아직 제 것이 아닙니다.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는 데 부지런 떨며 살고 있습니다. 대표작 하나 없어도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진심으로 전달하는 삶이 기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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