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통수 맞은 새정치…'박영희 인권위원 선출안' 부결

합의해 주고 뺨 맞은 야당 "유감" 볼멘소리·발만 동동

국회가 8일 본회의를 열고 2014 회계연도 결산안과 대법관 이기택 임명동의안,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박영희 선출안 등을 처리했다. 이 안건들이 처리된 것은 전날 여야 원내 지도부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야당 추천 몫 국가인권위원인 박영희 위원 선출안은 부결됐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박영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를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선출하는 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쳤으나 결과는 가(可) 99표, 부(否) 147표, 기권 14표로 부결이었다.

반면 이기택 대법관 임명동의안은 가 178, 부 74, 기권 8로 가결됐다. 또 이날 본회의에서는 2014 회계연도 결산안과 예비비 지출 승인안도 통과됐다. 결산안 통과는 전날 여야 회동에서 '특위를 설치하지 않는' 선에서 특수활동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가능해졌다.

전날 여야 원내대표 및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른바 '2+2' 회동 결과 "8일 오후 3시에 본회의를 개의한다. 본회의 처리 안건은 다음과 같다"며 "△대법관(이기택) 임명동의안 및 국가인권위원회 위원(박영희) 선출안 △2014 회계연도 결산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민생법안 중 법사위 통과 가능한 법안"을 합의 사항으로 명시했다. 여야가 합의한 3가지 안건 가운데 인권위 위원 선출안만 부결된 셈이다.

이번 인권위원 추천은 야당에 추천권이 있다. 인권위 위원 11명 가운데 국회와 대통령이 각 4명을, 대법원장이 3명을 추천하고, 국회 추천 4명은 관행상 여야가 추천권을 나누어 행사해 왔다. 그런데 추천권을 가진 야당이 선임한 인사에 대해 여당인 새누리당이 거부권을 행사한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즉각 유감을 표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심히 유감"이라며 "표결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이 당론 반대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여야 간 의사 일정 합의를 파기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여야 간 신뢰가 이렇게 깨져서야 앞으로 어떻게 합의가 가능할지 걱정된다"며 "합의해 놓고 뒤통수를 치는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의 행태는 (협상 상대에 대한) 기본적 예의가 아니다. 이럴 거면 합의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박 대표가 구 통합진보당 활동 경력으로 논란을 빚어 새정치연합에서 추천을 한 차례 보류했다가 전날 다시 추천하게 된 배경에 대해 "(박 대표는) 여성과 장애인을 대변해 인권위의 감수성을 높이고 소수자 인권을 보호할 적격자"라고 설명하며 그의 통합진보당 경력과 관련해서는 "(비례 경선 부정 사태 이후) 비례대표 신청을 철회하고 탈당한 인물로 통합진보당 사태와는 무관한 분"이라고 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런 야당의 비판에 대해 "당론으로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원 원내대표는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자가 과연 국가인권위원으로 적합한지 (각 의원들이) 판단해 투표한 결과"라며 "아침 회의나 의원총회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들이 있었지만 당론으로 (반대 투표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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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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