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10년 전엔 "국정원 예산 투명 공개" 요구

여야, 특수활동비 투명성 놓고 갈등 고조

여야가 특수활동비 감시 여부를 두고 대치하는 가운데,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박근혜 대통령 등이 말을 바꿨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올해 특수활동비 8810억 원 가운데 국정원이 쓴 돈이 4782억 원이다. 국회 전체 예산 5000억 원과 같은 규모의 액수를 특수활동비로 쓰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 원내대표는 "19개 부처에 편성되는 특수활동비는 영수증도 사용처도 보고하지 않도록 돼 사적 유용 가능성이 크다"면서 "국민 혈세를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고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내에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 소위원회' 설치를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은 갖은 핑계를 대면서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김무성,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 말 바꾸나?"

이 원내대표는 "지난 5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특수활동비를 생활비에 썼다고 밝혀 논란이 되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특수활동비 전액을 카드로 결제해야 한다'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얘기했다. 김무성 대표는 석 달 전에 국민 앞에 한 약속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거짓이었는지 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오영식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었던 2005년에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공개를 주장했던 사실을 꼬집기도 했다.

오 최고위원은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투명성을 강화해서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던 분"이라며 "그런데 지금은 국민 혈세가 낭비되는 가장 대표적인 관행과 제도 중에 하나인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에 대한 국민과 야당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5년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이 쓰는 예산이 상당히 불투명하다"며 "투명성을 최대한 강화해 국회가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또 "각 부처 예산으로 분산돼 있는 특수활동비가 대표적인 국정원 불투명 예산"이라며 "개정 법률안을 정기 국회에 제출하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원유철 "정보기관 예산 공개하는 나라 없어"

반면에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이 대법관 임명 동의안이나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문제를 이와 전혀 상관도 없는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발목 잡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우리 국회가 언제까지 끼워팔기식 국회, 조건부 국회가 돼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맞섰다.

원 원내대표는 "특수활동비 대부분은 국정원·국방부·경찰청 등 정보·안보·치안 기관의 국정 수행 활동에 사용되는 것으로, 정보 기관 예산을 공개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면서 "야당이 집권하는 기간에도 국가 안보를 위한 특수활동비는 공개한 적이 없음을 기억하기 바란다"고 일축했다.

앞서 여야가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 소위' 설치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인 끝에, 지난 28일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가 무산된 바 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민이 걱정하는 보안, 기밀 취급에 사용하는 예산에 대해서는 충분히 보호할 가치가 있지만, 특수활동비 전액을 뭉개고 숨겨서 쓰겠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해, 특수활동비 감시를 둘러싼 여야 간 줄다리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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