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신재민 후보자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시절, 특수활동비를 개인 유흥 접대비와 골프 접대비로 과다하게 사용했다는 제보가 있다"며 그 액수가 "13개월 동안 1억1900만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집행 내역을 보면 후보자 본인을 포함해 김아무개 홍보지원국장 등 3명의 명의로 돈을 인출한 걸로 나왔지만, 이들은 돈을 쓴 적이 없다고 한다"며 "부하 직원의 명의를 도용해 사용한 건 허위공문서 작성"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 후보자는 "특수활동비는 어디에 썼는지 공개하지 않는 비용"이라며 "적재적소에 사용했다"고 되받았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하는 '예산 및 기금 운영계획 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란 정보 및 사건수사와 그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특수활동을 실제로 수행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시기에 따라 지급하는데, 구체적 지급대상-방법-시기는 각 중앙관서가 개별업무의 특성을 감안하여 집행한다는 것이다. 또 관련증거서류는 감사원의 '특수활동비에 대한 계산증명지침'을 따른다고 한다. 이 지침에 따르면 지급한 상대방에게 영수증의 교부를 요구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사유와 지급일자-목적-상대방-액수를 명시한 관계 공무원의 영수증서로 대신할 수 있으며, 현금으로 미리 지급한 뒤 나중에 집행내용 확인서만 붙일 수도 있다.
어렵게 표현했지만 수령자가 서명만 하면 사용처를 보고하지 않아도 되고 영수증 없이 현금으로 인출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감사원 결산검사와 국회 자료제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특수활동을 정보수집, 사건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내역을 밝힐 필요가 없으니 권력자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적용도로 쓴다고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현금으로 인출해서 제 주머니에 넣어도 누가 알 수 있으며 누가 따질 수 있겠는가? 공직사회의 부패상을 보더라도, 돈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인물들이 권력자가 되는 세상에서 얼마든지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한마디로 '묻지 마 예산', '눈 먼 돈', '권력자의 쌈짓돈'이라는 소리다.
2009년 4월 노무현 정권 당시 정상문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구속되어 실형을 받은 바 있다. 혐의는 대통령 비서실의 특수활동비 12억5000만 원을 3∼4년에 걸쳐 빼돌린 뒤 돈세탁해서 차명계좌에 넣어 뒀다는 것이다. 2007년 5월 당시 김성호 법무부 장관이 특수활동비를 사적인 접대비로 써서 말썽을 빚은 바 있다. 그가 부산에 있는 모교인 초등학교, 고등학교를 찾아 학부모, 동문들과 먹은 점심 식사비로 140만 원을 썼다. 저녁에는 특급호텔에서 부산시의회 의장, 부시장, 교육감 등 유력인사들을 초청해 만찬을 가졌는데 숙박비를 포함한 비용이 600만 원이나 들었다. 이 모두 수행비서가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당시 법무부는 비서가 개인카드로 결제한 비용은 특수활동비라고 밝혔다.
2009년 11월 김준규 검찰총장이 출입기자들과 회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번호가 적힌 종이쪽지를 돌린 다음 뽑기를 했다. 당첨자 8명에게 50만 원이 든 봉투를 하나씩 돌렸다. 400만 원을 촌지로 뿌린 셈이다. 이 또한 특수활동비에서 나온 돈이라고 한다. 권력자들이 금일봉이라고 이름을 붙인 위문금, 성금은 물론이고 직원 격려비도 특수활동비로 쓴다고 한다. 친-인척, 친지의 경조사비도 이 눈먼 돈을 쓴다고 한다. 정치인이나 출마에 뜻을 둔 고관이라면 선거관리를 위해서도 쓴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문광부 차관 출신인 신재민 후보자가 정보수집, 사건수사 또는 이에 준하는 어떤 특수활동을 해서 그 명목으로 13개월간 그의 연봉보다 많은 1억1900만 원을 썼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09년 정부결산을 보면 정보-수사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을 하는 국정원, 대통령실, 국방부, 경찰청이 절대액을 차지한다. 당초예산은 8623억 원을 편성했는데 결산액은 1조1130억 원으로 무려 2507억 원이나 초과집행했다. 집행액을 보면 국가정보원 4419억 원, 국정원예비비 3339억 원으로 국정원이 가장 많고 국방부 1266억 원, 경찰청 1242억 원, 법무부 279억 원, 대통령실이 221억 원이다. 문제는 기밀을 요하는 정보수집이나 사건수사와는 관련이 없는 국무총리실 10억 원, 교육과학기술부 22억 원, 문화체육관광부 0.9억 원, 방송통신위원회 27억 원, 지식경제부 5.9억 원, 특임장관 1.9억 원 등으로 썼다는 점이다.
이렇게 특수활동과 무관하게 특수활동비를 낭비하니 예산이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난다. 2001년 4954억 원, 2002년 5487억 원, 2003년 6015억 원, 2004년 7137억 원, 2005년 7479억 원, 2006년 7876억 원으로 7년 사이 72%나 증가했다. 2007년에는 8135억 원으로 8000억 원을 넘어선데 이어 2008년 8510억 원, 2009년 8624억 원 등으로 더욱 높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권력자들이 국민이 피땀 흘려 낸 세금을 제 주머니 돈 쓰 듯하며 세도를 부린다는 사실을 말한다. 청와대가 친서민을 외치더니 공정한 사회를 새로운 정치구호로 내세우는 모양인데 예산의 투명성을 높이지 않으면 공허한 소리로 들릴 뿐이다. 당장 정기국회는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특수활동비부터 대폭 삭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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