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일본 부도칸(武道館)에서 열린 전몰자 추도식에서 일왕은 "앞선 대전(세계대전)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전 국민과 함께 싸움터에서 죽고 전화(戰禍)에 쓰러진 사람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추도의 뜻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일왕은 또 "전국 전몰자 추도식을 맞아 과거 대전에서 둘도 없는 생명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과 그 유족을 생각하니 그 깊은 슬픔이 새롭다"고 덧붙였다.
이는 전날 아베 총리가 과거 총리의 담화로 반성과 사죄의 뜻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과 대비된다. 뿐만 아니라 아베 총리가 이 행사에서 총리 집권 이후 3년 연속 일본의 가해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던 것을 감안했을 때 일왕의 발언은 아베 총리의 인식과 다소 차이가 있다.
다만 지난 2013, 2014년 추도식에서 '부전(不戰) 맹세'를 하지 않아 논란을 빚었던 아베 총리는 올해 "전쟁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부전 맹세는 역대 일본 총리들이 추도식에서 관례적으로 언급해온 표현이다.
일왕과 아베 총리의 입장 차를 두고 일왕이 역사 수정주의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는 아베 내각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일왕은 지난 1월 1일 "만주사변으로 시작한 전쟁의 역사를 충분히 배우고, 앞으로 일본의 존재 방식을 생각하는 것이 지금 무척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만주사변은 지난 1931년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으킨 사건이다. 이에 대해 일왕이 공식적으로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일본 국내외에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향후 일본이 평화적인 길을 열어가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일왕이 아베 총리의 발언을 희석시키려는 목적에서 직접적인 반성의 뜻을 표했다는 관측도 있다. 아베 총리의 발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한국과 중국을 다소 달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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