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빈은 왜 '숫자'를 감출까

[기자의 눈] 여전히 모호한 지분 구조 설명

한국과 일본 롯데 그룹을 지배하는 건 일본 롯데홀딩스와 12개의 L투자회사들이다. 신격호 롯데 창업주 가문의 경영권 분쟁은,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자리를 놓고 불거졌다.

경영권을 놓고 싸우는 신격호 롯데 그룹 총괄회장의 아들들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각각 몇%씩 갖고 있나.

롯데 그룹 직원들도 잘 모른다. 자신들을 채용하고 승진시키며, 부서 배치하는 자들이 누구의 통제를 받는지 모른다는 말이다. 신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지분 구조에 대해 설명했다.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구조에 대해 그는 "광윤사(光潤社, 고준샤)가 지분 33%를 갖고 있고, 자신이 2%를 갖고 있으며, 우리사주 조합이 32%를 보유했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 측의 입장도 나왔다. "광윤사 지분이 28%, 자신의 지분이 20%, 우리사주 조합 지분이 12%"라는 내용이다.

지분 구조는 객관적인 숫자다. 그런데 같은 숫자를 놓고, 양 쪽의 말이 달랐다.

이번에는 같은 사람이 한 말이 달라지는 일까지 생겼다. 신동빈 회장은 11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담겨 있었다. 이후 기자들과 짧은 대화를 나눴다. 지분 비율을 묻는 질문에 “제 개인적으로는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해 1.4%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이라고 답했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불과 얼마 전엔 자기 지분이 20%라고 했던 그였다. 11일 발언대로 신 회장의 지분이 1.4%에 불과하다면,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갖고 있는 지분 2%보다 낮은 셈이다.

그렇다면, 자기 지분이 20%라던 앞서 발언은 형보다 지분 비율이 낮다는 걸 숨기려고 우호 지분을 포함해서 말한 거였나. 알 수 없는 일이다. 아직도 롯데 그룹 지배 구조는 베일에 싸여 있으니까.

이날 신 회장의 대답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식은 3분의 1정도가 광윤사, 3분의 1정도는 우리사주협회, 나머지 3분의 1정도는 임원들이 콘트롤할 수 있는 자회사 등에서 가지고 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해 1.4%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아버님 뜻은 기본적으로는 임직원의 주식을 갖고 경영하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3분의 1정도"라는 모호한 표현이 잇따른다. 왜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 않는 걸까. 회장인데, 그것도 경영권 다툼을 하는 회장인데, 수치를 모를 리는 없다. 그는 여전히 감추고 싶은 게 많다.

이날 신 회장이 낭독한 대국민 사과문에는, 롯데 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한국 롯데 그룹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에 대해 기업 공개를 추진한다는 내용도 있다. 경영 투명성을 대대적으로 높이겠다다는 약속이다.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 지분 구조도 숨기고 있는데, 이런 약속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