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침공 전쟁과 관련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요구한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이 명분 없는 '불법 침략'에 대한 파병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라고 한국 정부에 촉구했다.
자주통일평화연대, 전국민중행동 등 단체는 16일 서울 종로 주한 미국대사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등을 직접 거명하며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해 해상 작전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며 "유조선 호위와 해상안전 확보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실상은 '동맹국'을 침략전쟁의 돌격대로 내몰고 있다"고 미국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현재 미국이 이란에 대해 감행하고 있는 군사 공격은 국제법상 어떤 명분도 없는 불법 침략"이라며 "미국은 초등학교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해 180명이 넘는 학생과 교사를 죽이고, 인도 관함식에 참가 중이던 이란의 비무장 군함을 어뢰로 격침시켜 80여 명을 사망하게 하는 등 집단 학살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를 향해 단체들은 "헌법 제5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군대는 침략전쟁에 동원될 수 없다. UN 헌장 역시 무력 사용의 금지(2조 4항)와 평화적 해결(2조 3항)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미국의 호르무즈 파병 요구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UN 헌장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에 우리 군함을 보내는 순간 우리 국민과 기업은 중동 전역에서 타깃이 될 것이 자명하다. 그 책임은 고스란히 그 결정을 내린 이재명 정부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심도 있는 논의' 운운하며 파병의 길을 열어둘 것이 아니라 주권국가로서 단호히 거부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발언에 나선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침략은 자신들이 해놓고 그 총알받이를 대한민국 군대 보고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전쟁은 자기가 벌여 놓고 어디에다 함부로 파병을 요청하나"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김경민 자주통일평화연대 상임대표는 "국제법적 근거도 명분도 없는 남의 나라 전쟁에 우리 젊은이들을 동원하는 것"은 "헌법을 유린하고 국제 평화를 파괴하는 범죄 행위"이자 "수십 년 간 쌓아온 아랍 국가들과의 평화적 신뢰 관계를 파괴하고 우리 유조선과 재외국민을 테러 위협으로 밀어 넣는 안보 자해 행위"라고 강조했다.
회견을 연 단체들은 오는 19일 저녁 미 대사관 인근에서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침략 규탄 제3차 평화 행동' 집회를 여는 등 미국 정부를 규탄하고, 한국 정부에 파병 반대를 촉구하는 행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영향을 받는 나라들은 미국과 함께 이 해협을 개방되고 안전하게 하기 위해 군함을 보낼 것"이라며 "이 인위적 제약(호르무즈 해협 폐쇄)에 영향을 받는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및 다른 나라들이 이 지역에 함정을 보내길 바란다"고 썼다. 이에 청와대는 전날 "한미 간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노동·시민단체에서 규탄 성명이 잇따랐다. 참여연대는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호르무즈 추가 파병과 사실상의 임무 확장에 반대하는 국가적 원칙을 분명히 천명하는 일"이라며 "부도덕한 전쟁의 협력자가 되기를 단호히 거절하고 국제법 질서의 복귀와 중동지역 평화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과 선박 운항 정상화를 위한 해법은 군사력 증강이 아니라 전쟁을 멈추는 데 있다"며 "미국의 침략전쟁 중단과 한국 정부의 파병 거부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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