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김무성 주장, 장기집권 획책 음모"

"비례대표 줄이는 건 국민 기만…2017년 재집권 위한 술수"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비례대표 의원 축소' 주장에 대해 "국민 기만 행위"라고 정면에서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들이 맞서고 있는 대상은 단지 새누리당만이 아니라, 의원 정수 확대나 비례대표 의원 수 확대에 부정적인 일반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 또는 '반(反) 정치' 정서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싸움이 전망된다.

김상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장은 3일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관련 토론회에서 "선거제도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라며 "지금 우리의 선거제도는 민의의 반영과 평등이라는 민주주의의 두 축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기반 거대 양당 독과점체제"와 "승자독식의 불합리한 선거제도가 총선 때마다 1000만 표 이상의 죽은 표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꼽혔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바로 비례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그러나 새누리당 김 대표와 일부 수구 세력들은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오히려 줄이려 하고 있다. 이는 국민 기만 행위"라고 직접적으로 공격했다. 그는 이어 새누리당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것에 대해 "현재의 기득권을 고착화해 장기 집권을 획책하기 위한 음모이자, 2017년 재집권을 위한 술수"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무성 대표는 전날 "지역구 의원 수가 늘더라도 비례대표를 줄여서 지금의 의원 정수 300석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 당의 일반적인 생각"이라고 했고(☞관련 기사 : 김무성 "비례대표 줄여야"…선관위 권고 역행), 같은날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도 "야당 혁신안은 지역주의 해소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나서고 있다. 이 또한 꼼수"라며 "국민들께서 하지 말라고 하시는 것, 의원정수 확대는 어떤 '꼼수 명분'을 달아도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김 위원장은 이같은 새누리당의 공세와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 정서에 대해 "국민들은 우리 당뿐만 아니라 정치권 전체를 불신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눈빛은 싸늘하기만 하다. 지금도 국회의원들이 밥값 못하고 밥그릇만 축내고 있는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서 그 수를 늘리려고 하는 것 아니냐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국민들이 그렇게 느끼시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여론의 등 뒤에 숨는 것은 혁신이 아니다. 여론의 등 뒤에서 국민을 현혹하는 기득권을 파괴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단 김 위원장도 "혁신위원회 제안의 초점은 기득권 구조를 해체하기 위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도입)에 있지, 의원 정수 증가에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권자들의 심리적 반발이 심한 의원 정수 확대를 정면 주장하는 데 대한 부담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앞서 혁신위는 △지역구 의원 수를 현행 246명으로 유지하고 비례대표를 123석으로 해서 의원정수를 369명으로 늘리는 방안 △의원 정수는 유지하면서 지역구를 200석으로 줄여 비례대표를 100명으로 하는 방안 등 2가지를 예시로 들었었다. (☞관련 기사 : 김상곤 "권역별 비례제 도입하고 의원 정수 논의하자")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인 조국 서울대 교수는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재 국민적 여론은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워낙 강하지 않느냐. 그래서 의원 수 증원을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다"며 "(정수를) 증원하건 동결하건 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시한 지역구 2 대 비례 1의 비율을 지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김무성 대표의 전날 발언에 대해 "(선관위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며 "철저하게 당파적·정파적 이익에 따라 주장한다고 본다. 비례대표를 줄이겠다는 것은 '지역구 국회의원의 이익을 철두철미 보호해 주겠다'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이유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의원 정수를 확대해야 할 공산이 크다는 논리를 펴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프레시안>이 입수한 새누리당 부설 정책연구소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새누리당의 단독 과반수 의석은 무너진다"고 우려하고 있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을 때 새누리당은 서울과 경기에서 12~13석을 더 얻지만 영남에서 23석을 잃게 된다. (☞관련 기사 : 새누리 "비례대표 도입하면 영남에서 23석 잃어") 새누리당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조 교수는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이 권역별 비례대표라는 아주 선진적인 제도를 왜 거부하느냐, 딱 두 가지"라며 "첫째는 현재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가게 되면 현재 새누리당이 전체 50% 이하의 득표를 해도 항상 과반의석이 가능한 것을 포기하기 싫다는 것이고, 둘째는 새누리당의 텃밭이라고 하는 영남 땅을 단 한 석도 야당에게 주지 않겠다는 지역주의적 발상이 바닥에 깔려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 환경은 새누리당에 유리하다. 김 대표의 '비례대표 축소' 주장이 있은 다음날인 3일, 보수 성향 언론은 일제히 비례대표제 자체를 공격했다. <조선일보>는 데스크 칼럼에서 "비례대표제를 감당할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한 정당들이 증원을 주장하는데 어떤 국민이 세금까지 더 내는 고통분담에 동의할 수 있을까"라며 비례대표 의원 수를 늘리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칼럼 제목 자체가 '염치 없는 비례대표 증원론'이었다. (☞칼럼 보기)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국민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원 정수 확대'란 의혹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당 대표가 정치자금 챙기는 돈줄로 비례대표 공천을 악용하거나 계파 수장들이 나눠먹기 식으로 비례대표를 공천해온 탓에 이 제도에 대한 의혹과 불신이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사설 보기) <동아일보>는 특집 기사에서 비례대표제를 "여의도 정치 3대 고질병"으로 꼽으며 "의원 정수 확대를 논의하기 이전에 여야 스스로 국회가 그동안 제 기능을 했는지 참회록을 써야 할 판"이라고 주장했다.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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