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우선 내 건강부터 챙깁시다

"띠링~ 띠링~~."

어젯밤부터 가족 단체 채팅창에 알림음이 끊이질 않고 울립니다. 식구들이 멀리 떨어져 있기에 안부를 묻거나 일이 있을 때 소식을 올리던 곳이 온통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습니다. 전주에 사는 매형은 그곳에도 격리 대상자가 있다며 "코에 바셀린을 바르면 예방할 수 있다"더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수원에 사는 막내 누나는 근처에서 사망자가 나와 사람들이 '멘붕'에 빠졌고, 마트마다 손 세정제와 마스크가 바닥이 났다며 난리 통이라고 합니다.

아침이 되자 조카 아이는 "바셀린이 기도로 넘어가면 폐렴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며 예방법이 틀렸다고 울상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의료인이라고 주장하는 한 누리꾼이 "유럽이나 중동에서는 실제 그렇게 예방한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 덕분에 바셀린은 이미 불티나게 팔려나간다고 합니다.

조금 전에는 딸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엄마들이 당분간 아이들을 유치원이나 학원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출근을 하는 데다가 다른 가족들과 떨어져 있어, 유치원이 쉬지 않는 한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과하다 싶으면서도 한편 걱정이 되니,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만 들었습니다. 어느 날 중동에서 날아온 반갑잖은 손님이 전국에 흩어져 사는 가족을 하나로 묶어 주었습니다.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어느 순간 봇물 터지듯 전국 각지에서 위세를 떨치는 메르스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인 듯합니다. 하나는 초기에 잘 대응하지 못한 관계 당국이나 의료기관의 부실에 분노하고 그들을 비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각종 소식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불안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모두 분노와 불안지수만을 높일 뿐, 우리의 건강에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전염병을 관리하고 통제해야 할 관계기관이나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이후에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겠지요. 하지만 그것만을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자신을 지키고, 이 질병이 우리 몸을 해치고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우선 병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합니다. 메르스는 중동호흡기증후군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일련의 호흡기 증상을 동반한 질병입니다. 과거에는 없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고 하고요.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를 강타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본질은 유사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바이러스의 종류와 사람들이 느끼는 혼돈과 불안의 정도일 것입니다.

그럼 우리가 지금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사스나 독감이 유행했던 때 우리가 어떻게 했는가를 떠올려 보면 답이 나옵니다.

우선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질병이 의심되거나 확진된 사람은 약간의 불편함을 겪더라도 자신을 격리 조치해야 합니다. 관계기관에서 조치하지 않더라도, 시민 스스로가 시행해야 합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알려진 의료기관이나 사람들과 접촉이 있었거나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신속히 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처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유행이 끝날 때까지는 버스나 지하철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일 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는 조치이기도 합니다. 꼭 가야 하는 곳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는 되도록 많은 사람이 모인 곳은 삼가는 것이 좋겠지요. 일부러 나를 위험에 노출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혹시 노출되었을지도 모를 경우를 대비해 손이나 외부에 노출된 부위를 비누나 세정제를 이용해서 자주 씻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외출하고 돌아온 경우에는 샤워로 온몸을 씻어내고 양치질과 가글을 하는 한편, 코도 청소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메르스에 대비하기 위해 우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잘 해야겠습니다(사진은 기사 본문의 특정한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무엇보다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같은 바이러스에 노출되더라도 만성질환자나 노약자처럼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들의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평소보다 수면시간을 좀 더 갖고, 과도한 음주나 흡연을 삼가고, 신선한 재료로 좋은 영양을 섭취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최근 날씨가 더워지면서 냉방을 하고 찬 음료를 자주 마시게 됩니다. 과도하면 체온이 떨어지고 몸에 차가운 기운이 쌓여, 면역력 저하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이럴 때는 살짝 땀이 날 정도로 운동해 체온을 높이고 몸에 쌓인 찬 기운을 몰아내 주는 게 좋습니다. 생강차처럼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차를 마시는 것도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깨어 있되, 과민하지 않아야 합니다. 떠도는 정보를 잘 여과해서 받아들이고 상식 수준에서 잘 판단해야 합니다. 주의하고 조심하는 가운데,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대비하면 됩니다. 그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과도하게 불안해하고 이 불안을 누군가에게 투사하는 것은 탄산음료처럼 자기 위안은 되지만 병을 막는 데는 무력합니다.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는 것을 잊지는 말아야겠지만,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병을 제대로 바라보고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현 상황을 빨리 종결하는 최선의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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