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중국' 제주, 개발이 전부?

[작은것이 아름답다] 고제량 제주생태관광협회 대표

제주도가 지역공동체와 여행자가 함께 제주의 자연을 지키며 작고 가까운 것을 소중히 아끼며 느리게 살아가는 삶을 일깨우고 있다. 제주생태관광협회를 꾸려 제주생태관광의 새로운 단계를 시작한 고제량 님을 지면 인터뷰로 만났다.

- 제주가 고향이시지요. 제주의 자연이 일상일 텐데, 제주생태관광 여행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저는 제주 토박이예요. 고등학교 때 기억으로는 '자연으로 간다' 하면 바다로 갔어요. 그 바다는 신비롭고 아름답기도 했지만, 섬사람으로서 넘지 못할 장애물로 여기며 부담스러웠던 것도 같아요. 삶의 공간을 한정 지었기 때문이죠. 제게 여행이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돕는 도구예요. 여행이 소비와 쾌락을 충족하는 문화로 여길 때는 환경훼손과 지역 소외 같은 문제를 양산했지만, 인식이 변해 요즘은 환경과 지역을 존중하며 서로 좋은 효과를 만드는 여행자들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여행이 환경보전을 돕고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소비를 하면 환경과 인간이 같이 지속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보전된 자연이 여행자를 부르고 그 여행자가 지역에 도움이 되고, 그러면 지역 주민은 그 자연을 스스로 보전하고…. 이렇게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2002년 초반 (사)제주참여환경연대에서 생태문화해설가 교육을 했어요. 생태관광을 목표로 기획과 해설이 가능한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이었는데, 그 교육을 받은 사람들 5명과 제가 결합해 2003년 지역여행사인 (주)제주생태관광을 만들었어요. 1999년부터 3년 넘게 '이야기제주'라는 역사문화기행 전문 여행사를 혼자 운영하다 보니, 여러 가지 부족하고 외롭더라고요. 생태관광은 여럿이 함께해야 가능한 여행이에요. 마을 공동체가 하면 더욱 여건이 좋아요. 공동체 구성원의 다양한 역할이 생태관광의 요소로 참여하니까요. 지금은 제주 관광 가운데 생태관광이 5∼6% 정도예요. 2020년이면 20% 넘게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고요. 제주도에 좋은 의미를 가진 여행사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어요. '공정여행, 착한여행, 생태관광' 같은 이름을 걸고요.

- 제주 공정여행만의 특징을 꼽으신다면? '제주고사리삼 복원' 관련 프로그램도 관심이 가더군요. 지역주민과 여행자들 호응은 어떤가요?

제주도는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지질공원, 람사르습지 같은 세계가 지정한 '자연브랜드'가 많아요. 이런 보호지역의 명성을 자산으로 지역 주민들이 생태관광을 만들고, 그 마을의 생산물로 여행자들 밥상을 차리고 체험프로그램들을 운영해요. 제주도 조천읍 선흘1리 동백동산,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 효돈천, 저지리 저지곶자왈, 수망리 물영아리는 생태관광으로 유명한 마을들입니다.

제주고사리삼은 세계에서 선흘곶에만 있는 1속 1종의 식물입니다. 고대식물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고, 비슷한 종으로 분화하지 않은 고유식물이라 할 수 있어요. 2014년 10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어요. 한라산 연구소와 선흘1리 마을 주민, 선흘분교 아이들이 300본을 선흘곶에 복원했어요. 그 뒤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어요. 여행자들은 생태관광을 통해 희귀종을 직접 관찰하며 제주의 생물다양성을 체감하게 되죠. 선흘1리 주민들이 제주고사리삼 디자인을 이용해 티셔츠와 문구류를 만들어 여행자들에게 판매하고 있고요. 수익금 일부를 제주고사리삼 지키는 데 쓰니까 여행자들도 제주고사리삼 지키는 일에 한몫하게 되는 거죠.

▲ '개발이 관광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것을 이제 누구나 알아요. 제주다운 보호지역이 오히려 여행자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고, 오래갈 수 있다는 인식이 높습니다. 앞으로 생태관광의 성장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주)제주생태관광

- 2002년 제주에서 생태관광포럼이 열렸다고 들었어요. 12년이 흘렀는데, 변화를 체감하시지요?


생태관광의 성장은 아주 더뎠어요. 아직도 대중인식은 부족한 게 사실이고요. 하지만 제주 사회가 많이 변했다는 것은 체감합니다. '개발이 관광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것을 도민들은 이제 누구나 알아요. 제주다운 보호지역이 오히려 여행자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고, 오래갈 수 있다는 인식은 높습니다. 제주도민들은 이제 보호지역을 지정하는 데 더 이상 반대를 하지 않아요. 물론 이해관계에 딱 맞물린 사람들이야 어쩔 수 없고요. 12년이 흘러서야 이제 조금 인식이 바뀌는 것이라 아쉽기는 해도 앞으로 생태관광의 성장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해발 200미터(m) 넘는 지역인 하례리와 저지리는 2002년 지정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입니다. 하례리는 효돈천이 핵심 지역으로 환경부 지정 생태관광지역이기도 해요. 저지리는 저지곶자왈의 상록수림이 특징이에요. 수망리는 물영아리라는 제주도 오름 위에 자연습지가 있고, 선흘1리 동백동산은 상록수림 숲에 습지가 있어 독특한 환경을 만들고 있고, 지질학과 생물학 가치가 높은 곳입니다. 이곳 역시 환경부 지정 생태관광지이고요. 두 지역 다 람사르 습지지역이기도 해요. 동백동산 습지센터를 선흘1리 생태관광 협의체가 위탁받아 습지교육, 생태관광, 마을문화체험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생태관광과 문화체험을 안내받으실 수 있어요. 선흘2리는 세계자연유산지역으로 세계자연유산센터가 개관해 지역 주민들이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 지자체 여행프로그램이 비슷비슷해 보이거든요. 앞으로 생태관광이 퍼지기 위해 지금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저는 우포, 안성, 남해로 생태관광을 간 적이 있어요. 남해 여행 제목이 '웃어라 꽃섬! 달과 바람이 사랑한 바다, 보물섬 남해'였는데, 기억에 제일 남아요. 남해군 전역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대원군척화비-자암 김선생적려유허 추모비-남해 충렬사-금산 보리암과 쌍홍문-가천 다랭이 지겟길-남해 앵강만-독일 마을-지족해협 죽방렴'을 둘러봤어요. 숙박과 식사는 두모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곳에서 했어요. 지역 생산물로 마련된 식사라 해산물이 많았는데, 조개탕과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생선구이가 잊히지 않아요. 노래를 곁들인 해설이 진품이었습니다.

분명 공간과 시간, 문화도 다를 텐데 여행프로그램들은 비슷비슷하지요. 잘되는 곳을 다 같이 따라 하다 보니 그럴 겁니다. 또 여행자 입장만 지나치게 생각하고 고객 입맛만 맞추려다 보니, 그럴 수도 있어요. 지역의 차별화된 문화나 환경에서 나온 체험들이 여행자들에게 새롭고 신선한데, 지역 사람들 입장에서는 별로 가치 있게 생각이 들지 않는지 다른 지역 것만 따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공정여행이나 생태관광 기획자들은 자기 지역의 자산 가치를 재인식하는 작업이 더 필요해요. 그러고 나서야 특화된 여행을 기획해야 되겠지요.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아직 여행자들이 저렴한 공정여행을 원하는 것도 획일화된 여행프로그램을 부추기기도 합니다. 지역 특화 상품을 내놓으려면 비용이 더 들거든요. 그 차별화된 기획비를 인정해 주는 여행문화도 빨리 자리 잡아야 품격 높은 공정여행 상품을 누리실 수 있어요. 정책면에서는 중앙정부가 생태관광의 환경보전, 지역 활성화, 지역경제 가치를 인식하고 생태관광에 대한 대중 홍보가 적극 이뤄져야 해요. 지역 주민들이 어렵지 않게 생태관광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갖춰야죠. 지역은 생태관광프로그램 기반을 더 정교하게 갖출 필요가 있고, 여행자들은 쉽고 편한 것들을 선호하는 여행 문화에서 벗어나 환경과 지역을 존중하는 여행을 세심하게 찾아 나서는 수고가 필요합니다.

▲ 너무 빠르게 빠르게만 움직이다 보니 다들 도시로 향했고, 삶은 삭막해졌으며 인간성은 사라졌어요. 천천히 자신을 돌보며 느리게, 작고 가까운 것을 소중히 여기는 삶의 방식이 필요합니다. 제주생태관광은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주)제주생태관광

- 반면에 요즘 제주가 '작은 중국'으로 불리며, 중국관광객과 중국투자이민 관련 보도를 보면서 왜 제주는 저런 선택을 하는 걸까 안타깝더라고요.


제주도 비전이 아직 '국제자유도시'여서 그렇습니다. 사람, 상품, 돈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기업하기 좋은 제주도를 만들자는 거지요. 발전은 곧 개발이고 개발이 이뤄지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팽배한 정책들이 많습니다. 제주도 투자진흥지구 지정, 투자 이민제도가 그렇습니다. 중국인이 제주에 투자하는데 여러 조건을 맞춰주고 영주권도 주는 어이없는 제도 때문에 투자 내용은 선별하지도 않고 마구 받아들여 '작은 중국'으로 섬을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 지금 제주도의 현실입니다. 제주도민의 삶의 질은 안중에도 없는 정책이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른바 '부자들을 위한 정책'입니다. 외지 자본이 대거 들어와 대규모 관광개발이 이뤄질 때 제주도민들은 소외되고 땅값이 오르면 결국 지역 주민들은 섬을 버리고 떠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지금 제주도는 이 국제자유도시 비전을 빨리 관둬야 해요. 소소한 지역 주민들 이야기와 독특한 자연 생태적 가치를 지키는 지속가능한 발전이 필요할 때입니다. 대기업에게 미래를 맡기기보다는 단단한 마을 공동체에게 역할과 책임을 주며 제주 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봐요. 결국 생태문화 비전을 가져야 하는 거지요.

- 여행에도 시대마다 흐름이 있잖아요. 제주도가 국내 여행의 유행을 이끌고 있는데요. 환경보전, 교육, 지역경제, 지속가능이라는 생태관광의 열쇳말로 제주와 여행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그동안 우리는 너무 빠르게 빠르게만 살아왔어요. 그러다 보니 도시로 도시로 향했고, 삶은 삭막해졌으며 인간성은 사라졌어요. 이제 천천히 자신을 돌보며 느리게, 작고 가까운 것을 소중히 여기며 행복하게 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제주도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봅니다. 참 고마운 섬이지요?

제주도와 여행의 관계를 보면 아직 미래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아요. 여전히 대자본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생태관광이 마을 공동체에서 뿌리내리기 시작했고, 그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거지요. 자연의 상표 가치는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뛰어납니다. 생태관광 여행자가 20% 정도 되면 나머지 80%보다 지역에는 효과가 더 클 수도 있어요. 제주도 많은 마을들이 생태관광을 마련하고, 여행자들이 여행의 생태 인식이 높아지면서 동시에 지역 주민의 복지를 높여주고, 다시 주민들은 자연환경을 보전하는 데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면 오히려 제주도가 중심이 되어 우리나라 전부를 아름답게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희망합니다. 생태관광으로 돈을 벌 수는 없어요. 그러나 누구나 골고루 나눠 가질 수 있고 인간과 자연이 오래 공존할 수 있어요.

▲ 다른 지역을 단지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지역마다 차별화된 문화나 환경을 바탕으로 새롭고 신선한 생태여행을 기획해야 합니다. 지역 생태자산과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고 이것을 발굴해야 좋은 공정여행을 만들 수 있습니다. ⓒ(주)제주생태관광

월간 <작은것이아름답다>는 19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 생태 환경 문화 월간지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합니다. 생태 감성을 깨우는 녹색 생활 문화 운동과 지구의 원시림을 지키는 재생 종이 운동을 일굽니다. 달마다 '작아의 날'을 정해 즐거운 변화를 만드는 환경 운동을 펼칩니다. 자연의 흐름을 담은 우리말 달이름과 우리말을 살려 쓰려 노력합니다. (☞바로 가기 : <작은것이아름답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