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기로 결정했다. 8일 외교부는 "정부는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기로 결정하였다"라며 "양국 간 제반 현안이 원만히 해결되기를 기대하며,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 측과의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6일 조현 외교부 장관은 주우크라이나 대사 소환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조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우크라이나 측이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행을 비공개하기로 한 합의를 어긴 데 대한 사과가 없으면 대사를 소환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의 질문에 "그 방안을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라고 답했다.
외교부가 외교관계에서 상대국에 대한 상당히 높은 수위의 항의인 대사 소환을 실시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조만간 해소되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양국 간 갈등의 시작은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두 명을 한국에 보냈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통상 탈북민들이 한국에 입국할 경우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 및 신변 보호 등을 위해 비공개로 처리하는 것이 관례인데 이와 다른 행보를 보인 셈이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9월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인 'X'의 본인 계정에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공개한 우크라이나 측에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나 많이 아쉽다"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소식통은 25일 현지 매체인 RBC-우크라이나(RBC-Ukraine)를 통해 한국과 북한군 포로의 한국 이송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우크라이나는 이 사안을 비밀로 하겠다고 약속한 바 없으며, 포로와 관련된 정보는 결코 은폐하지 않는다. 포로 관련 사안은 우크라이나 국민이 상황을 알 권리가 있는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27일 입장문을 통해 우크라이나 측이 먼저 비공개를 요청했다면서 "우크라이나 측이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사전 협의는 물론 통보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공개한 것도 중대한 문제지만, '비공개 합의가 없었다'는 거짓 사실을 발표한 것은 양국 정부 간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며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며, 이 문제에 대해 추가로 필요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측의 발언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은 27일 디지털 매체 <뉴스포스>와 인터뷰에서 "아주 최근 남북 군사분계선에서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 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통제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남북 간 군사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이에 정부는 9월 28일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이 안드리 베쉬킨(Andrii Vieshkin) 주한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외교부로 초치해 정부 입장을 전달했지만 여전히 우크라이나 측의 사과는 없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6일 국정감사에서 "(우크라이나 측에서) 아주 곤혹스러워하고 사과의 말도 들어있는 메시지도 받았다"라면서도 "그러나 저희가 생각하는 수준과는 좀 차이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던 중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보도가 양국 갈등을 더 키우기도 했다. 신문은 "항만 기록과 선박 추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7~8월 한국의 여러 항구에서 총 17만 6000톤 이상의 연료(대부분 경유)가 7척의 유조선에 선적되어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14차례 운송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는데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가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블라디슬라우 블라시우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재 담당 보좌관은 기사가 나온 당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의 본인 계정에 해당 기사를 언급하며 "러시아의 침공 이후 한국이 채택한 제재 정책과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습"이라며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은 러시아가 자체 정유 정제 능력 상실에 따른 타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7일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가 <가디언>지 보도를 인용해 거래주체와 원산지, 최종구매자 등 핵심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개별 거래를 근거로 한국이 러시아의 연료난과 정제능력의 상실효과 완화에 도움을 주었으며, 이를 통해 기존의 대러 제재 정책에 배치되는 행동을 한 것처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사실과 다르며 부적절하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강 대변인은 "정부는 현재 관계기관을 통해 사실관계와 수출통제 관련 사항을 면밀히 확인하고 있으며, 문제가 확인될 경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우크라이나 측도 충분한 사실 확인 없이 대한민국의 관련 정책을 왜곡하거나 국제적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공개적인 언급을 자제해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8일 외교부는 관계부처 합동 참고자료를 통해 "보도에서 언급된 상업용 경유, 항공유 등 석유 정제제품은 우리의 대러 수출통제 품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가디언> 측도 보도했듯이 우리 항구에서의 석유 정제제품 선적은 우리 국내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우리의 대러 수출통제 품목은 주로 산업기계·전자제품·차량 등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품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출통제 품목은 △군사용도로의 사용 가능성 △경제적 영향 △국제공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후 범부처 논의를 통해 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경유 등 한국산 연료의 수출여부도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또한 선박이 신고서상 최종 목적국으로 바로 이동하지 않고 다른 국가로 이동했다는 사실만으로 목적지 허위 신고 혐의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라며 "정부는 선박의 실제 운항 경로, 신고서상 목적국 상이 여부와 상이하다면 그 이유 등을 추가 확인하여 국내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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