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패권주의' 놓고 주승용-정청래 막장 설전

주 "선거 패배하고 그대로 있는 것 불공정" vs 정 "사퇴 안할거면서 공갈"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볼썽사나운 말싸움이 벌어졌다. 4.29 재보선 참패와 관련해 '친노 패권'이 이유라고 주장해 온 주승용 최고위원이 "선거 패배하고 그대로 있는 것은 불공정"이라고 재차 문재인 대표를 압박하자, 정작 문 대표는 가만히 있는데 정청래 최고위원이 주 최고위원에게 "공갈(거짓말)친다"고 조롱하는 등 공개 비난을 퍼부은 것. 주 최고위원이 이에 격분해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서 제1야당 지도부 회의는 아수라장이 됐다.

주 최고위원은 8일 오전 최고위 회의에서 문 대표, 이종걸 신임 원내대표에 이어 세 번째로 마이크를 잡고 "패권주의의 또다른 이름이 바로 '비공개·불공정·불공평'"이라며 "공개·공정·공평의 정신을 되살려야 희망이 있다. 모든 사안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최고위원도 모르는 일이면 당원이 알 리가 없다"고 말했다.

'비공개·불공정·불공평'이란 말은, 최근 언론에 문 대표 지도부의 의사결정 구조가 폐쇄적이라는 비판이 실린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선거에 패배하고 나서 그대로 있는 것도 불공정"이라고 다시 한 번 재보선 참패에 대한 지도부 책임론을 다시 언급했다.

그러자 정청래 최고위원이 나서 주 최고위원을 공개적으로 맹비난했다. 정 최고위원은 "공개·공정·공평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면서도 "그런데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을 치는 게 더 문제다. 자중자애하고 단결하는 데에 협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격분한 주 최고위원은 "공개석상에서 이런 말을 쓰는 것은 정말 치욕적이다. 세상을 이렇게 살지 않았다"며 "제가 아무리 무식하고 무능해도 그런 식으로 당원들의 대표인 최고위원에게 할 말은 아니다"고 반발했다. 그는 "저는 지금까지 '공갈'을 치지 않았다"며 "나는 사퇴한다. 모든 지도부들 사퇴해야 한다"고 말하고 곧 자리를 박차고 회의장을 나갔다.

주 최고위원은 "내가 공개석상에서 (정 최고위원으로부터) 말을 들어서 공개석상에서 얘기하는 거다. 그럼 나는 비공개에서 하느냐?"며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회의장을 나가서도 그는 기자들에게 "이게 패권주의다", "세상에 이렇게 말을 할 수가 있느냐"고 토로했다. 그는 이후 보도자료를 내어 "답변을 기다렸으나 돌아온 것은 폭언이었다. 이것이 바로 패권정치의 폐해"라며 "국민과 당원이 요구하는 '친노 패권정치' 청산에 대한 입장 표명이 없으니 이제는 물러나자"고 주장했다.

그는 "현 지도부가 물러나면 마치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주장하는데 이치에 맞지 않다"며 "그럼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는 물러나도 별일이 없어서 그렇게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한 것인가. 김·안 전 대표는 통합해서 창당한 지 3~4개월 만에 책임지고 물러났다"고 했다. 주 최고위원은 김한길 지도부에서 당 사무총장을 지냈다.

정 최고위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주 최고위원이 문 대표를 비판하는 것도 자유고, 제가 옳지 못한 주 최고위원을 비판하는 것도 제 자유"라며 "사과할 계획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계속 사퇴 카드로 당 단합을 해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광주 재보선 패배를 얘기하는데, 본인이 (광주 지역) 책임 최고위원이다. 본인이 책임지는 지역에서 패배했으면, 본인이 먼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이야기해야지 왜 뜬금없이 '친노 패권주의'를 이야기하느냐"고 주 최고위원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최고위원들 싸움에 문재인·이종걸 "유감"

문재인 대표는 최고위원들이 공개석상에서 이처럼 난리판을 벌인 데 대해 "지금은 우리 당의 단합이 무엇보다 중요할 때"라고 사실상 질책했다. 문 대표는 특히 "오늘 있었던 발언은 우리끼리의 자리라면 몰라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하는 것은 다소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같은 소동에 묻혀, 전날 선출된 이종걸 신임 원내대표의 첫 최고위원회의 발언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수습해야겠다. 주 최고위원을 정 최고위원과 한 번 봐야겠다"며 "당이 위기 상황이니까 서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간접적으로 유감을 표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는 "새누리당의 합의 파기, 약속 불이행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분명히 따져 묻겠다"며 "과연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생각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만나 자주 대화하고 협상할 것"이라면서도 "새누리당이 계속 이런 행태를 보이면 분명하고 명확하게 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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