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이 운영했던 비영리법인이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을 받거나 구청 사업을 위탁받는 등의 활동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야당은 국회의원인 유 후보자의 '뒷배'가 작용한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오는 9일 열릴 유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새정치연합 김경협 의원은 6일 보도자료를 내어, 유 후보자의 부인이 지난 2010년 설립한 사단법인 '영어도서관문화운동'이 2013년 이후 NH농협생명·IBK기업은행·KDB대우증권 등 여러 금융기관으로부터 5000만 원의 기부금을 받았다면서 "유 후보자가 현재 정무위원회 위원으로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법인은 설립 직후인 2010년에도 SKT,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아산문화복지재단 등으로부터 1억3800만 원의 기부금을 받기도 했는데, 김 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상근자 2명에 불과한 소규모 사단법인이 설립 직후부터 굴지의 대기업들로부터 거액의 기부금을 모금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었던 유 후보자의 배경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사단법인이 지난 2011년 9월 송파구청이 위탁공고를 낸 어린이영어도서관 사업의 운영자로 선정된 것을 놓고도 의혹 제기가 이어졌다. 유 의원의 지역구가 바로 송파을이다.
김 의원은 "유 후보자의 배우자 함 씨는 사단법인 설립 4개월 후인 2010년 7월부터 '송파영어도서관 준비모임'을 꾸리고 자문에 참여하는 등 수탁을 위한 본격적 준비를 진행했다"며 "위탁 공고 1년 2개월 전부터 송파영어도서관 준비와 자문에 참여한 것은 송파 출신 국회의원인 남편을 통해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내부 정보에 대한 접근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단법인은 결국 송파구청의 민간위탁 사업자로 선정됐다. 선정 당시 법인 대표자는 유 후보자 부인이 아닌 다른 인물이었으나, 김 의원은 바뀐 대표자 또한 배우자 함 씨와 관계가 있는 인물이라면서 "지역 국회의원 배우자가 지역 사업을 위탁받았다는 시비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서류 위장'"이라고 주장했다.
유일호 "자발적이고 투명한 후원금 기부" 해명…보수언론도 비난
유 후보자 측은 이날 오후 해명 자료를 내어 "어린이영어도서관 확충 사업과 관련해, 일부 사회복지기관과 금융기관 등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을 통해 자발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후원금을 기부한 것"이라고 밝혔다.
유 후보자는 "배우자는 저소득층 어린이 영어도서관의 확충 및 홍보를 목적으로 법인을 설립하고 6500만 원을 기부해 초기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며 "2011년 9월경 위 법인이 정상궤도에 오르자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보고 대표직에서 사임했다. 사임한 이후에 법인 운영에 관여하거나 출연금 6500만 원에 대한 권리를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유 후보자는 또 "위 법인은 송파구 이외에도 종로, 은평, 마포, 도봉, 방화, 응봉 등에서 저소득층 어린이 영어 교육과 도서관 확충을 위한 사업을 벌였다"고 '지역구 사업 위탁'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같은 해명에도 비판 여론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 성향 일간지 <문화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장관으로서 수준 미달"이라며 "유 후보 측은 부인이 법인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기부금이 전달됐다고 해명하지만 먼저 그 자신이 정무위에서 물러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공직자가 자신, 가족·친족과 이해관계가 얽힌 직무를 수행해선 안 되는 '이해충돌 금지' 의무와 충돌한다"며 "유 후보가 소속된 정무위가 지난 1월 8일 '김영란법'의 핵심인 이해충돌 부분을 쏙 빼버린 것이 우연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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