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도 WAR을 대입할 수 있을까?

[베이스볼 Lab.] ‘한국형’ WAR과 대체선수 수준에 대한 제안(타자 편)

추신수, 류현진의 맹활약과 강정호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입단으로 국내에서의 메이저리그 열기가 뜨겁다. 자연스럽게 메이저리그 기사에서 자주 인용되는 통계지표 WAR(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에 대한 야구 팬들의 관심도 늘고 있다. 야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사에서 ‘강정호는 2015년 WAR 1.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거나 ‘류현진은 대체선수에 비해 3.5승을 기여했다’는 식의 표현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편 야구통계에 관심이 많은 팬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과연 미국야구 기준의 WAR이란 지표를 국내 프로야구 KBO리그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있어 왔다. 이에 <베이스볼 Lab.>은 WAR의 기본 개념을 소개하고, 더 나아가 KBO리그의 실정에 맞는 새로운 통계지표에 대해 제안하고자 한다.
기여승수란 무엇인가
WAR은 Wins Above Replacement, 우리말로 풀면 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를 의미한다. 말 그대로 한 선수가 '대체선수'에 비해 팀에 몇 승을 기여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여기서 말하는 '기여승수'는 우리에게 친숙한 투수의 '승리'와는 다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투수의 승리는 투수 혼자만의 몫이 아니다. 한 팀의 승리는 경기에 출전한 9명이 수비하고, 9명이 공격해서 얻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야구는 상대보다 많은 득점을 창출하거나, 상대보다 적게 실점하면 이기는 경기다. 야구에서의 승리는 투수 개인이 아닌, 득점 창출력과 실점 억제력에 달려 있다.
그러나 어떤 경기에서는 한 선수가 팀의 승리를 '문자 그대로' 이끄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만약 한 경기에서 팀이 이기기 위해 필요한 득점 창출력과 실점 억제력을 한 선수가 발휘했다면 그 선수는 혼자서 1승을 만들어낸 것이나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한 팀이 이기기 위해서 필요한 점수는 몇 점일까. 미국의 야구통계분석가들은 간단한 통계적 기법을 사용해서 이 점수를 구했다. 한 팀의 득점과 실점을 이용해 '기대승률(pythagorean wins percentage)'을 구하는 공식을 이용한 것이다.
기대승률 공식에 따르면 한 팀의 득점과 실점이 같을 경우의 승률은 50%이며, 2014시즌 KBO리그를 기준으로는 64승이다. 65승이 되기 위해서는 11.16점을 더 득점하거나, 적게 실점하면 된다. 이 11.16점이 '2014시즌 KBO 리그 1승에 해당하는 득점(R/W)'이다.
즉, 2014시즌 어떤 선수가 대체선수보다 11.16점 더 팀에 기여했거나 막아냈다면, 이 선수의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수)는 1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4시즌 강정호는 대체선수(베이스볼 Lab 기준)에 비해 약 85점을 기여했고, 이는 WAR 7.6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이제 기여승수의 의미에 대해서 알아봤다. 그런데 대체선수란 대체 어떤 선수를 말하는 걸까?
대체선수란 무엇인가
미국의 야구통계사이트 스탯코너(StatCorner)의 그레이엄 매커리에 따르면 대체선수 수준의 선수는 영입하기 위한 경쟁이 없어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팀들 간의 경쟁이 있었을 경우, 결과적으로 이 선수와 계약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자원을 소모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메이저리그의 대체선수 수준이란 결국 리그에서 가장 못 하는, 프로리그에서 뛰기 위한 최소의 실력을 지닌 선수들을 말한다. 원하기만 하면 다른 구단과의 경쟁 없이 손쉽게 영입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은 대부분의 경우 1) 최소연봉을 받으며, 2) 주전의 부상 혹은 백업 선수의 부상으로 인해 1군에 올라오거나 영입되는 선수들이거나 3) 혹은 노쇠화 또는 부진으로 인해 평균 이하의 실력을 보이는 선수들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당연히 이는 후보 선수(back up)와는 다른 개념이다. 우리는 비록 후보 선수이지만 다른 구단에서는 충분히 주전을 차지할 수 있는 선수들을 알고 있다. 이런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보통 생각보다 많은 지출을 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롯데의 장성우를 생각해보자. 강민호로 인해 대부분의 경기를 후보로 출장했지만, 다른 팀이 장성우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주전 선수 이상의 대가를 필요로 한다. 실제 롯데 구단에서는 장성우 트레이드설이 나오자 ‘누굴 줘도 안 바꾼다’거나 ‘10승 투수의 가치를 가졌다’는 표현으로 장성우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바 있다. 따라서 엄밀하게 따지면, 후보 선수와 대체선수는 다른 개념으로 구분이 필요하다.
다른 자원을 소모하지 않고 사실상 공짜나 다름없는 대가(최저연봉)로 영입할 수 있는 선수가 국내리그에도 존재할까?
답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선수층이 얇고 메이저리그와 비교하면 선수를 수급하기가 용이하지 않은 국내야구의 실정상 진정한 의미의 대체선수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베이스볼 Lab.은 웹사이트를 통해 KBO 리그 원년부터 2014년까지의 선수 기록을 공개했다. 이 과정을 통해 '한 선수가 해당 해에 가장 많이 출전한 포지션'을 기준으로 선수의 주 포지션을 분류할 수 있었다.
이후 시즌별/포지션별로 선수들을 분류하고 각 팀의 주전 선수와 핵심 후보 선수를 제외한 결과 '미국 기준의 대체 선수'는 없거나, 매우 소수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메이저리그의 선수층은 미국뿐만 아니라 중남미의 많은 나라, 그리고 한국과 일본에서 온 수많은 선수로 이루어져 있다. 어마어마한 선수 수급 풀(pool)이다. 메이저리그의 30개 팀이 원할 경우 경쟁 없이 영입할만한 선수들은 차고 넘친다.
그러나 KBO 리그는 1998년 외국인 선수 도입 이전까지 거의 모든 선수를 국내에서 수급했다. 그 외국인 선수 도입도 제한적인 숫자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선수 수급 풀(pool)은 한정적이다. 또한, 6~9개 구단이 대부분의 시즌을 '단일 리그'에서 치러 왔기에 선수 이동도 매우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메이저리그의 'WAR'을 대체선수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KBO 리그에 똑같은 방식으로 대입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한 선수를 평가하는 기준이 반드시 대체선수일 필요는 없다. 메이저리그의 대체선수에 대응하는 KBO 리그만의 기준을 정립한다면, 한 선수가 그 기준에 비해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파악하는 것으로 WAR의 대체재를 마련할 수 있다.
베이스볼 Lab.은 통계적인 분석을 통해 미국의 대체선수 수준(Replacement level)에 대응하는 KBO 리그의 기준을 찾아낼 수 있었다. 바로 후보 선수 수준(Back up level)이다.
WAB(Wins Above Backup), 후보 선수 수준(back up level)의 제안
베이스볼 Lab.은 미국의 세이버메트리션 키스 울너의 방식과 일본의 히루카와 코헤이의 연구를 참조해서, 각 팀의 포지션에서 가장 많이 출장한 선수들을 주전으로 설정하고 그 이외의 선수들을 대체선수로 분류하는 방식을 통해 포지션별 대체선수 수준을 계산했다.
1982년부터 2014년까지 약 30년간의 자료를 바탕으로 수비 위치별 600타석당 *wRAA(weighted Runs Above Average)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엄밀히 말하자면 '대체선수 수준'이 아닌 '후보 선수 수준'에 가까운 개념이다. 주전선수를 제외한 전원을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수비위치의 구별이 없는 전체 'KBO 리그의 후보 선수 수준'은 600타석당 약 -20점이 나왔다. (339130타석, wRAA -11380.6) 이는 미국의 '대체선수 수준'인 600타석당 약 20점과 거의 일치하는 결과이다.

wRAA(weighted Runs Above Average)

wRAA는 한 타자가 평균적인 타자에 비해 얼마나 더 팀 득점에 기여했나를 나타내주는 기록이다. 타자의 기여도가 리그 평균 이하인 경우 음수, 리그 평균 이상인 경우 양수가 나온다. 현재까지 나온 타격 기록 중 가장 정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시대별 편차를 바로잡는 효과도 있다.

그렇다면 포지션(수비 위치)에 따른 후보 선수 수준은 어떻게 될까.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수치가 낮을수록 해당 포지션의 후보 선수 수준이 낮은 것을 의미한다.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했으며, 1982~1997년 구간보다 1998~2014년 구간의 타석수가 좀 더 많았음을 밝힌다.

1982년부터 1997년까지의 구간과 1998년부터 2014년까지의 구간을 구분한 이유는 1998년부터 도입된 외국인 선수로 인해 후보 선수 수준의 교란이 일어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인 선수들은 대개는 주전 선수이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 도입 이후 주전 선수와 후보 선수의 격차가 오히려 벌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포지션별 후보 선수 수준에서 지명타자는 고려하지 않았다. 다른 수비 위치보다 지명타자로 출장경기가 많은 고정지명타자는 팀 당 1명씩에 불과했으며, 고정지명타자를 대신해 출장하는 '후보'지명타자는 팀 내 다른 주전 선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난점으로 인해 메이저리그에서도 지명타자 대체선수 수준을 '수비 못 하는 1루수'로 가정해서 계산한다.
이 포지션별 후보 선수 수준을 활용해 KBO 리그의 실정에 맞는 '포지션별 조정 점수'도 얻을 수 있었다. 여기서 '포지션별 조정 점수'란 포지션에 따른 대체선수 수준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들어가는 점수를 말한다. 두 선수가 공격과 수비에서 같은 생산력을 보여준다고 해도 포지션에 따라 팀에 기여하는 정도는 다르기 마련이다. 특히 포지션 별 수비난이도는 제각각이며, 또한 포지션에 따라 타격성적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게 된다. 포지션별 조정 점수를 통해 서로 포지션이 다른 선수들간에도 동등한 비교를 할 수 있게 된다.
'한국형 포지션별 조정 점수'는 메이저리그의 포지션 조정 점수를 경기수에 맞춰 그대로 빌려서 계산하던 한국의 세이버메트리션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포지션별 조정 점수를 계산하는 방법은 포지션별 후보 선수 수준과 수비 위치의 구별이 없는 전체 후보 선수 수준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각 포지션별 후보 선수 수준의 차이를 동등하게 맞출 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포지션별 조정 점수는 162경기(전경기) 출장을 가정했을 때의 점수이며, KBO리그의 경우에는 128경기(전경기)를 출장했다고 가정했을 때의 점수다.
'한국형 포지션별 조정 점수'와 메이저리그의 포지션별 조정 점수의 차이는 포수와 유격수, 2루수 부분에서 두드러진다. 메이저리그는 포수 대체선수가 가장 낮은 타격성적을 기록했지만, KBO리그의 경우 유격수와 2루수가 더 낮았다.
이는 오랜 기간 KBO리그에 포수 후보들이 메이저리그의 포수 대체선수들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KBO 리그의 포수 기근과 대조되는 부분이기에 흥미롭다.
결론
한국의 후보 선수 수준은 미국의 대체선수 수준과 거의 일치하며, 기존의 KBO 리그의 WAR에서 사용하던 '포지션별 조정 점수'를 '포지션별 후보 선수 수준'에 맞게 재조정하더라도 '선수간의 기여도 차이'를 측정하기 위한 취지는 거스르지 않는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KBO 리그만의 기준을 새로 정립하는 것은 메이저리그와 KBO 리그가 전혀 다른 선수수급 풀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더 정확한 분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또한 지표의 변경은 수비위치가 다른 선수간의 비교에 있어서도 정밀성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이 경우, 메이저리그의 WAR에 해당하는 KBO 리그의 새로운 지표는 WAB(Wins Above Backup)로 불리게 될 것이다. 베이스볼 Lab.은 이어지는 글에서 'KBO 리그 실정에 맞는 WAR과 대체선수수준에 대한 제안(투수 편)'을 공개한 이후,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프로야구의 실정에 맞는 WAR(가칭 WAB)을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