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찝찝한 해명, '감청영장 거부'가 능사?

[분석] 기업의 공개적 '위법 선언' 낳은 검찰의 무리수

생존의 기로에 놓인 기업이 국가를 상대로 '반란'을 선언했다. 박근혜 정부의 '사이버 사찰'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모바일 메신저 업계의 선두 주자라 할 수 있는 다음카카오가 수사기관의 감청 영장 집행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잇따른 '사이버 망명'에 주가까지 추락하자, '위법 선언'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논란이 종결되기는커녕, 오히려 기름을 부은 형국이 됐다. 일단 검찰은 자승자박의 처지에 놓였다. 다음카카오가 공개적으로 영장 불응 의사를 밝힌 이상 이를 방관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이석우 대표를 처벌할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논란은 검찰발 '사이버 공안 정국'을 넘어 '법치주의 대 사생활 보호'라는 큰 틀의 충돌로 번지게 됐다.

ⓒ프레시안

다음카카오가 영장 불응이란 '폭탄 선언'을 한 이유는 자명하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다. 15일 '랭키닷컴'에 따르면, 지난주(5~11일) 카카오톡 이용자 수는 2917만9000명으로, 전주보다 5만6000명이 줄었다. 그만큼 카카오톡을 향한 이용자들의 불신이 큰 것이다. 반면 독일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은 일주일새 이용자가 2배가량 늘어 국내 가입자 200만 명을 돌파했다.

다음카카오 입장에선 표면적으로 수사기관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소비자의 이탈 행렬을 막고 회사의 존속 역시 도모할 수 있다. 결국 13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된 폭탄 선언은 소비자와 시장을 향한 일종의 강력한 '사인'인 셈이다.

'눈 가리고 아웅' 식 깜짝 선언…"무더기로 내주다 이제 와서?"

하지만 이번 발표가 일시적으로 소비자를 달래기 위한 '눈 가리기 식 선언'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합병 법인 상장을 하루 앞두고 이런 선언이 나온 만큼, "상당히 목적을 가지고 한 것"(김인성 전 한양대 교수)이란 시각도 있다. 이 선언 후,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다음카카오의 주가는 통합법인 상장 첫날 8.33% 상승해 코스닥 1위 기업이 됐다.

'감청 영장 거부' 방침 자체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음카카오 측이 거부하기로 한 것은 감청 영장으로 불리는 통신보호비밀법상 통신제한조치 영장으로, 감청은 메신저 대화나 전화 통화 등을 실시간으로 엿듣는 것을 의미한다.

감청 영장은 일반적인 압수수색 영장과 달리, 내란 음모나 국가보안법 위반, 살인, 강도 등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집행된다. 그만큼 영장 발부 요건도 엄격하다.

하지만 이번 '사이버 사찰' 논란을 촉발시킨 것은 감청 영장이 아니라 일반 압수수색 영장이다. 최근 집시법 위반으로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경우에도, 본인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친구' 3000여 명의 개인 정보가 모조리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영장 집행 규모만 비교해 봐도, 지난해 검찰이 카카오톡에 집행한 감청 영장은 86건인 반면 일반 영장의 경우 2676건에 달했다.

하지만 다음카카오는 감청 영장 집행엔 불응하겠다면서도 일반 압수수색 영장엔 여전히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소비자의 불만이 촉발된 것은 범죄 피의자와 관련 없는 제3자의 정보까지 무더기로 들여다 보는 포괄적 압수수색 관행인데, 지극히 이례적인 경우에만 발부되는 감청 영장만을 거부하겠다고 소비자를 달랜 것이다. "마구 내주다 비판받으니 완전 닫는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유괴혐의자의 카톡 대화 감청 영장도 거부할 것이냐"(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반문은 그래서 나온다.

다음카카오의 이상한 해명…"실시간 감청 불가능하다"면서 감청 영장 거부?

더구나 다음카카오 측의 해명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다음카카오는 지난해와 올해 집행된 감청 영장이 147건이라고 설명하면서도, 기술적으로 카카오톡에 대한 '실시간 감청'이 불가능하다고 항변한다. 이석우 대표 역시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패킷 감청에 필요한 설비가 없고 앞으로도 설치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결국 다음카카오의 주장을 종합하면, 실시간 감청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도 이제까지 감청 영장 집행에 응해왔고, 앞으로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감청 영장으로 사실상 압수수색을 했다는 '위법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검찰과 다음카카오의 설명을 종합하면, 다음카카오는 실시간 감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감청 영장을 제시할 경우 며칠 동안 누적된 대화 내용을 묶어 수사기관에 제공해 왔다고 한다. 실시간 통신 내용이 아닌, 이미 송수신이 완료돼 서버에 보관 중인 대화 내용을 제공한 것이다.

이는 감청 영장의 대상이 아니라 일반 압수수색 영장의 대상에 해당된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신보호비밀법과 형사소송법의 규정으로 볼 때 전기통신의 내용이 감청의 대상인지, 압수수색의 대상인지는 '송수신의 완료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시간으로 이뤄지면 감청, 이미 송수신이 완료됐으면 압수수색 대상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 역시 감청은 "송수신이 진행 중인 동안"에만 가능하고, "송수신이 완료돼 보관 중인 전기통신 내용"은 감청의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한 바 있다. 결국 수사기관이나 다음카카오 측이나 감청영장을 갖고 사실상 압수수색을 진행한 셈이다.

일반 압수수색 영장도 감청 영장에 준하는 엄격한 절차를 거쳐 발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호중 교수는 "서버에 메시지를 저장하는 바로 그 순간에 개입하면 감청이고, 서버에 저장된 뒤 1초라도 지나서 개입하면 압수수색"이라며 "메신저의 특성상 구분이 모호한 만큼, 압수수색 영장 역시 감청 영장에 준하는 엄격한 절차를 거쳐 발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반란' 자초한 검찰…무조건 개인정보 털고 보자?

소비자의 저항에 못 이겨 '영장 거부'라는 일종의 위법 선언을 했지만, 다음카카오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법원에서 영장까지 내줬는데 일개 인터넷 사업자가 거부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국가 권력의 남용을 탓해야지. 국가 권력에 저항하지 못하는 기업을 탓하나요. 그러려면 그냥 이민 가셔야죠." 이재웅 다음 창업자의 항변 역시 이런 맥락이다.

이재웅 창업자의 지적대로, 국내 대표적 IT 기업을 '위법 선언'이란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은 결국 검찰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 모독' 발언 이후, 사이버 상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엄단을 공표하며 사찰 논란을 자초했다.

검찰은 카카오톡 압수수색으로 촉발된 사찰 논란이 '정당한 법 집행'이라는 입장이지만, 다수가 연결돼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 무리한 수사가 사생활 보호라는 헌법적 권리를 침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범죄 사실과 무관한 내용을 구분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 역시 이를 쉽게 발부한다는 점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조영선 변호사는 "정진우 부대표의 사례에서 보듯, 혐의 사실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카카오톡 친구' 3000여 명의 개인 정보까지 압수수색한 것은 포괄 영장 금지의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며 "현재 카카오톡 가입자가 2000만 명인데, 한 명당 대화 상대가 수백수천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몇 명의 정보만 들춰봐도 수사기관이 모든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이렇듯 자신의 개인정보가 마구잡이로 정보기관에 의해 수집되더라도, 당사자가 이를 파악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제9조의3 압수·수색·검증의 집행에 관한 통지)에 따르면 "검사는 공소를 제기하거나 공소의 제기 또는 입건을 하지 아니하는 처분을 한 때에는 그 처분을 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수사 대상이 된 가입자에게 압수·수색·검증을 집행한 사실을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구만 보면 자신의 개인정보가 조회된 이들이 통보를 받아야 하지만, 이는 기소와 불기소 처분을 받은 대상자에게만 국한된다. 정진우 부대표의 경우 구속기소 대상자였기 때문에 뒤늦게 압수수색 사실을 통지 받았지만, 역시 개인 정보가 '털린' 나머지 3000여 명은 본인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조차 알지 못한 셈이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 또는 변호인이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참여할 권리(제121조, 제219조) 역시 보장돼 있지만, 수사기관이 관행적으로 이를 무시해온 것도 문제다. "급속을 요하는 때"는 예외로 한다는 법 규정을 수사기관이 악용한 탓이다.

이호중 교수는 "이메일이나 메신저에 대한 압수수색은 수사기관이 이미 서버회사로부터 통째로 내용을 복사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피의자나 변호인에게 참여 통지를 하더라도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면서 "오히려 영장에 기재된 기간 동안 송수신된 이메일·메신저를 통째로 복사하는 것은 범죄 사실 관련성이 없는 파일을 포괄적으로 압수하는 결과가 돼 원칙적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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