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이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을 최초 보도한 최보식 <조선일보> 기자가 그 상황이다. 보수단체의 고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일본 산케이신문이 계속 자신과의 형평성을 문제 삼고 나서자 자신의 칼럼은 <산케이> 보도와 다르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그간 침묵을 지켜온 최 기자는 17일 법조기자들에게 보낸 '검찰의 산케이 보도 수사와 관련된 입장'에서 <산케이> 보도와 자신의 칼럼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칼럼에 대한 정당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지난달 3일 '박근혜 대통령이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라는 기사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인 4월 16일 7시간가량 박 대통령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다며 사생활 의혹을 제기했다.
문제는 이 기사를 쓸 때 인용한 신문이 <조선일보>라는 점이다. 가토 서울지국장은 이 기사가 논란이 되자 <조선일보> 7월 18일자에 실린 최 기자의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風聞)'이라는 칼럼을 인용했다고 밝혔다.
최보식 기자 “산케이 측 태도 비겁하다”
최 기자는 가토 지국장이 자신의 칼럼을 인용 보도한 것에 대해서 "언론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선정성 저급 보도를 한 뒤 본인 칼럼을 그대로 베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안다"며 "개인적으로 황당하고 산케이 측의 태도가 비겁하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그는 "산케이 측이 자기 의도에 맞추기 위해 칼럼 일부를 떼어내 쓴 것은 아닌지, 아니면 고의로 본인 칼럼을 오독한 것인지, 칼럼과 일부 소재가 비슷하다고 취지가 같을 수 있는지" 등 문제를 제기하면서 "검찰이 법에 따라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칼럼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본인의 칼럼은 대통령과 청와대의 국정 운영 방식에 관한 비판이었다"는 것.
그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날 대통령은 7시간 동안 대면(對面) 보고를 받지 않았고, 또 대통령 주재 회의도 없었다"며 "이런 대통령 행적을 묻는 야당 의원 질문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는 "본인 칼럼에서는 (이러한) 김 실장의 답변이 풍문의 단초가 됐다고 지적했다"며 "김 실장의 그런 답변으로 '세간에 그런 풍문(대통령이 모처에서 비선과 있었을 것, 공조직을 두고 비선과 대책을 상의했다 등)이 만들어졌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그날 대통령 7시간'에 대한 질문은 언론으로서 당연히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자신의 칼럼에 문제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산케이>에서 '남녀 관계' 의혹을 제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본인 칼럼에는 '남녀 관계'라는 단어도 없고 특정하지도 않았다"며 "저질과 선정성은 직업인으로서의 본인 스타일이 아니다"고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검찰, 가토 서울지국장 출국금지 연장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16일까지였던 가토 서울지국장의 출국금지 시한을 오는 25일까지로 열흘 연장했다. 이미 40일 이상 출국금지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연장은 4번째다.
<산케이>는 17일 "가토 지국장이 기소된다면 박근혜 정권은 국제사회로부터 한층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국제무대에서의 한국 대통령의 언론 자유에 대한 언동이 주목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검찰은 <산케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가토 지국장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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