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살찌고 가계는 빚투성이, 대책은?

[정책쟁점 일문일답] 실질임금 상승률, 20년 만에 10분의 1로 줄어

1. 최근 일부 언론들이 2년 3개월 만에 실질임금 상승률이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보도 내용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 실질임금은 명목임금에서 물가상승분을 소거한 나머지 임금을 말하는데요. 26일 <연합뉴스>는 지난 1분기 5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실질임금이 월 평균 299만 4000원으로 작년 같은 분기에 비해 1.8% 상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임금 상승률은 2011년 4분기(-2.4%) 이후 9개 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2. 최근 5년간 실질임금은 얼마나 상승했나요?
⇒ <연합뉴스>에 따르면 2009년과 2010년 실질임금 상승률은 각각 -0.1%, 3.7%였고, 2011년과 2012년에는 -2.9%, 3.1%였으며, 지난해에는 2.5%였습니다. 다만, 이 통계는 상용근로자 5인 이상의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전체 근로자 평균보다는 높은 것입니다.

3. 전체 근로자 실질임금은 어떻게 변화해 왔나요?
⇒ 전체 근로자 실질임금 상승률은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민계정과 통계청이 발표한 취업자 통계를 활용하여 구할 수 있는데요. 두 기관 통계를 활용하여 계산해 보면 1990년대 연평균 실질임금 상승률은 5%였고, 2000년대에는 1.7%였으며, 2010년 이후 지난 4년간에는 0.5%였습니다.

[그림] 전체 근로자 연평균 실질임금 상승률

(출처) : 한국은행과 통계청 통계를 활용하여 산출

4. 지난 4년간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1990년대의 1/10에 불과했군요. 2000년 이후 왜 이렇게 실질임금 상승률이 많이 떨어진 겁니까?
⇒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경제성장률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들이 임금 상승을 억제하고 대신 영업이익을 더 많이 챙겼기 때문입니다. 통계로 확인해 보면 1990년대에는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6.7%였지만, 지난 4년간에는 3.7%에 불과했습니다. 또 1990년대와 지난 4년간을 비교해 보면 국민 총소득에서 법인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15.1%에서 25.8%로 10.7% 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반면,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71.9%에서 60.7%로 11.2% 포인트 낮아졌습니다.

5.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의 양극화가 심해지다 보니 기업저축률과 가계저축률 지표도 서로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저축률(=저축액/기업 처분가능소득)은 2000년과 2010년 사이 12.8%에서 19.7%로 6.9% 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저축률(=저축액/가계 처분가능소득)은 9.3%에서 3.5%로 5.8% 포인트 급락했습니다.

[그림] 2000년, 2010년 기업저축률과 가계저축률

(주) 저축률 = (저축액/처분가능소득) x 100
(자료) : OECD

6. 기업저축률과 가계저축률 지표가 상반되게 움직인 원인이 무엇입니까?
⇒ 기업저축률이 높아진 것은 대기업들이 많은 이익을 남기거나 챙겨서 저축을 많이 했기 때문이고, 또 빚을 낸 기업들도 과거에 비해 부채비율을 줄였기 때문입니다. 가계저축률이 낮아진 것은 저축을 하는 가계 수가 많이 줄어든 반면, 빚을 낸 가계의 수와 그들의 부채액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7. 저금리 하에서 기업저축률이 상승하면 기업들의 평균 소득 대비 금융비용 비율은 떨어지게 되는데요. 1990년대와 비교해서 얼마나 떨어졌나요?
⇒ 한국은행에 따르면 1990년대 기업 평균 소득 대비 금융비용 비율은 42.7%였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크게 떨어졌는데요. 2003년 이후 10년간 7.3%로 떨어졌습니다.

8. 그런데도 대기업들은 힘들다고 엄살을 떱니다. 이들이 엄살을 떠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 대기업들이 엄살을 떠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세금을 덜 내기 위해서입니다. 둘째, 임금을 덜 주기 위해서입니다. 셋째, 정부로 하여금 대기업 규제완화를 하도록 유도해서 중소기업 시장을 손쉽게 잠식하기 위해서입니다. 넷째, 수출기업에 유리하고 내수기업에 불리한 고환율정책을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9. 가계저축률이 하락하면 가계의 ‘평균 소득 대비 금융 이익 비율’은 하락하고, ‘평균 소득 대비 금융 비용 비율’은 상승하게 되는데요. 이들 지표들은 1990년대와 비교해서 얼마나 변화했나요?
⇒ 방금 말한 두 지표 사이의 격차를 ‘평균 소득 대비 금융 순이익 비율’이라 부르는데요. 이 지표를 보면 1990년대에는 4.9%였으나 2012년에는 0.5%로 떨어졌습니다. 하락 폭이 4.4% 포인트였는데요. 가계 소득의 4.4%는 올해 가계 총소득이 880조원이라 가정하면 38조7000억원에 해당합니다. 이것은 우리나라 가계가 외환위기 이후의 가계부채 폭증으로 해마다 약 39조원의 금융 손실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10.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의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해법 몇 가지 소개해 주시죠.
⇒ 몇 가지만 말하겠습니다. 첫째, 심야근로를 최대한 억제해야 합니다. 경제발전 초기단계에는 심야 근로가 애국행위였을지 모르나, 지금 우리나라와 같은 선진국 초기 경제에서는 ‘경제를 망치는 지름길’입니다. 심야근로가 장시간 근로를 유도하고, 장시간 근로가 일자리 창출을 가로 막기 때문입니다. 둘째, 실질임금을 인상해서 내수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셋째, 대기업과 부유층에 대해 조세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증세를 추진해야 합니다. 다섯째, 소득재분배 정책을 확대해야 합니다.

11. 심야근로를 억제하자고 하면 상당수 대기업들이 비용이 많이 든다며 난색을 표합니다.
⇒ UN이 각국에 제시한 국민계정 집계기준에 따르면, 설비투자는 경제주체들이 기계류나 운수장비를 구입하는 행위이고, 건설투자는 이들이 건설사로부터 신축 토건물을 구입하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대기업들이 진정으로 ‘동반성장’을 원한다면, 금고에 현금만 쌓아 둘 게 아니라 투자를 많이 해서, 다시 말해 공장을 많이 지어서 심야근로와 장시간 근로를 줄이고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합니다. 그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애국 행위’입니다.
12. 심야근로를 억제하면 영세자영업자들도 타격을 받을 텐데요.
⇒ 정책전문가는 항상 정책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비교해야 합니다. 심야근로를 확대해서 영세자영업자들을 늘리는 것이 더 나을까요? 아니면 심야근로를 억제해서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영세자영업자들이 좋은 직장에 취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나을까요? 후자의 순기능이 훨씬 더 큽니다. 심야의 불야성, 그것은 경제발전 초기단계에는 성장의 징후였지만, 지금 우리나라와 같은 선진국 초기 경제에서는 ‘망국의 징후’입니다.

13. 심야의 불야성이 존재하는 것은 요란한 회식문화와 접대문화에 기인한 바 큽니다. 이런 문화의 순기능도 있지 않나요?
⇒ 적당한 회식문화와 접대문화는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과도한 회식문화와 접대문화는 후진국병의 일종이라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특히 많은 국민들이 그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 권력층들의 폭탄주 문화를 흉내내고 있는데요. 극복되어야 합니다. 폭탄주 문화는 검찰, 모피아 등 권력집단이 만든 것입니다. 자신들은 선택받은 권력집단이므로 조직원들이 목숨 바쳐 조직에 충성하면 선배들 또한 목숨 바쳐 후배를 지켜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술에 약한 후배들도 술 한 잔을 마실 때 온몸을 던져 목숨을 건다는 심정으로 마시라는 것입니다. 일부 대학생들의 사발주도 폭탄주와 유사한 배경 하에서 출현한 것입니다. 이런 문화는 연고주의와 조직이기주의에 찌든 저열한 후진국병의 일종입니다. 특히나 선진국 문화인 ‘일과 가정의 양립’이 중시되는 시대, 나홀로 자녀들이 많은 저출산 시대에는 과도한 회식문화와 접대문화, 그리고 폭탄주, 사발주 문화는 반드시 극복되어야 할 구시대의 악습입니다. 이와 같은 악습은 화목한 부모·자녀 관계나 화목한 부부관계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14. 근로시간을 단축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노사 양측이 다 동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해법인데요. 사측은 단축된 시간만큼 임금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 노측은 임금을 현 상태로 유지한 상태에서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적절한 해법이 없을까요?
⇒ 해법은 간단합니다. 정부와 정치권은 심야근로와 장시간 근로를 남용하는 기업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정책만 강도 높게 추진하면 됩니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결정은 노사가 알아서 협의할 문제이므로 정부와 정치권이 그런 것에까지 신경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심야근로와 장시간 근로를 남용하는 기업에 불이익을 준다는 것은 노사가 나누어 가질 파이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노사가 그 불이익을 참을만 하다면 장시간 근로를 활용하고 줄어든 파이를 나누면 될 것이고, 반대로 그 불이익을 참기 어렵다면 장시간 근로를 줄이고 줄어들지 않은 파이를 나누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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