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시대, 당신의 삶은 편안하신가요?

[민교협의 새로운 시선] 일상의 금융화와 주주자본주의를 다시 생각하며

코스피 지수, 5000 시대가 열리다

2025년 4월 21일,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이재명 후보는 사회관계망에 이런 글을 올렸지요. "회복과 성장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주가지수 5000시대를 열겠습니다." 그날, 코스피 지수의 종가가 2,525였으니, 사람들은 코스피 지수가 두 배나 오른다는 말에 맞장구를 치기보다는 지청구를 늘어놓았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5천 이런 허황한 그런 말"이라고 했지요. 같은 당 장동혁 대표는 "민노총에 사로잡혀 있는 이재명 정부는 절대 코스피 5천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라고 붉은색까지 입혀가면서 딱 잘라 말했고요. 뉴스에 나오는 평론가들의 반응도 심드렁했답니다. 고백하면, 저도 정치인들이 늘 떠벌리는 '공약(空約)'쯤으로 깎아내렸지요.

그런데, 코스피 지수는 5천을 훌쩍 넘겼습니다. 2025년 6월 20일, 코스피 지수는 3,021을, 같은 해 10월 27일, 4,042를 기록했지요. 다음 해 1월 27일에는 5,084를 넘어서더니, 2월 25일, 6,083에 이르렀고요. 코스피 지수가 3천에서 6천으로 두 배가량 오르는 데는 겨우 8개월이 걸렸을 따름입니다. 주가가 날뛰는 '화제주'도 아닌 지수가 그야말로, '미치듯' 올라갔답니다. 하루에도 여러 종목이 상한가를 쳤지요. 삼성전자 주가는 5만 원 아래에서 20만 원 넘게 뛰어 올랐고요. 8천 원에 산 SK하이닉스 주가가 100만 원을 넘었다면서, 떼돈을 번 연예인을 다룬 기사도 실렸고요. '조방원(조선·방산·원자력)'에 이어 '반바지(반도체·바이오·지주회사)'라는 말까지 생겨나면서, 한국 주식시장에는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광풍이 불었답니다.

주식 광풍에 포섭된 일상

이번에는 다르다! 사람들은 다시 이 구호를 외치면서, 무섭게 달리는 말에 올라탔습니다. 한몫 벌려, 주가가 오를만한 종목을 찾아 빚을 내서 '몰방'치는 사람도 있었지요. 거꾸로, 주가가 내리면, 두 세배로 돈을 버는 '곱버스 레버리지 ETF'에 돈을 몽땅 꼬라박은 사람도 있었고요. 찰스 킨들버그(Charles P. Kindleberger)가 <대공황의 세계>에서 말했듯, "은행원은 말할 것도 없고 이발사, 구두닦이, 교수에 이르기까지 화제는 온통 주식시장"이었지요.

이런 탓에, 주식 광풍은 일상의 금융화를 크게 강화했습니다. 주가가 오를 때는 돈을 벌었다고 열광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상승장에서 소외를 느낄지 불안해하는 '포모(FOMO)' 현상을 겪는 사람도 있었지요. 주가가 내릴 때는 돈을 잃었다며 좌절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주식을 사지 않아 편안함을 느끼는 '조모(JOMO)' 현상을 겪는 사람도 있었고요.

일상의 금융화는 사람들의 심리에만 영향을 끼치지 않았습니다. 주식 투자를 금쪽같은 내 돈으로 했기 때문에, 실제로 돈을 벌기도 잃기도 했지요. 그렇지만, 외국인 투자자나 기관 투자자에 견주면, 떼돈을 번 개미는 많지 않았답니다. 오히려, 따라잡기 매수를 했다가 고점에서 물려 손실을 본 개미가 더 많았지요. 변동성이 큰 장세인데다가 불확실성마저 커진 탓에, 사람들은 주식 투자로 큰 재미를 못 봤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이전에도 일상의 금융화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2007년 7월 25일 코스피 지수는 문을 연 지 27년 만에 2천을 찍었지요. 그때 사람들은 '돈 복사'한다고 야단법석이었답니다. 그 뒤, 2021년 1월 7일, 코스피 지수는 3천에 이르렀습니다. 15년가량 지난 뒤인 그때에는 "이러다 재벌되는 거 아니야"라는 말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지요. 거꾸로, 세계대공황 때인 2008년 10월 24일 코스피 지수가 –10.57퍼센트로 내려갔을 때, 사람들은 내 주식이 휴지 조각이 될까 전전긍긍했고요.

그런데, 코스피 지수 5천 시대에는 이전보다 일상의 금융화가 훨씬 더 강화되고 있는 듯합니다. 강세장이 줄곧 이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은 사람들은 주가가 오르기만을 날마다 학수고대하지요. 하루 종일 호가창을 보면서, 주가가 오르는지 내리는지를 쳐다보고요. 주가가 오르면 돈을 벌었다면서 기뻐하고, 주가가 내리면 돈을 잃었다면서 온종일 우울해하고요. 코스피 지수 5천 시대에는 사람들의 삶이 갈수록 주가의 움직임에 포섭되고 있는 듯합니다.

'돈칩'이 내장된 사회

주식 투자를 하는 까닭은 딱 하나입니다. 더 많은 돈을, 더욱더 많은 돈을. 이런 까닭에 주가는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주식 계좌를 보고 있으면, 화폐가 혼자 춤추는 듯합니다. 돈이 스스로 늘어나거나 줄어드니까요. 주식시장에서는 돈을 번 사람도 돈을 잃은 사람도 머릿속에는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는 '돈칩'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말하는 "싫은 데, 내가 왜? 얼마 줄 건데?"라는 말이 떠오른답니다. 주식시장은 '화폐 물신'을 극명하게 보여주지요.

주식시장에서는 모든 것이 돈으로 나타나는 탓에, 이 관계에 담긴 사람과 사람이 맺는 관계는 잊히고, 사람의 소중함은 뒷전으로 밀립니다. 미국의 전투기들이 이란의 초등학교를 오폭해서, 초등학생 168명이 죽었습니다. 사람들은 이에 분노했지만, 전쟁탓에 주가가 내려간 데 더 아우성을 쳤답니다. 역사에 기록할 만한 주가 상승으로 '돈 복사'하려는 데 전쟁이 터져 망했다는 절망스러운 목소리가 먼저 터져 나왔지요.

2026년 3월 18일 자 <프레시안>에 최보근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운영위원이 쓴 '전쟁이 나도 주식부터 찾는 당신에게'라는 글은 주식시장에서 나타나는 화폐 물신을 이렇게 꼬집습니다.

전쟁 소식이 전해지자 여러 반응이 나왔다. 당연히도 많은 사람들이 전쟁으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 남은 이란 주민들을 걱정했다. 전범의 편에 서서 공습을 옹호하는 나쁜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자신의 주식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걱정했다. 언론은 미국의 이란 공습이 주식에 호재인지 악재인지를 연일 떠들어댔다. '진짜 피해자는 한국'이라거나 이럴 땐 '방산주'에 관심을 가져야한다거나, 심지어 어떤 경제지는 전쟁이 장기화가 되고 있으니 "미국 주식 줍줍타이밍"라는 헤드라인을 뽑기도 했다.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외치는 글쓴이의 절절함이 느껴지는 이 글은 전쟁보다 주가를 먼저 말하는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주가가 내려가는 일보다 전쟁에서 사람이 죽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냐고요. 저도 "전쟁이 나도 주식부터 찾는 당신에게"라는 제목을 읽으면서, 총알이 머리를 꿰뚫고 지나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답니다. 자리를 잡아 가는 주주자본주의 코스피 5천 시대는 단순한 대세 상승장이 아닙니다. 한국의 주식시장이 드디어 구조 변화를 겪는 징후로 읽힙니다. 대기업들의 역대급 실적 전망에 따른 '초호황'뿐 아니라 세 차례에 걸친 정부의 상법 개정은 주식시장에 큰 변화를 낳을 것입니다. 바야흐로, 우리 사회에도 주주자본주의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듯합니다. 이 새로운 자본주의는 주주가치의 극대화와 주가 부양이 으뜸인 세상을 꿈꾸지요. 구호도 간결합니다.

"우리 모두 자본가다!"

그렇지만, 우리가 모두 자본가인 세상은 없습니다. 대기업 회장님도 주주고, 노동자도 주주입니다만, 대기업 회장님과 노동자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지요. 노동자는 일터에서 열심히 자동차를 만듭니다. 임금을 올리려 투쟁하고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고요. 동시에 노동자는 주주가치를 높이고 자기가 산 주식의 가격을 끌어올리는데 온통 관심을 둡니다. 그런데, 주주가치의 극대화와 주가 부양을 하려면, 이윤을 늘려야 하는 탓에, 대기업 회장님은 노동자를 자르거나 비정규직 노동자를 씁니다. 주주인 노동자가 주주가치 극대화를 외치는 동안 노동자 자신이나 같이 일하던 동료 노동자가 잘릴 수도 있지요.

게다가, 주주자본주의에서는 사회 변화의 전망도 어둡습니다. 2025년 삼성전자 주식을 가진 사람은 460만 명이랍니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주주로서 주가가 내려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똑같이 갖고 있지요.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삼성전자의 불법 승계를 말하고 지배구조의 불합리함을 바꾸라고 외친 들 큰 호응을 얻어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주가 내려가는 소리 그만하라고 난리를 칠 테니까요.

코스피 5000 시대 당신은 편안하십니까?

이제, 코스피 지수는 조정을 받고 있습니다. 6천을 넘겼던 지수는 5천 대로 뒷걸음질 쳤지요. 고점에서 무려 20퍼센트 넘게 내려갔답니다. 3월에만 프로그램매매 매수호가 효력 정지를 뜻하는 '매수와 매도 사이드카'가 11번이나 발동했습니다. 2008년 세계대공황 때 12번 발동했으니까, 지금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엄청나지요. 3월에만 무려 천 조원이 사라질 만큼 휘발성도 강하고요. 이런 조정장에서 사람들은 잠 못 드는 밤을 보내면서도, 다시 주가가 오르리라는 희망을 품을 것입니다.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코스피 지수가 다시 6천을 넘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시장의 예상대로 1만을 넘을 수도 있고요. 그렇지만, 주가가 올라 사람들이 환호할 때, 일상의 금융화가 부추기는 화폐 물신은 더 강화될 듯합니다. 주주가치의 극대화와 주가 부양이 으뜸인 주주자본주의도 제대로 자리를 잡을 것이고요. 일상의 금융화와 주주자본주의를 다시 생각하면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한 번쯤 이렇게 물었으면 합니다. 코스피 지수 5천 시대, 당신의 삶은 편안하신가요?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상대로 강경 발언을 내놓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20원 가까이 반등했다. 코스피는 244.65포인트(4.47%) 하락한 5,234.05 거래를 마쳤으며, 코스닥도 59.84포인트(5.36%) 떨어진 1,056.34로 마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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