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사학 방치하고 학교안전?…'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정책쟁점 일문일답] 위험 건물 보유 학교, 한 곳 빼고 모두 사학

1. 지난 21일 권재원 풍성중학교 교사(교육학 박사)가 <미디어오늘>에 흥미로운 내용의 칼럼을 썼습니다. 그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가 “학교 안전을 최우선과제로 삼겠다”고 밝힌 것에는 동의하지만, “재난위험 시설로 분류된 건물을 보유한 학교들 중 단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사립학교들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또 그는 “부패 사학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막대한 안전 예산을 투입하는 일은 심각하게 재고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했는데요. 권 교사의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 권 교사 주장에 100% 동의합니다. 2010년 제가 몸 담고 있는 시민경제사회연구소는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의 요청에 따라 <서울시교육청 예산분석과 재원배분방안>이라는 180여쪽 분량의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서울시 교육청의 세입과 세출 구조에 대해서는 상당히 많이 알고 있는데요. 조희연 당선자가 권 교사의 충고를 결코 허투루 들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학교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른 시·도의 학교들에 비해 충분히 많은 예산을 받아가면서도 스스로 안전을 소홀히 해 학교 시설을 위험시설로 방치한 사립학교에는 절대 별도의 지원금을 퍼 주어서는 안됩니다.

2. 세월호 참사 직후 해양수산부도 이와 유사한 행태를 보였었지요?
⇒ 세월호 참사 직후 해양수산부는 참사 원인이 선박회사의 영세성에 있다며 기획재정부에 500억원 이상의 지원금을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사립학교들도 이와 유사한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요. 이번에 당선된 신임 교육감들은 이들의 부당한 요구를 수용해서는 안됩니다.

3. 권 교사는 칼럼에서 “재난위험 시설로 분류된 건물을 보유한 학교들 중 단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사립학교들”이라 했는데요. 이와 같은 조사결과가 나온 원인이 무엇인가요?
⇒ 권 교사는 칼럼에서 “사학 재단이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시설 개보수(에) 돈을 쓰지 않고 교육청에 지원만 요구했으며, 그렇게 받아낸 예산마저도 학생 안전을 위해 알뜰하게 쓰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는데요. 권 교사 주장은 2010년 저희 연구소가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 내부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공립학교들은 노후교실 개축비로 807억원을 지출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사립학교들은 노후교실 개축비를 전혀 지출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교실증축비 지출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는데요. 같은 기간 공립학교들이 교실증축비를 전혀 지출하지 않은 반면, 사립학교들은 234억원의 비용을 지출했습니다. 이 통계는 사립학교들이 교실증축에 적극적인 반면 노후교실 개축에는 매우 소극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4. 서울시 교육청의 1년 시설사업비는 어느 정도 규모입니까?
⇒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시설사업비 총액은 5615억원이었고, 이중 학교신증설비(2833억원)를 제외한 시설사업비는 2782억원이었습니다. 서울시 초중고교가 1290교임에 비춰보면 학교신증설비를 제외한 시설사업비는 학교당 2억 1565만원이었고, 초중고교생이 모두 110만2886명임에 비춰 보면 학생 1인당 25만2247원이었습니다.

5. 경기도 교육청의 시설사업비는 어느 정도 규모인가요?
⇒ 경기도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신증설비를 제외한 시설사업비는 3492억원이었습니다. 역시 경기도 초중고교가 2235교임에 비춰보면 학교당 1억 5624만원이었고, 초중고교생이 모두 165만8420명임에 비춰 보면 학생 1인당 21만562원이었습니다.

6. 서울시 교육청의 학교당 시설사업비가 경기도 교육청보다 1.38배 많고, 학생 1인당 시설사업비는 1.2배 더 많군요. 그런데도 서울시내에 있는 보수진영 교육단체들은 시설사업비가 부족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 시설사업비 비중이 작아지고 교육사업비 비중이 커지면 교육복지사업 비중도 커집니다. 그래서 교육복지에 거부감이 큰 보수진영 교육단체들이 교육사업비 비중이 커지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것 같습니다.

7.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곽노현 전 교육감이 무상급식을 놓고 격렬하게 충돌했는데요. 당시 서울시 교육청의 시설사업비는 경기도와 비교해서 어느 정도 수준이었나요?
⇒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2010년 학교신증설비를 제외한 시설사업비는 8125억원이었습니다. 학교당 6억 3775만원이었고, 학생 1인당 63만7740원이었습니다. 또 경기도 교육청에 따르면 그해 학교신증설비를 제외한 시설사업비는 모두 2945억원이었는데요. 학교당 1억 3819만원이었고, 학생 1인당 16만3811원이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통계로부터 2010년 서울시 교육청의 학교당 시설사업비가 경기도 교육청보다 4.6배 더 많았고, 학생 1인당 시설사업비도 3.9배 더 많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8.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오세훈 전 시장은 무상급식 때문에 교육시설 노후화가 심각해질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오 전 시장의 이런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 경제규모가 10위권을 넘나드는 대한민국, 1인당 GDP가 40위권을 넘나드는 대한민국에서 무상급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딴지를 건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입니다. 지금 전세계 90개국이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수준에서 아동수당을 지급하거나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일각에서 “사회주의 정책” 운운하는데요. 지나치게 시야가 좁고 공부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입니다. 선진국들의 아동수당 지급액은 평균적으로 우리 돈으로 20만원 정도, 1인당 GDP 격차 고려하면 10만원 정도입니다. 우리나라 무상급식비가 한달에 5만원 정도이므로 선진국 아동 수당의 절반수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9. 선진국에서는 아동수당을 몇 살까지 지급하나요?
⇒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18세까지 지급합니다. 물론 급여액이나 지급방식, 지급연령은 나라마다 다양합니다.

10. 곽노현 전 교육감이 시설사업비를 많이 줄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어느 정도로 줄였나요?
⇒ 2010년 제가 몸 담고 있는 연구소는 곽 교육감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공정택 전 교육감이 2008년 이후 과다하게 늘려 놓은 시설사업비를 2007년 수준으로 낮출 것을 권고했습니다. 서울시 교육청 시설사업비는 2007년 7149억원이었는데요. 공 전 교육감은 그것을 2008년 1조 1778억원까지 늘려놓은 바 있습니다. 곽 전 교육감은 저희들의 권고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시설사업비를 2011년 6175억원, 2012년 7754억원으로 낮췄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시설사업비에는 학교 신증설비가 포함된 것입니다.)

11. 곽 전 교육감은 2010년 7월부터 2012년 9월까지 재임했는데요. 이 기간 동안 시설사업비는 어느 정도 줄어들었나요?
⇒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2010년과 2012년 사이 시설사업비는 9831억원에서 7754억원으로 2077억원 줄어들었습니다. 보수진영 교육단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곽 전 교육감이 시설사업비를 엄청나게 많이 줄인 것은 아닙니다. 일차적으로 2007년 수준으로 줄이자는 저희들의 권고를 수용한 정도였습니다.

12. 2년간 2000억원 이상의 시설사업비를 줄이려면 교육청 공무원들이 힘들지 않았을까요?
⇒ 시설사업비를 줄이는 것을 지방 의회 의원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중간에서 공무원들의 고충은 있었겠지만, 그들의 엄살만큼 힘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크게 네 가지인데요. 첫째, 저희가 권고한 시설사업비 목표가 2007년 수준이었기 때문에 과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둘째, 2008년에 956억원, 2009년에 421억원이 투입된 화장실 개선사업의 경우, 2010년에 사업이 대부분 마무리되어 당분간 이 사업에 100억원 이상을 투입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셋째, 2008년에 1620억원이 투입된 냉난방 시설사업도 2009년에 대부분 마무리되어 2010년 150억원 이상을 투입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넷째, 2010년 1992억원이 투입된 강당 겸 체육관 건설사업도 2011년 이후 예산이 줄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았습니다. 실제로 강당 겸 체육관 건설사업비는 2011년에 817억원으로 줄어들었고, 2013년에 189억원으로 줄어들었습니다.

13. 지난해부터 정부는 대통령 공약을 실천해야 한다며 시도교육청으로 하여금 거액의 유아교육비 지원을 하도록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시도교육청이 재정운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요.
⇒ 정부의 유아교육비 지원 확대정책에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생색은 대통령이 내고 비용의 많은 부분을 지자체가 부담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습니다. 이 정책으로 인해 서울시 교육청의 누리과정 지원비(만 3~5세 유아교육 지원비)는 2011년 732억원에서 2012년 1605억원으로 늘었고, 2013년에는 4782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올해에는 5573억원으로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림] 서울시 교육청의 누리과정 지원비(단위 : 억원)

(주) 2010~2013년 실적 기준, 2014~2017년 예상 기준.
(출처) : 서울시 교육청, 2013~2017 중기서울교육재정계획.

14. 보건복지부와 정치권이 담뱃세를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담뱃세 세수 중 2조원 정도가 시도교육청으로 이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담뱃세 인상은 시도 교육청 재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텐데요. 서울시 교육청의 담뱃세 세입은 어느 정도 규모입니까?
⇒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2012년 서울시교육청의 담뱃세분 지방교육세 세입은 2715억원이었고, 담배소비세분 전입액은 2444억원이었습니다. 이 둘을 합치면 모두 5159억원입니다. 현행 지방세법은 지자체가 담배소비세의 50%를 지방교육세로 징수하도록 하고 있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특별시·광역시가 징수하는 담배소비세의 45%를 시·도교육청으로 전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15. 지난해와 올해 일부 의원들이 담뱃세 인상을 목표로 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요. 그 내용과 효과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시죠.
⇒ 최근 가장 많이 팔리는 국산 담뱃값은 2500원인데요.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지난해 3월 담뱃값 2000원 인상을 목표로 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양승조 의원과 새누리당의 이한구 의원은 각각 지난해와 올해 500원 인상을 목표로 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저의 분석 결과 김재원, 양승조, 이한구 의원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서울시 교육청의 담뱃세 세입은 각각 45%, 10%, 12.6% 늘어 나게 되는데요. 증가분은 각각 2321억원, 513억원, 648억원입니다.

16. 양 의원과 이 의원이 모두 담뱃값 500원 인상안을 내놓았는데요. 세수가 다른 이유가 뭔가요?
⇒ 담배에 붙는 세금에는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건강증진부담금, 폐기물 부담금, 부가가치세가 있는데요. 양승조 의원은 500원 인상 법안을 내놓으면서 세목별 세율 인상률을 달리 했습니다. 즉 양 의원이 건강증진부담금 인상률을 50.8%로 높게 설정하다 보니, 이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방교육세 인상률(18.1%)이 낮아진 겁니다. 이 의원의 지방교육세 인상률은 20.9%였습니다.

17. 양 의원이 세목별 세율 인상률을 다르게 한 것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나름대로 건강증진부담금 증세가 담배소비세나 지방교육세 증세보다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텐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도 세목별 세율 인상률을 다르게 했습니다. 김 의원의 법안을 분석해 보면 그가 지방교육세와 건강증진부담금 인상률을 각각 82.4%, 223.7%로 설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도교육청 교육감들은 국회의원들의 담뱃세 인상 개정안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보건복지부가 해당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들과 함께 담뱃세 인상을 주도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의 증세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8. 앞에서 김재원, 양승조, 이한구 의원의 개정안에 따른 지방교육세 세입 증가율이 각각 45%, 10%, 12.6%라 했습니다. 그런데 세율 증가율은 각각 82.4%, 18.1%, 20.9%라 했는데요. 양자 간에 차이가 나는 이유가 뭔가요?
⇒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놓은 보고서, ‘담배가격 인상에 따른 재정 영향 분석’에 따르면 담뱃값이 500원 오르면 담배소비량이 6.9% 줄어 들고, 2000원 오르면 20.5% 줄어듭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소비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이들의 전망을 차용하면 위와 같은 수치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즉 세율은 18.1~82.4% 오르지만, 세율 인상으로 인해 담배소비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세수 증가율은 10~45%에 그치는 겁니다.
19. 오늘 발언한 내용을 요약해 주시죠.
⇒ 오늘 발언한 내용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 조희연 당선자는 권재원 교사의 충고를 결코 허투루 들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다른 시·도의 학교들에 비해 충분히 많은 예산을 받아가면서도 스스로 안전을 소홀히 해 학교 시설을 위험시설로 방치한 사립학교에는 절대 별도의 지원금을 퍼 주어서는 안됩니다. 둘째, 서울시 교육청의 통계는 사립학교들이 교실증축에 적극적인 반면 노후교실 개축에는 매우 소극적이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셋째, 전세계 90개국이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수준에서 아동수당을 지급하거나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넷째, 유아교육비 지원 확대정책에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생색은 대통령이 내고 비용의 많은 부분을 지자체가 부담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습니다. 다섯째, 시도교육청 교육감들은 국회의원들의 담뱃세 인상 개정안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보건복지부가 해당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들과 함께 담뱃세 인상을 주도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의 증세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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