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MD 편입은 ‘도자기 가게에서 쿵후 하는 격’

[정욱식 칼럼] 중국이 한국의 MD 편입에 쌍심지를 켜는 이유는

"우리 중국사람들이 한국사람들을 좀 석연찮게, 좀 뜨악하게 생각하고 있는 게 그 점 때문이야. 돈은 중국에서 다 벌어가면서, 방위는 중국을 견제해 대는 미국 편에 서 있는 것 말이야. 그래서 어느 지식인이 이렇게 비판했잖아. 한국은 도자기점에서 쿵후를 하고 있다. 그거 얼마나 표현을 잘했어. 도자기점에서 쿵후를 하면 어떻게 되겠어? 도자기들 다 박살내는 거지. 한국이 계속 그런 식으로 했다간 중국과의 관계는 도자기점이 될 수밖에 없잖아."

조정래의 장편소설 <정글만리>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러나 이건 소설 속의 얘기만은 아니다. 중국이 미사일 방어체제(MD)를 비롯한 한미 전략동맹 및 한미일 3각 동맹 추진 움직임에 강한 경고를 발신하고 있는 건 '논픽션'이다.

한미일 3자 MD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던 2014년 5월 28일 한 기자는 미국이 한국에 MD를 배치할 계획이라는 보도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물었다. 그러자 중국 대변인은 "불확실성, 복잡성, 민감성이 한반도 정세에서 발견되고 있다"며, 이렇게 말을 이어간다.

"MD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도 분명하다. 우리는 아시아 지역에 MD 배치가 지역 안정 및 전략적 균형을 저해한다고 여긴다. 우리는 미국이 이 지역의 관련 당사국들의 합당한 우려에 대해 심사숙고하기를 바란다."

그의 발언에서 주목을 끈 건 "우리는 긴장이 폭발해 우리의 문 앞에서 전쟁과 대혼란으로 이어지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한 부분이다. 미국이 한국에 MD를 추가로 배치하면 한반도 전쟁 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한국의 MD 편입되면 한중관계 희생될 것"

29일자 관영 <신화통신>의 논평은 중국의 불편한 심기를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한국 측이 미국의 추가적인 MD 배치를 받아들일 경우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시키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한국이 이 지역의 가장 큰 경제 대국의 반대를 무시하고 MD 네트워크에 유혹돼 넘어간다면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시키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강도 높은 경고의 배경에는 미국이 한국 내 배치를 검토 중인 전역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THAAD)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인접국까지 커버"할 수 있고, "미국이 주도하는 MD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번영에 해"가 될 수 있으며, "(MD가 촉발하는) 군비 경쟁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추진하는 환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미국의 요구에 화답해 (MD) 마차에 올라타기로 결정한다면 이는 한국과 지역 전체에 불행한 소식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군 당국이 지난해 10월 30일 공개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체계 요격도.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이 남한 지역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국이 보유한 조기경보위성이 열 감지에 의해 최초로 미사일을 탐지한다. ⓒ국방부=연합뉴스

이처럼 중국은 미국의 한국 내 MD 배치를 동북아의 화약고인 한반도에 미국이 위험한 인화물질을 갖다놓는 것으로 여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이 미일동맹의 MD에 편입되면 '한국이 도자기 가게 안에서 칼을 들고 쿵후를 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결국 미국 주도의 MD는 중국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눈에 쌍심지를 켜는 이유는

중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MD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세계 최강의 공격력을 갖고 있는 미국이 방어력까지 증강하면, 중국의 대미 억제 전략에 큰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대만 해협, 센카쿠(尖角)/댜오위다오(釣魚島), 남중국해 등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개입 여부이다. 그리고 미국의 개입 여부는 미국이 동맹국들과 MD를 구축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 미국 주도의 MD에 편입될 가능성에 중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 연장선상에서 파악할 수 있다. 중국 심장부에서 가장 가까운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MD에 편입되면, 미국의 대중국 포위·봉쇄 전략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안보 전문가들은 일찍부터 이 문제를 경고해왔다. 저명한 국제정치 학자인 베이징대 주펑(朱鋒)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전략적 안정을 대단히 중요시한다. 만약 한국이 미·일 주도의 MD에 가입하면 중국 인민해방군을 완전히 벼랑 끝으로 몰아갈 것이므로 중국은 분명히 한국에 대한 전략을 바꿀 것이다. MD는 한·중 우호의 마지노선이다."(<중국의 내일을 묻다>, 문정인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2010년, 252쪽.)

중국사회과학원의 왕쥔셩(王俊生) 연구원의 설명은 보다 구체적이다. 그는 "중국이 한미일 공동의 MD를 반대"하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든다. 첫째, "만약 한미일 3국이 MD를 추진한다면 북한으로서는 더욱더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게 된다." 둘째, "중국은 이것이 북한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사실상 미국이 중국을 억제하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그러면서 "한국이 MD에 참여한다면 한중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국은 한중관계에 큰 이익 관계가 형성된 것을 고려하여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디펜스21플러스> 2014년 5월호)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내에서는 미국이 MD 명분을 잃지 않기 위해 북한과의 협상을 꺼린다는 시각이 대단히 강하다. 조선족 출신의 학자이자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진징이(金景一) 베이징 대 교수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체제가 이뤄지면 미국의 MD 체제 구축도 명분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에서 이러한 시각을 읽을 수 있다.

언제까지 위험한 줄타기를 할 건가?

기실 중국이 시진핑(習近平) 체제 등장 이후 한중관계 개선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한국 외교에도 큰 기회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가 아니라 '양쪽 이랑의 풀을 뜯어 먹으면서 커 나갈 수 있는 영리한 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박근혜의 대한민국호는 균형을 급속히 잃어가고 있다.

중요한 건 이게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외교적으로 억제하고 해법을 모색하면, 미국 주도의 MD와 한국에 여기에 편입될 환경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6자회담 재개에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북한, 중국, 러시아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해왔다. 최근에는 일본마저도 북한과 관계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6자회담 재개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면 미국도 따라올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부는 "미국의 MD에 편입될 계획이 없다"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소나기를 피하려고 한다. 그러나 북핵을 계속 방치하면 소나기 정도가 아니라 폭풍우를 동반한 태풍이 언제든 덮칠 수 있다. MD와 북핵은 서로 의지하면서 동반 성장하고 있는 괴물과도 같은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북·일 관계 개선 움직임, 시진핑 주석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북한의 아시안 게임 참가 등 한반도 정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호재들이 눈앞에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겐 이러한 호재를 살릴 수 있는 안목이 없는 듯하다. 통일외교안보 정책의 컨트롤 타워라는 국가안보실 실장에 대북 강경파인 김관진 국방장관을 앉히면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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