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인들, '세 모녀 자살' 참극 벌써 잊었나

[정책쟁점 일문일답] 여야의 황당한 지방선거 10대 공약

1.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1일 각 정당의 지방선거 10대 공약을 공개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어떻게 보았습니까?
⇒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공약이 기대 이하였는데요. 세월호 참사 이후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이 왜 동반 하락하고 있는지 공약에서도 그 이유가 확인되었습니다. 한국갤럽이 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4월 첫째 주와 5월 첫째 주 사이에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61%에서 46%로 15% 급락했고, 새누리당은 43%에서 39%로 4% 포인트 하락했으며, 새정치연합은 27%에서 23%로 4% 포인트 하락했습니다. 

2. 먼저 주요 정당의 10대 공약 중에서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공약 하나씩 골라 주시죠.
⇒ 새누리당 공약 중에서는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5000명을 증원하겠다는 공약이,  새정치연합 공약 중에서는 여야정과 시민사회,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안전대한민국 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공약이 눈에 띄었습니다. 또 통합진보당 공약 중에서는 마을버스 버스공영제를 시행하겠다는 공약이, 정의당 공약 중에서는 지방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겠다는 공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3. 주요 정당의 10대 공약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실망감이 컸다고 했는데요. 새누리당 10대 공약 중에서 가장 큰 결함은 무엇입니까?
⇒ 새누리당 공약 중에서 가장 큰 결함은 ‘안전 공약’에 있었습니다. 새누리당 안전 공약에는 세월호 참사의 근본원인에 대한 분석이 전혀 없었고, 근본대책에 대한 고민도 전혀 없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이 정부와 여당 정치인들이 강조했던 '무차별적인 규제완화'와 '경제사범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에는 이에 대한 성찰이 전혀 없었습니다.     

4. 새누리당 안전 공약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까?
⇒ 새누리당 안전 공약 내용은 크게 세 가지인데요. ‘국민안전 플랜’을 만든다는 것, 안전과 관련된 잘못된 관행과 비리를 철폐한다는 것, 다중이용교통시설의 안전 대책을 강화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문제는 새로운 내용이 거의 없다는 것인데요. ‘국민안전 플랜’의 경우 재난 대응 컨트롤 타워 강화하고, 안전매뉴얼 재정비하고, 재난 안전 무선통신망 구축하고, 안전과 관련된 관행․제도․규정을 개선한다는 것이 전부입니다. 대충 립서비스 개혁으로 세월호 참사 이후의 위기를 모면하겠다는 것인데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새누리당의 무책임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5. 새정치연합 10대 공약 중에서 가장 큰 결함은 무엇입니까?
⇒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이 터졌을 때 새정치연합은 정부와 여당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세 모녀 대책 공약을 10대 공약에 넣지 않았습니다. 정말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동안 1만 4160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 문제를 일부나마 해결하려면 기초수급 대상자를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려야 하는데요. 여야 정당들은 자신들 전시행정에 몰두하느라 기초수급자 확대에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6. 새정치연합의 10대 공약을 보면 ‘EBS 영어교육전문채널 신설을 통해 영어사교육비를 절감’한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 공약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MB정부의 ‘어륀지’를 연상케 하는 공약인데요. 새정치연합이 왜 이것을 10대 공약에 넣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수능의 영어 시험 수준이 미국의 고2 교과서 수준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영어 사교육비가 폭발적으로 늘고 학생들이 사교육에 신음하는 주요 원인입니다. 수능의 영어 시험 수준이 미국의 고2 수준이면 어떤 사람들이 이익을 볼까요? 미국에 유학을 보낼 경제적 능력이 있거나, 고액 영어 과외를 시킬 능력이 있는 고소득층들이 큰 이익을 얻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입 영어 시험 문제를 지금보다 훨씬 더 쉽게 출제하고, 대신 고급 영어 실력이 필요한 사람은 언제라도 가까운 교육기관에서 별도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즉 영어교육을 입시교육보다는 평생교육, 성인교육의 일환으로 전환해야 하는 겁니다.   

7. 고급 영어 실력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나 가까운 교육기관에서 별도의 교육을 받는다?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돈이 많이 들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 않을까요?
⇒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도 고용노동부는 각종 교육기관과 제휴하여 IT 인력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양산된 IT인력이 지나치게 많아서 중·하급 IT인력의 경우 임금이 전산업 중에서 가장 낮게 책정되는 부작용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시스템을 차용하면 고급 영어 실력이 필요한 사람들이 가까운 교육기관에서 별도의 교육을 받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물론 정부가 강사의 질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것을 하기 위한 약간의 예산을 책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영어 사교육 지옥, 영어 입시 지옥에서 신음하고 있는 초중고생들, 그리고 부와 학력의 대물림을 촉진하는 퇴행적인 대입제도를 생각하면 그까짓 영어강사 질 관리 비용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8. 주요 정당의 지방선거 10대 공약이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는데요. 그렇게 보는 이유가 뭔가요?
⇒ 주요 정당의 공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목소리 높은 이익집단의 주장이 지나치게 많이 반영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한 해 1만 4160명이 자살하는 현실에서, 주요 정당 모두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를 지나치게 적게 했다는 것은 충격적인데요.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 이후 주요 정당이 이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들의 행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입니다. 

9. 주요 정당의 지방선거 10대 공약을 보면 지방정부 개혁에 대한 공약은 없는 것 같습니다. 
⇒ 지방정부가 많이 썩어 있습니다. 정보 공개 수준도 형편없이 낮습니다. 그런데도 지방 정치인들과 그 주변 학자들은 중앙정부더러 돈만 내려 달라고 요구합니다. 이와 같은 어설픈 행태로는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없습니다. 지방정부가 국민들 사랑을 받으려면 시도연합회와 시군구연합회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개혁을 주도해야 합니다. 호화청사 건립과 전시행정을 남발하는 지자체, 부정비리가 잦은 지자체의 지방교부금을 대폭 삭감하고, 정상적인 지자체에 지방교부금이 많이 배분되도록 하는 개혁법안을 만들고 입법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무능하고 부도덕한 지방 정치인들을 대표로 선출한 주민들은 큰 손해를 보기 때문에, 선거 때 유능하고 도덕적인 인사를 대표로 뽑기 위해 노력하고 또 수시로 이들을 감시,통제하며 아래로부터의 통제를 자발적으로 실천하게 될 것입니다. 

10. 연간 35조원에 달하는 지방교부금 배분권도 안전행정부가 아니라 시도연합회와 시군구연합회가 공동으로 행사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교부하는 지방교부금은 연간 35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일차적으로는 배분 프로그램에 의해 배분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좋은 지자체, 나쁜 지자체 구별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프로그램에 의해서만 배분하게 되면 나쁜 지자체에 유리하기 때문에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인센티브와 패널티의 부과 기준과 정도를 안전행정부가 아닌 시도연합회와 시군구연합회가 공동으로 만들고 집행해야 합니다. 물론 안전행정부는 자신들의 기득권이 사라지기 때문에 강하게 저항할 것입니다. 그러나 개혁파는 명분없는 저항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11. 1조 3000억원에 달하는 특별교부세가 안전행정부의 쌈짓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 지방교부세(지난해 34.4조 원)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보통교부세(지난해 31.4조원)와 특별교부세(지난해 1.3조 원), 그리고 분권교부세(지난해 1.7조 원)가 그것인데요. 이중 보통교부세와 분권교부세는 법규와 지침에 따라 배분되므로 안전행정부가 재량권을 활용할 여지가 적습니다. 반면 특별교부세 배분과정에서는 안전행정부의 재량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각 지자체들이 이것을 따내기 위해 안전행정부 관료들에게 많은 로비를 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특별교부세를 둘러싼 악취 나는 로비와 경쟁을 일컬어 '돼지여물통 정치'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것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폐지를 모색했지만 반으로 줄이는데 그쳤는데요. 지난해 특별교부세 규모(1.3조 원)는 노 전 대통령이 특별교부세 개혁을 추진하기 직전 상태, 즉 2004년 수준 그대로입니다. 

12. 안전행정부는 보통교부세 교부 내역에 대해서는 시군구별로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는데요. 특별교부세 내역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 더러운 돈은 볕을 싫어합니다. 더러운 돈을 주는 사람도 볕을 싫어하고 더러운 돈을 받는 사람도 볕을 싫어합니다. 특별교부세가 떳떳하게 배분되고 있다면, 그것을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특별교부세 규모를 절반으로 줄여 보통교부세로 전환하고, 그 내역도 명확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또 앞으로는 그 용도도 재난 및 안전 관리에 한정해야 합니다. 현행 법규는 특별교부세 중 40%를 지역현안 수요에, 50%를 재난 및 안전관리 수요에, 10%를 정부 시책 수요에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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