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장성택 처형 계기로 국정원 개혁 '딴지'

윤상현 "北이 가장 두려워하는 국정원 손발 묶어선 안 돼"

새누리당이 북한의 장성택 처형을 기점으로 국회의 국가정보원 개혁 논의에 찬물을 끼얹는 분위기다. "국정원 개혁에 매몰돼 대북 정보를 놓쳐선 안 된다"(최경환 원내대표)는 것인데, 마지못해 국정원 개혁특위에 합의한 새누리당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정원 개혁을 아예 무력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처형 소식이 전해진 13일, 장성택의 실각과 연이은 처형이 국정원의 정보망에 포착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공 수사권 폐지 등 민주당의 국정원 개혁안을 반대하는 명분으로 내세웠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장성택 처형 등으로 북한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면서 "(국정원) 개혁에 매몰돼 대북 정보를 놓치는 우를 범해선 결코 안 된다"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국내파트 대폭 축소나 대공 수사권 폐지는 북한 추종 세력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과 북한의 정세 변화에 따른 긴급 사태 발생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국정원의 손발을 묶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북한 체제의 2인자 장성택이 처형됐는데, 김정은 체제가 불안정해질수록 우리 남한에 대한 직간접적인 공격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 수석부대표는 또 "대공 수사권 폐지가 국정원 개혁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철없는 주장"이라고 민주당의 개혁안을 비판하기도 했다.

새누리, 국정원 개혁 일제히 '딴지 걸기'…"국정원 특위 걱정돼"

야당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채익 원내부대표는 "진보세력들이 국내 정치엔 '유신독재', '유신회귀', '공포정치'라고 비판하면서 북한의 숙청과 인권 유린 공포정치에 대해 한 마디 성명서나 발표가 없는 모습을 국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며 "많은 국민들이 북한의 급변 사태를 보며 불안해 하는데, 특히 국회에 국정원 특위 활동을 하면서 걱정한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의원은 아예 국정원의 대북 휴민트(인적 정보)가 되살아 났다며 국정원 보위를 적극 주장했다. 그는 "지난번 실각도 북한 발표보다 1주일 이상 빨리 포착했고, 이번에 이런 상황도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며 "대북 휴민트가 되살아 나고 있고 국정원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국정원 개혁특위에 대해서도 "국회 국정원 특위 활동을 보면서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며 "엄중하고 위급한 상황에 국민과 많은 정보 기관원들이 국회 특위 중계방송을 시청했다는 것 자체가 국가적으로 정말 부끄럽고 유감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전날 남재준 국정원장 등이 출석한 특위 회의는 중계방송 없이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서 위원장이 이를 착각해 잘못된 주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그는 "아직은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없지만 북한이 내부 혼란을 핵 실험, 미사일 등의 대남 도발로 커버할 가능성이 있어 범국가적 비상 체제를 가동해 예의주시해 만발의 대비를 해야 한다"며 야권을 향해서도 "대정부, 새누리당 공격엔 앞장서는 진보 세력이 왜 북한의 장성택 숙청과 처형 등 인권유린 공포정치에 대해선 한 마디 성명서도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

한편, 서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정원으로부터 장성택 처형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전하면서 "최근 장성택 핵심 측근 2명이 기관총으로 처형됐다는 것을 국정원이 확인한 바 있다. 이번 처형도 같은 방식일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확인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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