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용산기지 이전은 미국 정책에 따른 것"

내부 자료서 밝혀…"이래도 이전비용 내야하나" 비난의 목소리

국방부가 주한미군의 용산기지 이전은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세계군사변환 정책인 해외주둔미군재배치(GPR, Global Posture Review) 계획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국방부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국방부 정책실이 2004년 7월 23일 작성하고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최근 입수한 문서 '용산기지 이전 합의서 및 LPP(연합토지관리계획)개정 협정 관련 Q&A 자료'에 의한 것이다.

국방부는 이 자료 6페이지에 나온 '미측이 유엔사와 연합사의 이전을 희망하는 이유'라는 항목에서 "용산기지를 오산·평택지역의 핵심통합기지로 이전하는 것은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해외주둔미군재배치(GPR) 계획의 일환"이라고 명시했다.

이는 용산기지 이전이 미국의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시민단체와 학계의 문제제기에 대해 '노태우 정부 시절부터 우리 정부가 요구해 왔다'고 강변해 온 국방부 역시 이미 그 '진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자료는 또 수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이전비용에 대해 '우리의 요구로 이뤄지는 이전인 만큼 우리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국방부의 논리가 근거 없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정부가 향후 어떤 논리로 대응할지 주목된다.

여전히 '애용'되는 논리 스스로 부정한 증거
▲ 윤광웅 국방장관과 주한미군 선임장교 자격인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이 2004년 용산기지 이전 포괄협정(UA) 및 이행합의서(IA)와 연합토지관리계획(LPP) 개정안에 공식서명식에서 서명을 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의 주장대로 우리 정부가 1988년 3월부터 용산기지를 포함한 서울 도심의 미군기지 이전을 검토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같은 '검토'는 1990년대 초반 1차 북핵 위기가 발발하면서 백지화됐다. 따라서 용산기지 이전이 그 '검토'를 근거로 이뤄진다는 것은 이전 비용 부담을 합리화하기 위한 '궤변이자 허위'라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었다.

국방부는 2004년 12월 용산기지 이전협정의 국회 비준 절차를 앞두고 여러 차례 국회에서 행한 발언에서 시종일관 용산기지 이전은 GPR과 무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4년 12월 6일 당시 차영구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OTA)회의 한국 측 협상대표(당시 국방부 정책실장)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가 주최한 공청회에서 "용산기지 이전을 가지고 GPR과 연계시키는 것은 정말 난센스 중의 난센스예요. 미국의 미래전쟁의 변화 이런 것 때문에 오는 전반적인 조정의 개념이에요. 그것과 용산기지를 어떻게 연결해요?"라고 언급했다.

다음날인 7일 당시 최영진 외교부 차관도 국회 통외통위 답변에서 "GPR과 용산기지 이전을 합치시는 것은 많이 무리가 있는 것이, 미국 측은 마지막 순간까지 용산기지를 그대로 갖고 싶어 했다. GPR과의 관계는 두 가지 점에서 맞지 않습니다. 시기적으로 늦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측이 용산기지 사령부를 유지하기를 끝까지 원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같은 주장은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을 꺾기 위한 논리로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미국도 이미 공개리에 밝힌 사실

그러나 국방부 자료가 밝히고 있는 바대로 미국은 이전 협상을 진행하던 당시에도 기지 이전이 자신들의 요구에 따른 것임을 공개리에 밝혔었다.

대표적으로 미국 측 협상 대표였던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2004년 6월 국내의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이 한강 이남으로 이동해 오산·평택 허브로 통합되면 군의 효율성이 증대된다. 그래서 오산·평택 두 개의 허브에 제대로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용산기지 이전 문제와 관련, 한국의 언론으로부터 미국이 이전 합의를 지연시키는 주체로 인식되었으나 실제로는 용산에 연합사와 유엔사가 남아 달라고 한 것은 한국 정부였다"고 말했다.

참여연대가 입수한 보고서 역시 이같은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다. 보고서는 "미측의 이전제의는 군사적 관점에 기초하여 판단한 것"이라며 "그러나 한미연합사의 경우는 한미 동수로 구성된 연합지휘본부이므로 미측 단독으로 이전을 결정할 사안이 아니었기에 우리 측과 협의해 온 것"이라고 해명해 연합사를 용산에 남기고자 한 것이 한국이고 완전히 이전하고자 한 것이 미국이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 <프레시안>이 지난 2월 입수해 공개한 청와대 국정상황실의 2005년 4월 8일자 문서에도 이전 협정을 총괄하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용산기지 이전은 GPR 차원에서 사실상 전략적 유연성과 직접 연계돼 있다는 사실을 미국의 설명을 통해 잘 알았다"고 되어 있다.

이 국방부 자료와 관련해 참여연대 관계자는 "용산기지 이전이 주한미군 재배치와 별개의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미국 측이 요구하는 '이전비용의 한국 측 전액부담' 방침의 불평등성, 또는 이에 대한 굴욕협상이라는 비난 등을 피하기 위한 '거짓말' 혹은 '고의적 무시'였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용산미군기지이전협정과 LPP 개정협정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민단체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은 이날 2007년 이후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 협정 체결을 위해 29일부터 30일까지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는 한미간의 2차 협상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의 중단과 방위비 분담 협정의 폐기를 촉구했다.

평통사는 기자회견문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 따라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와 명분이 사라져 방위비를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어졌다"며 "방위비 분담협정이 완전폐기 되기 이전이라도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에 굴복하는 불평등한 협상을 막아내고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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