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되면 광우병, GMO, 농약이 식탁에 오를 텐데…"

생명환경단체 경고…"검역 완화 압력에 정부 속수무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당장 일상생활에서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무엇일까? 한미 FTA를 우려하는 많은 전문가들은 국내 식품 안전의 위협을 가장 큰 변화로 꼽는다. 질 낮고 위험한 미국산 먹을거리가 우리 식탁을 지배하게 되기 때문이다.

국민 안전 위한 장벽 철폐하라고?

녹색연합, 한살림,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등 16개 생명·환경단체들은 한미 FTA 제2차 협상을 맞아 11일 "한미 FTA는 국민의 생명과 환경을 위협한다"며 FTA 반대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이들 단체들은 특히 "한미 FTA는 우리의 식품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들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미국이 자국의 농·축산품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 우리의 '위생 검역(SPS, Sanitary and Phytosanitary)' 조치 완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SPS는 안전한 기준을 통과한 식품, 농·축산물만 수입할 수 있게 하는 조치로서 자국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장벽이다.

그러나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미 협상 개시 때부터 "한국이 위생 검역상 그 어떤 부당한 규제 조처도 제거하도록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면서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미 우리 정부는 수입 농산품의 농약 잔류량 기준을 완화하는 등 미국 정부의 압력 탓에 지속적으로 SPS를 완화해 왔다.

'GM 표시제'도 철폐 가능성 높아…스위스에선 GM 거부감 때문에 FTA 결렬

생명·환경단체는 지속적으로 미국 정부가 요구해 온 '유전자 조작(GM)' 식품에 대한 표시제 철폐 압력에 대해서도 큰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 단체들은 "한미 FTA가 실시되면 기존의 GM식품 표시제가 미국의 압력으로 전면 철폐되는 등 우리 식탁에 미국산 GM식품이 아무런 규제 없이 오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GM식품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전 세계 GM작물 재배면적의 67%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 단적인 예다. 더구나 미국은 GM 식품에 대해서 "'안전하지 않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유럽 대부분의 나라와 국내에서 실시하고 있는 표시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FTA의 가장 주된 요구 사항으로 GM식품에 대한 표시제 철폐를 요구해 왔다. 지난 2월 미국과 FTA가 결렬된 스위스의 경우에도 가장 큰 결렬 이유가 국민 대다수가 GM식품 표시제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2001년 3월부터 미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옥수수, 콩 등 GM작물에 대한 표시제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하더라도 수입금지 못해

한편 생명·환경단체는 4대 선결 조건 중 하나로 우리 정부가 수용하기로 한 광우병 감염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서도 "국민의 생명 안전을 위협할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미국은 쇠고기와 관련해 모든 부위에 대한 수입을 즉각 허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 정부는 가장 중요한 협상 카드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FTA 테이블에서 거론조차 하지 않고 들어주려 하고 있다"고 강하게 정부의 처신을 성토해 왔다.

특히 미국은 축산물 수입과 관련해 '지역화' 원칙을 내세우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즉 미국에서 광우병이 추가로 발생하더라도 비발생 지역에서 생산된 쇠고기에 대해서는 수입금지 조치를 취해선 안 된다는 것. 실제로 이미 우리 정부는 조류독감의 발생이 확인되지 않은 주에서 생산된 미국산 닭고기 등에 대한 금수 조치를 해제한 경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쇠고기 수입 재개가 이뤄진 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해당 주에서 수입된 것이 아닌 쇠고기는 계속 국내 소비자들에게 공급될 수밖에 없다. 광우병의 원인 물질이라고 지목된 변형 프리온 단백질은 '인간광우병(vCJD,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추정돼 왔다. 인간광우병은 잠복기가 길고 치료할 길이 없어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지목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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