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발생한 광우병 소의 나이를 추정하는 과정에서 농림부가 과학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불충분한 조사 과정을 통해 결론을 내렸다는 의혹이 현직 수의사를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1998년 4월이라는 시점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반박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28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추진하는 농림부와 수입을 반대하는 민주노동당, 시민·사회단체는 같은 시간에 공식적인 의견을 자세하게 피력했다. 이날 오후 이명수 농림부 차관은 KBS1 라디오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의 정당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고, 같은 시간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과 시민·사회단체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 문제와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프레시안>은 이날 양 측의 주장을 공방 형식으로 재구성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해 어느 쪽의 말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 가감 없이 보여주려 한다. 이명수 차관의 발언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의 주장은 국회 의원회관 토론회에서 따온 것이다. <편집자>
농림부 "알만한 전문가들이 미국 측 자료 보고 결정 내렸다"
이명수 농림부 차관 : 미국 측에서 신뢰하는 수의사의 소견서가 있다. 그들이 보내준 사진과 유전자 검사 기록도 있다. 소가 거래된 당시 기록도 확인했고 한국 전문가들도 현지에서 앨라배마 주에서 발견한 광우병 소의 나이를 확인했다. 이들 자료를 분석한 결과 1998년 4월 이전에 태어났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편집국장 : 소의 정확한 나이 측정을 위해서는 출생 기록과 뿔의 무늬, 심장 내의 무늬의 조사가 필요하다. 이것들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미국이 보내준 의견서와 기록만 가지고 판단을 내리는 것은 무책임한 행태 아닌가?
이명수 차관 : 이번 문제의 소는 출생기록이 없다. 그리고 뿔은 어릴 때 제거되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통용된다고 알려진 치아감별과 매매기록을 보내왔다. 우리도 합의를 거부하려면 거부하기 위한 과학적인 증거나 논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건 찾지 못했다.
김희경 서울YMCA 시민중계실 정책팀장 : 입증 책임이 있는 당사자 미국이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건 심각한 문제다. 적극적이고 논리적인 반박으로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정부가 미국 측 자료에만 의존하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
강기갑 의원 "농림부 전문가들, 자격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명수 차관 : 상대측은 자료를 제시했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상태다. 자료가 불충분하다고 얘기하려면 우리도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 현지에 직접 가보았다. 현지에 파견된 이들은 우리 가축위생 분야에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수의학계 및 관계기관 전문가이다. 이름을 공개할 수 없지만 국민들이 다 알만한 분들이다.
박상표 편집국장 : 그 전문가들의 자질이 심히 의심스럽다. 전문가들이 가서 확인한 것은 치아 상태 분석뿐인데 치열 조사 방법은 나이를 추정할 수 있는 간접적인 참고자료이지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게 수의학적 상식이다. 원로 수의사들이 앨라배마 광우병 감염 소 사진을 판독한 결과 △치아 하나가 탈락되었는데 이는 유치가 탈락한 형태로 보이며 △유치가 탈락한 거 봐서는 이갈이를 하고 있는 나이 어린 소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 △사진이 매몰 이전인지 후인지도 확실치 않은 정체불명의 것이란 분석을 하고 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 파견된 전문가의 실제 면면을 확인해본 결과 과연 사안에 합당한 '전문가'인지도 의심스럽다. 이들은 건국대 장병준 교수, 이종헌 종축개량협회 사무국장, 장기윤 농림부사무관이었다. 쥐 간세포 조직학 연구로 석·박사학위를 받은 장병준 교수를 비롯하여 모두 소 해부학 및 치아감별에 전문성을 갖고 있지도 않고, 오랜 경력을 가진 임상수의사라고 볼 수도 없는 인물들이다.
시민·사회단체 "100% 안전을 보장하라"
이명수 차관 : 없는 뿔을 어떻게 조사하느냐. 자꾸 말을 반복하는데, 뿔이 존재하지 않고 출생기록도 존재하지 않고,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 치아 상태다. 그래서 이번 현지 조사 결과를 끝으로 해서 문제의 소가 98년 4월 이전에 출생했다는 확인 절차를 마친 상태다.
김희경 정책팀장 : 반박할 근거가 없어서 합의를 이행한다? 마치 유통기한을 넘긴 제품을 먹고 죽을 가능성이 적다는 말과 똑같다. 이미 1989년 식품포장재 랩 사건을 통해 '위협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반증이 없을 시'에는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판례가 나와 있다.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절대 안전성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
이명수 차관 : 이미 수입재개에 대한 합의는 이루어진 것이며 합의가 이루어졌으면 양측이 이행할 의무를 지게 되는 것이다. 반박할 근거가 없이 합의를 거부할 수 없는 것 아니냐.
김희경 정책팀장 : 적절한 선택권을 보장받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지의 여부는 소비자의 최대 관심사다. 정부가 안전성이 100% 확보되지 않은 쇠고기를 서둘러 수입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임지애 환경운동연합 정책부장 : 앞으로의 영향에 대해서 고려치 않고 외교적 합의이기 때문에 계속 진행시켜야 한다는 말 또한 소비자의 입장에선 이해할 수 없다. 광우병이 의심되는 상태에서 수입한 쇠고기는 결국 선택권이 적은 서민들이 먹게 된다. 학교 급식으로 이런 쇠고기를 먹게 될 청소년들은 선택권마저도 없는데 이런 문제를 생각해보았나.
농림부 "이미 1월 협상에서 결론 난 사안이다"
이명수 차관 : 안전과 관련된 판단과 보장 장치는 사실 이번이 아니고 지난 1월 협상에서 이미 결론이 난 사항이다. 그런데 재개 절차를 거치는 중 공교롭게도 금년 3월에 새롭게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김희경 정책팀장 : 문제가 생겼으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도 독단적 결정을 하면 안 되지 않나? 절차부터 근본적 결함이 있다. 쇠고기를 먹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의사수렴의 역할로 머물 것이 아니라 최종결정을 하는 결정권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농림부가 쥐고 있는 수입결정권에 식약청, 관련 전문가 및 민간 소비자의 참여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낀다.
이명수 차관 : 종합적인 결론이 이미 내려져 있는 상태다. 자꾸 말을 반복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임지애 정책부장: 소비자는 위험성이 불식되지 않고, 객관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하는 수입재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 식품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쇠고기를 수입하려는 정부는 국민의 건강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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