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시장에서나 쓰던 19세기 방법을 근거로 정책 결정하다니"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편집국장은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에 대한 토론회'에서 "농림부가 광우병 소가 1998년 4월 이전에 태어난 소라는 근거로 제시한, 미국에서 보낸 소의 치열 사진을 분석한 결과 30개월령 이하의 어린 소일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현직 수의사로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박상표 편집국장은 "농림부가 공개한, 미국에서 보낸 치열 사진을 30년 경력의 임상수의사들과 축산업 종사자들에게 검토해 줄 것을 의뢰했다"면서 "이들의 검토 결과 사진만으로 판정할 경우 농림부의 주장과는 정반대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박 편집국장은 "사진을 보면 치아 하나가 탈락됐는데 이는 유치가 탈락한 형태로 보인다"며 "유치가 탈락한 것으로 봐서 이갈이를 하고 있는 나이 어린 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앞니의 가로 길이가 8㎝ 정도로 폭이 매우 작은 것도 나이 어린 소라는 추정을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박상표 편집국장은 더 나아가 "이 사진은 광우병 소를 매몰하기 전에 찍은 것인지 매몰한 후에 찍은 것인지도 부정확하다"며 "이런 정체불명의 사진을 놓고 치열로 나이를 추정해 '1998년 4월 이전에 태어났다'는 미국의 주장을 승인해준 농림부의 용기가 놀라울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토론회에 참석한 한 농민도 "치열로 나이를 감별하는 것은 우시장에서나 사용하는 방법"이라며 "19세기에 널리 썼던 방법을 21세기에 버젓이 사용하고, 그것을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라는 중요한 정책 결정을 내린 데에 웃음만 나온다"고 농림부의 한심한 행태를 비판했다.
박상표 편집국장은 결론적으로 "이런 전문가들의 의혹 제기는 농림부가 치열 분석을 통해 광우병 소의 나이를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비과학적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더구나 여러 차례 지적해듯이 1998년 4월 이전에 태어났다고 해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현지 조사단, 과연 치아 감별 전문가 맞나?
한편 지난 4월 19일부터 23일까지 미국 앨라배마 주에 직접 가서 실시했다는 현지 조사 결과도 믿을 게 못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기갑 의원은 별로도 배포된 자료를 통해 "현지 조사에 참여한 3인은 건국대 장병준 교수, 이종헌 종축개량협회 사무국장, 장기윤 농림부 사무관"이라며 "이들 이종헌 사무국장을 제외한 두 사람은 수의사이긴 하지만 치아 감별 전문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학계를 대표해 조사단에 참여한 장병준 교수는 쥐 간세포의 조직학적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인물로 소의 해부학 전문가가 아니다. 다른 두 사람도 치열을 통해 나이를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는 전문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강기갑 의원은 "농림부는 1998년 이전에 태어난 소라고 농림부가 주장하기 위해 동원된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그 동안 제기된 의혹을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해부학 전문가, 수의사, 축산학자 등 광범위한 전문가 그룹이 과학적 재조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강 의원은 "농림부는 제2의 '황우석 사태'로 불릴 법한 이런 대국민 사기극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비과학적 방법에 의한 나이 추정으로 결정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방침을 즉각 취소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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