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 美 쇠고기 불량작업장 공개 미뤄…'은폐' 의혹 자초

8인이 2주간 37곳 조사…美 쇠고기는 6월말 수입될 듯

광우병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결국 6월 하순께 우리 식탁에 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농림부는 불과 8인으로 구성된 조사단으로 2주 동안 37곳을 현지 점검한 결과의 공개를 미루고 있어 스스로 '은폐' 의혹을 자초하고 있다.

농림부 "미국산 쇠고기 내달 하순께 국내 들어와"

박현출 농림부 축산국장은 29일 농림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쇠고기 작업장 37곳의 방문 점검 결과를 종합 분석해 수출 승인 대상 작업장을 6월 7일 발표할 것"이라며 "6월 하순께는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에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승인 작업장이 발표되면 해당 작업장을 통해 미국 측이 수출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사실상 수입 재개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농림부는 이를 위해 지난 6~21일 검역관 8명을 미국 쇠고기 수출 작업장 37곳에 보내 작업장 위생 관리 등을 점검했다.

박 국장은 "조사 대상 가운데 30개월 미만 소와 30개월 이상 소를 같은 도구로 절단하는 곳이 포함돼 있는 등 위생 관리에 문제가 있는 작업장이 여러 군데 있었다"며 미국의 일부 쇠고기 수출 작업장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우리나라는 30개월 미만 소에서 생산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이 포함돼 있을 수 있는 뼈나 내장을 제외한 살코기만 수입한다. 쇠고기 수출 작업장도 우리 정부의 승인을 받는 곳으로 한정돼 있다.

37곳을 8명이 2주 동안 '전수 검사'했다고?

하지만 이렇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기정사실로 된 상황에서도 과연 농림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는지를 놓고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박현출 국장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손석희 교수의 질문에 진땀을 뺐다.

손석희 교수는 "현실적으로 37곳을 어떻게 2주 동안에 여덟 분이 가셔서 (다 검사를) 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하다)"고 농림부가 과연 미국의 쇠고기 수출 작업장을 제대로 검사할 수 있었는지를 따져 물었다.

박 국장은 이런 손 교수의 질문에 "4개 팀으로 나눠 2주 동안 이동 기간을 빼고 아침 7시경부터 밤 10시까지 하루에 한 작업장씩 50개의 점검 리스트를 가지고 철저하게 점검했다"며 "점검 결과 안전성에 일부 문제가 있는 작업장들은 이번에 제외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손 교수는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은 다 알듯이 사단장이 나오면 청소 다하고 깨끗하게 해놓고 했다가 그 다음 날부터 엉망이 되는 경우가 있다"며 "(미국 쇠고기 수출 작업장도) 불시에 하지 않는다면 미리 (검사 받을) 준비를 해놓고 기다린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국장은 이런 손 교수의 지적에 대해 "물론 (미국 쇠고기 수출 작업장도) 그렇게 했다"며 수긍한 뒤 "이번 검사에서는 일시적으로 작업장이 청결하냐보다는 기본적으로 시스템 자체가 안전 관리를 담보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를 중점적으로 봤다"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농림부 "현장 조사 결과 '지금은 공개 못해"…'은폐 의혹' 자초

이렇게 검사 결과에 자신을 하면서도 정작 박현출 국장은 37곳 중 몇 군데가 자격 미달인지는 공개를 미뤄 '은폐 의혹'을 자초했다.

박 국장이 "(현장 조사 결과를 놓고) 여러 가지 기준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답하자 손석희 교수는 "기준을 우리가 정해놓고 (조사를) 한 건데 지금 와서 다시 검토를 한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이 질문에 대해 박 국장은 "물론 그 기준 중에서도 안전성을 시스템 상으로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그런 상황이 있고 일시적으로, 이를 테면 작업복이 조금 더러웠다든지 이런 사안이 있을 수 있어서 경중을 가려야 된다"며 사실상 농림부에서 다시 재분류 작업을 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손석희 교수는 이런 박 국장의 답에 대해서 "물론 우리 농림부를 믿고 또 믿어야 한다"며 "하지만 사전에 기준을 정확하게 정해놓고 아주 보수적으로 적용을 해서 판단해야지 갔다 온 다음에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 조금 봐주는 게 있으면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국장은 "그런 일은 절대로 없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손석희 교수는 그간 시민ㆍ사회단체들이 제기했던 △'출생 기록'이나 품종 등록 문서 없이 치아 조사만으로 소의 나이를 판정할 수 있는지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는 과연 근본적으로 광우병에 안전한지 등을 따져 물었고 박현출 국장은 "안전하다"고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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