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 '다섯 가지 거짓말'…진실 밝혀야"

난자 출처 등 의심…'청와대 보좌관'이 논문 공저자로

그동안 비판의 '무풍지대'에 놓여 있던 황우석 교수팀의 인간 배아 연구에 대해 신랄한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황 교수팀이 <사이언스>에 기고한 논문을 둘러싸고 난자, 연구비 출처 등에 대한 의혹이 제기돼 황 교수의 답변이 주목된다.

***"총 427개 난자 채취, 세계에서 유례 없는 일"**

시민과학센터, 여성민우회, 환경운동연합 등 11개 시민ㆍ사회단체로 구성된 '생명공학감시연대'는 25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인간 배아 연구,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를 열고 황우석 교수팀의 인간 배아 연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특히 이 자리에서 구영모 울산대학교 의대 교수는 황 교수팀의 2004년,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을 둘러싸고 제기된 그 동안의 절차상의 문제를 종합해 난자, 연구비 출처 등 다섯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구영모 교수는 첫 번째로 연구에 사용된 '난자의 출처'를 문제 삼았다.

구 교수는 "황 교수팀은 2004년에는 16명으로부터 242개의 난자를 2005년에는 13명으로부터 185개의 난자를 각각 채취했다"며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난자 기증자를 모집했던 복제 연구팀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난자 채취는 매우 고통스런 과정을 동반하고 합병증, 난소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29명이나 되는 난자 기증자들이 이런 충분한 정보에 근거해 자발적으로 동의했는지 의문시 된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또 황 교수팀의 난자 채취 과정이 정당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생명과학 연구의 국제 윤리 관행은 학생이나 연구원 또는 환자의 가족 또는 친척으로부터 난자를 제공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난자 제공 과정에서 강압이나 '이해 갈등(conflict of interest)'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황 교수팀의 연구는 이 두 가지 모두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구 교수는 "황 교수팀이 2005년 논문에서 제시한 난자 기증자 동의서 양식 두 가지 중에서 환자와 혈연관계가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양식에는 '본인이 기증하는 난자는 본인과 가족 관계에 있는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사용하고…'라는 구절이 있다"며 "이는 난치병 환자의 가족 또는 친척으로부터 난자를 채취한 것으로 '이해 갈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특히 '2004년 논문의 제6저자'로 참여한 구 아무개 가천의대 교수(휴직 중)가 <네이처>에 "아픈 아이들을 돕고 싶은 바람과 한국에 대한 사랑에서 난자를 기증했다"고 난자 기증 사실을 밝힌 뒤 이런 사실이 문제가 되자 "영어 미숙으로 빚어진 오해"라고 부인한 일을 상기시키며 사실 여부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재차 요구했다. 만약 <네이처>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연구원으로부터 난자를 제공받는 것을 금하는 연구 윤리 관행에 어긋나는 일이다.

더구나 2004년 논문은 "난자 기증자나 그녀의 가족, 친척, 지인 어느 누구도 이 실험으로부터 이득을 취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자체 윤리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네이처>의 보도대로라면 황 교수팀의 연구는 이런 논문에 명시한 윤리 규정조차 위배했다. 구 아무개 교수는 이미 공동 저자의 한 사람으로 포함돼 난자를 제공하고 명성을 얻은 셈이 되기 때문이다.

***"2004년 논문 연구비 출처 불명확해…정부 돈? '익명의 독지가'?**

구영모 교수는 또 황우석 교수팀 연구비의 출처가 불명확한 사실도 지적했다.

구 교수는 "황우석 교수는 2004년 논문에서 정부의 공공자금을 연구에 사용했음을 인정하고 있다"며 "실제로 <조선일보>는 2004년 2월 15일자에 과학기술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정부 연구비 5억원 가량이 황우석 교수 연구비에 지원됐다'고 보도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황 교수의 말은 국내에서는 정반대로 바뀐다. 황우석 교수는 국내에서는 <사이언스>에 설명한 것과는 달리 "익명의 독지가가 연구비 재원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황 교수의 말바꾸기에 대해서 구영모 교수는 "당시 황 교수는 정부로부터 막대한 국가 연구비 지원을 받는 세포응용연구사업단에 포함돼 있었다"며 "이 사업단으로부터 재원을 마련한 연구는 윤리위원회의 '줄기세포 연구지침'에 따라 인간 배아를 생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황 교수는 정부 돈을 받았으면서도 정작 지침은 따르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 말 바꾸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양대 기관윤리위 황 교수 연구 심사한 거 맞나?…회의록 공개해야"**

2004년 논문의 경우 황우석 교수는 난자 채취는 한양대 병원에서, 체세포 핵이식 연구는 서울대 수의대의 황우석 교수 연구실에서 수행했다. 이 경우 각각 한양대병원과 서울대 수의대 기관윤리위원회(IRB)의 심사ㆍ승인을 받아야 한다.

구영모 교수는 "한양대 병원 IRB에서 황우석 교수팀의 난자 채취 연구 계획을 실제로 심사ㆍ승인했는지 여부가 확실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IRB는 회의록을 작성ㆍ보관해야 하는데 한양대학교 IRB는 계속 황 교수팀 연구에 대한 회의록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또 "황우석 교수 연구실에서 체세포 핵이식 연구가 수행됐기 때문에 이 역시 IRB의 심사를 받은 후 진행해야 한다"며 "하지만 당시 서울대학교 수의대학에는 연구 계획서를 심사할 수 있는 IRB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 책임자가 소속된 기관의 IRB를 통과하지 않은 연구 계획이 어떻게 절차적으로 적법하게 수행될 수 있었으며 그 결과가 <사이언스>에 게재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보좌관은 논문에 이름 올리고, 황 교수 도와준 교수는 정부위원회 들어가"**

구영모 교수는 네 번째로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 들어간 것을 다시 한번 문제 삼았다.

구 교수는 "식물분자생물학 전공자인 박 보좌관은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영역의 논문에 공저자로 들어가게 된 경위에 대해 '생명윤리와 관련된 자문을 했다'고 <프레시안> 댓글 게시판을 통해 해명했다"며 "이미 당시는 10인의 전문가로 구성된 (황 교수도 포함된) 윤리위원회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왜 굳이 생명윤리에 문외한인 박 보좌관에게 자문을 구했는지 납득이 안 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또 "이번 2005년 연구에는 H대학의 한 교수가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자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는 그 교수의 이름은 빠져 있다"며 "이런 정황을 고려하면 생명윤리 문제에 대한 자문 때문에 박 보좌관을 넣었다는 황 교수나 박 보좌관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구 교수는 또 "H대학의 그 교수는 이번에 황 교수팀의 연구의 범위와 한계를 결정하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됐다"며 "이 위원회 구성 절차의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사이언스>에 허위 사실 유포까지…'닮고 싶은 과학자'가 이래서 되나"**

구영모 교수는 마지막으로 "황우석 교수는 2004년 8월에 <사이언스>에 한국생명윤리학회가 2004년 논문의 윤리 문제를 지적한 데 대해 답변했는데 '부모가 건강한 아기를 낳기 위한 착상 전 유전 진단을 생명윤리학회가 반대한다'는 등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교과서에도 언급되는 '닯고 싶은 과학자'의 이런 처신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명진 성공회대 강사(과학기술사)는 지난 5월 <프레시안>에 발표한 글을 바탕으로 황우석 교수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꼼꼼하게 짚었으며, 김병수 생명공학감시연대 간사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한계를 짚었다. 또 조주현 계명대 교수(여성학)와 명진숙 여성민우회 사무처장은 여성의 관점에서 인간 배아 연구에 대해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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