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호르무즈 해협이 하루 이틀 안에 열릴 수 있다고 밝히며 유가가 3주 만에 배럴당 8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중재국에서도 합의안 초안이 열람되고 있다는 긍정적 발언이 나오며 해협 개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4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에 "이란과 대화 중"이라며 "오늘이나 내일 중 해협을 개방하고 이 분쟁에서 보다 정상적인 국면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에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허용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이는 이동의 자유를 의미한다"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4일 미 폭스뉴스에 호르무즈 해협이 빠르면 내일 열릴 수 있냐는 질문을 받고 "그럴 수 있다"며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4일 취재진에 호르무즈 해협 관련 "협상에 진전이 있었지만 최종 결론은 나지 않았다. 매우 빠른 시기에 결론이 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재국에서 나온 합의안 초안이 열람되고 있다는 발언에 기대가 커졌다. 미 CNN, 프랑스 유로뉴스 방송을 보면 마제드 알안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4일 취재진에 미·이란 갈등 해결 노력이 "매우 진전된 단계"라며 "잠재적 합의안 초안이 작성돼 당사자들 사이에서 회람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미·이란 간 직접 회담은 예정돼 있지 않고 중재 당면 목표가 "직접 회담 불씨 재점화"를 도울 단기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가장 초점을 맞추고 있는 사안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며 "모든 국가가 해협을 기존과 같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은 오만과 호르무즈 해협 관리 관련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이란 반관영 <ISNA> 통신을 보면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3일 주간 기자회견에서 "오만과 최근 좋은 논의"를 했고 "전문가 및 관련 당국과 협력해 지도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란과 오만은 호르무즈 해협 양쪽에 위치한다. 바가에이 대변인은 오만과 "안전 통항 보장을 위한 임시 항로를 조속히 확정"하기 위한 논의를 오만과 이어오고 있고 "미국과는 협상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입항 통제권과 출항 감시권을 요구 중이다. 통신은 4일 이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입항을 통제하고 출항 때는 이란과 오만 사이 항로를 따르되 이란에 통보하고 오만을 통해 출항 허가를 받는 안이 "현재 논의 중인 대체적 구상"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란이 이미 양방향 해협 통항 완전 통제권을 요구하던 것에서 입장을 완화했다며 더 이상의 변경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지난달 해협 운송로를 동등하게 분배해 관리하자는 오만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4일 두 명의 중동 지역 소식통을 인용해 오만과 이란 간 60일 동안 임시 운용 체제를 구축하고 필요한 경우 연장될 수 있다는 내용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페르시아만으로 들어오는 모든 선박은 이란 영해를 지나는 북쪽 항로를 이용하고 아라비아해로 나가는 모든 선박은 이란과의 협조 아래 오만 영해를 지나는 남쪽 항로를 이용하며 60일 기간 동안 통행료나 수수료를 부과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당사국들은 30일 이내에 해협 중앙 항로에 설치된 기뢰 제거 작업을 추진하고 이 작업이 완료되면 이후 오만과 이란이 협상할 영구적 운용 체제 조건에 따라 입·출항 선박 모두가 해당 항로를 이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해협 개방 기대감이 커지며 유가는 3주 만에 배럴당 80달러 밑으로 하락했다. 국제유가 기준 브렌트유 10월 인도분 선물은 4일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전날보다 4.41달러(5.26%) 급락한 배럴당 79.3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10월물 가격이 배럴당 80달러를 밑돈 건 지난달 13일 이후 처음이다.
미 증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4일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전날보다 136.02(1.79%) 오른 7736.62로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907.47(1.71%) 오른 54085.88로 거래를 마쳤다. <뉴욕타임스>(NYT)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가능성에 더해 일부 대형 기술기업들의 견조한 실적, 미국 국채를 대량 보유하고 있는 일본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한 미 재무부의 시장개입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 통항은 여전히 마비 상태다. <로이터>는 해운정보업체 케이플러 자료에 따르면 3일 호르무즈 해협 통항 선박이 6척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안전 문제도 심각하다. CNN은 해상위험관리기업 마리스크에 따르면 4일 오전 2시께 오만 하사브에서 북동쪽으로 37km 떨어진 호르무즈 해협 내에서 라이베리아 국적 화물선 '미노안 파이오니어'가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맞아 완전 정전됐다고 전했다.
이 지역 또 다른 물류 수송 길목인 홍해에서도 선박이 피격돼 침몰했다. 사르바난다 소노왈 인도 해운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4일 인도 국적 상선 '파이즈 누르 올리야'가 홍해 예멘 해역 인근에서 발사체를 맞고 전복돼 침몰했다고 밝혔다. 선원 14명은 전원 구조됐다. 이란 지원 예멘 후티 반군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대상 홍해 봉쇄를 선언했다. 호르무즈 해협과 함께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협상패로 만지작댔던 이란과 연계된 움직임인지는 불분명하다. 바가에이 대변인은 3일 회견에서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를 이란과 연결시키는 건 "현실 왜곡"이라고 일축했다.
외신 "미, 장거리 정밀 미사일·방공 미사일 재고 거의 소진"
한편 미국이 이란 전쟁에서 장거리 정밀 미사일 및 방공 미사일 재고를 거의 소진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4일 <로이터>는 관련 자료를 잘 아는 세 소식통을 인용해 미군이 5달 넘게 이란과 전쟁을 벌이며 전세계에 비축해 둔 고정밀 장거리 미사일의 상당 부분을 소진했다고 전했다. 육군의 지대지 미사일인 육군전술미사일체계(ATACMS·에이태큼스), 정밀타격미사일(PrSM)이 "사실상 전부" 소진됐다는 것이다.
통신은 장거리 정밀 미사일 재고 감소로 이란 대규모 공격 재개 땐 미군이 더 위험도가 높은 유인 폭격 작전에 의존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식통들은 미사일 공급 실패로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한 적대국들을 억제하는 미국 능력이 제한될 것을 우려했다.
CNN은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군이 핵심 미사일 방어체계 요격 미사일 80%를 소진했다고 전했다. 이란 전쟁 발발 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미사일의 약 5분의 4,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의 거의 절반을 소진했다는 것이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국이 이란전 발발 직전 패트리어트 미사일 2330기, 사드 미사일 452기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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