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피해자 추정치 50여만 명...정부가 찾아나서야”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 2일차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피해 신고를 기다리는 것에서 벗어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찾아내겠다고 공언했다.

28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가 주최하고 서울시청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 출석한 조 장관은 "오늘 청문회에 참석하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전체 수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환경부 정책으로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피해 신고를 기다리는 현재의 방식에서 벗어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최예용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 질의에 답한 것이다.


피해자 전수 추정치 50여만 명 vs 피해신고자 6509명

부위원장이 피해자를 찾는 일을 강조한 것은 드러난 피해가 전체 피해의 1.16%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특성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전수를 추정한 연구는 2017년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의 연구 용역으로 진행한 한국환경보건독성학회의 조사가 유일하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는 400만여 명으로, 건강 피해 경험자는 49~56만 명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피해신고자는 6509명이다. 이 중 사망자는 1431명이다.


부위원장은 "현재까지 드러난 피해는 가습기 살균제 전체 피해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정부 각 부처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함께 노력해 이 빙산을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부위원장 정부의 구체적인 노력 방안으로 △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지역 보건소를 통해 각 가구를 방문하며 진행하는 지역사회건강조사 활용 △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있는 전 국민 의료 빅데이터 활용 등을 제안했다.


조 장관은 최 부위원장 제안에 대해 "지역사회건강조사를 활용하는 방안은 보건복지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시행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건보공단의 데이터에 대해서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와 관련된) 특정 질병의 빈도를 확인해 피해자를 추적하는 방법 등을 찾겠다"고 답했다. 노형욱 청와대 국무조정실장도 "좋은 아이디어를 주셨으니 검토해서 복지부 및 지자체와 협의하고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 가습기 살균제 진상규명 청문회. ⓒ프레시안(최형락)

“국방부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적극 찾아 나설 것”


청문회에 참석한 군 관계자 역시 국방부 산하에 가습기살균제피해신고센터와 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찾겠다고 발언했다.

석웅 국군의무사령관은 "국방부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센터와 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하는 것이 제 소임이라고 생각한다"며 "특조위의 의견과 협력을 받아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찾고 지원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부위원장 "혹시 신고센터와 지원센터가 현역병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냐"는 질의에 이남우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은 "군은 복무 당시의 근무 기록과 입원 기록을 갖고 있다"며 "이를 활용해 피해 신고를 기다리는 수준을 넘어 피해자를 찾아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군에서도 가습기 살균제가 사용됐다는 사실은 지난 19일 특조위가 군 및 국방부 산하 부대·기관 총 12곳에서 800개 이상의 가습기 살균제를 구매하고 사용했다고 발표하면서 드러났다.

청문회 하루 전인 27일 국방부는 군 내 가습기 살균제 사용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특조위에 전달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군부대와 시설은 총 55곳이다. 구매된 가습기 살균제 개수는 2416개다. 이 중 65%가 군 병원에서 사용됐다. 일주일여 사이에 진행된 조사이기 때문에 군에서 사용된 가습기 살균제 사용 사례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군은 2011년 9월 질병관리본부의 가습기 사용 자제 공문을 받고 같은 해 11월 가습기 살균제 사용을 중단했다. 그러나 그간 피해자를 확인하거나 구제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진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겠다"

이날 청문회에는 어제에 이어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한 피해자를 비롯해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 청문회 규칙의 피해자 참여 조항에 따라 방청석에서 발언을 신청한 피해자의 발언도 이어졌다.

참고인으로 참석한 조순미 씨는 "다른 나라에서 폭탄이 떨어진 것도 미사일이 발사된 것도 아닌데 사망자만 1400명이 넘는 대참사가 일어난 것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라며 "5년 뒤에는 사망자가 10000명이 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업무적 처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죽음을 앞둔 피해자들의 간절한 외침을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방청석에서 발언을 신청한 김미란 씨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죄 없는 국민이 생체실험을 당해 피가 철철 나도록 얻어맞으며 죽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모든 조사 결과와 내용을 반영해 하루빨리 피해 인정과 배상, 지속가능한 지원을 시행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틀 동안 진행된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는 28일 일정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2016년 국정조사에 이어 국가기관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가해 기업과 정부의 책임을 추궁한 두 번째 자리였다.

청문회 의장인 장완익 사회적참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청문회를 통해 기업의 참사 발생과 대응 과정의 문제점, 정부의 관리 감독과 피해 지원의 문제점, 진정성 있는 사과와 피해 구제에 대한 답을 얻고자 했다"며 "피해자의 절실함을 담아 진행했음에도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이번 청문회가 진상 규명을 위한 마중물이라 생각하고 특조위는 진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마지막 인사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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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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