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13일 오전 당 소속 의원 128명 전원의 서명으로 나 원내대표에 대한 윤리위 징계안을 제출했다. 대표발의자는 윤호중 사무총장이었고, 국무위원으로 지명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박영선·진영 의원까지 서명에 참여하는 등 1명의 이탈자도 없었다.
민주당은 징계요구안에서 "(나 원내대표가) '북한에 대한 밑도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이제는 부끄럽다.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며 대통령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모독을 했다"며 "이 발언은 국회의원 자질을 의심스럽게 하는 망언으로, 국회의 품격을 심각하게 훼손한 동시에 대통령을 모독하고 주권자인 국민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민주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윤리위에 제소하며 맞불을 놨다. 한국당이 제출한 징계안에도 당 소속 의원 113명 전원이 연서했고, 대표발의자는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였다.
한국당은 징계요구안에서 이 대표에 대해 "제1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두고 '국가원수 모독죄'를 거론하며 국회 윤리위 회부를 운운한 것은 민주화를 위한 국회의 노력을 무시한 동시에 국회의 명예와 권위를 심대하게 실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에 대해서는 "본회의장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합세해 연설을 방해하고 수 차례 의장석 단상에 올라가 국회의장에게 항의, 연설을 중단시켰다"며 "국회법에 따라 엄중 징계를 요구한다"고 했다.
여당과 제1야당, 원내1·2당이 같은 사안을 놓고 서로 상대 당 지도부를 윤리위에 제소한 일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과거에도 원내대표의 발언이 논란이 돼 윤리위에 제소된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 사태 같은 맞불 제소전은 처음이다. 2004년 천정배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야당 의원을 "스파이"라고 비난했다는 이유로, 2011년 김무성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야당 의원을 "시정잡배"라고 비난했다는 이유로 윤리위에 제소된 바 있다. 비슷한 시기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도 "자연산" 발언 논란으로 제소됐었다.
여야 내부에서도 회의적 반응이 나온다. 여당에서는 "과민 반응"이라거나 "한국당의 도발에 말렸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벤치클리어링 때 안 나갈 수 있느냐"면서도 "'국가원수 모독' 같은 발언은 실수로 보인다"고 했다. 오후 한국당 의총에서도 김태흠 의원이 "윤리위 회부를 뭐하러 하느냐"며 "일일이 맞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