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나경원 국가원수 모독…도저히 용납 못해"

홍영표 "국회 난장판 만든 책임 물어 윤리위에 제소하겠다"

더불어민주당은 12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에 빗댄 자유한국당 나경원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에 해당한다며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난 직후 "지난번 한국당 3명의 의원들이 5·18 망언으로 윤리위에 회부된 데 이어 나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수석대변인이라고 하는 것을 보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한민국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교섭단체 연설 도중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 달라"고 발언했다. 이에 항의하는 여당 의원들과 이에 맞선 한국당 의원들의 고성이 뒤엉켜 몇 분 간 연설이 중단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나경원 "文은 김정은 수석대변인" 연설에 아수라장)

이 대표는 "당에서는 즉각 법률적 검토를 해서 국회 윤리위에 회부하고 다시는 이런 일 벌이지지 않도록 대책을 잘 세워야 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또 "당 대표임에도 불구하고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며 "그런 발언을 들으면서 분노도 생기고 답답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원내대표란 사람이 저렇게 품위가 없고, 역사 의식이 없고, 윤리 의식이 없으면 한국당을, 지지자들을 어떻게 끌고 갈 수 있겠나"라고도 했다. 이 대표는 "좌파 정권이라는 걸 입에 달고 있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몇 십번 한 거 같다"며 "그야말로 냉전 체제에 기생하는 그런 정치 세력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좌파란 개념이 뭔지도 모르는 것 같다. 자기들이 싫으면 다 좌파라 생각한다"며 "그러나 이런 흐름 속에서 위안을 찾는다. 저런 의식과 망언을 하는 사람들이 다시 집권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저런 정도의 정치의식과 냉전의식을 갖고선 우리 국민들에게 결코 동의 받지 못하고 지지받지 못한다"면서 "정말로 진정한 합리적 보수 세력이 나와야 그 분들이 이 나라의 한 기둥이 되어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우리 대한민국 대통령을, 우리 국민이 촛불 혁명을 통해 민주주의를 완성하고 탄생시킨 대통령을 '북한의 수석대변인'이라고 얘기하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며 "가장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런 식으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데 대해 명확히 책임을 묻지 않으면 안 된다"며 "모욕 발언을 금지한 국회법 146조에 의거해 오늘 발언을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한마디로 망언이고 막장 발언이다. 귀를 의심했다"며 "나 원내대표가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우리는 원내대표로 인정할 수 없다. 원내대표를 사퇴하십시오"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의 도발적 발언이 여당의 반발을 유도하기 위해 '계산된 막말'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민주당이 그를 여야 협상을 책임지는 원내대표로 인정하지 않겠다며 윤리위 제소 방침까지 밝히면서 3월 국회는 시작과 동시에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이해찬 대표가 언급한 '국가원수모독죄'는 존재하지 않는다. 형법 104조 2의 법률에 국가원수에 대한 비방, 허위사실 등을 유포할 시 7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의 법정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국가모독죄'가 1988년 이전까지는 존재했다.

하지만 권위주의 시절 박정희 대통령과 그 정부에 대한 비판을 처벌하기위해 만들어진 법으로 민주항쟁이후 1988년에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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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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