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던 이재명 정부가 고정된 확성기를 아예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연이어 취하고 있는 셈인데, 북한이 어떤 대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4일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군은 오늘부터 대북 확성기 철거를 시작했다"며 "이는 군의 대비태세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남북 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대변인은 이번 조치가 남북 합의 하에 이뤄진 것이냐는 질문에 "북한과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확성기 전체가 모두 철거 대상이며 수일 내로 작업을 완료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남한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긴장 완화 조치를 실시해왔다. 지난 6월 9일 통일부가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금지를 요청한 데 이어 같은 달 11일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그러자 북한은 다음날인 12일 대남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며 남한의 조치에 일정 부분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에 국방부가 이날 남북 접경지역에 설치한 확성기 자체를 철거하면서 긴장 완화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대변인은 "지난 6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한 이후에 후속 조치 차원에서 국방부에서 관련 논의가 있었다"며 이번 철거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6월 확성기 방송 중단 이후 북한이 방송을 재개하는 동향이 있었냐는 질문에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북한이 대남 확성기를 정비하는 모습들이 일부 있었고 철거하는 모습은 없었다"며 "방송을 잠깐 동안 (하는) '지직' 소리가 나기는 했으나 대남방송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비 차원에서 점검을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확성기 방송 중단에 이어 철거까지 너무 빠르게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 공보실장은 "군은 그런 판단을 하지 않고 군사적 측면에서 판단을 하고 실행을 하는 기관"이라고 답했다.
이재명 정부가 남북 접경지역에서의 긴장 완화 조치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일각에서는 지난 2018년 체결됐다가 지난해 사실상 파기된 9.19 군사분야 합의를 복원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부대변인은 "지금 현재로서는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답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실시했던 조치에 북한이 일정 부분 호응해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확성기 철거에도 북한이 특정한 대응을 내놓을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25일 북한은 DMZ 내 여러 지역에서 국경화 작업의 일환으로 공사를 진행하겠다면서 관련 계획을 유엔사에 통보했는데, 지난달 9일 통일부가 서해 및 동해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북한 주민 6명을 송환할 때도 남북은 유엔사를 통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소통하기도 했다.
또 지난달 22일 22시를 기해 북한은 방해 전파 가동을 중단했는데, 이는 남한 국가정보원이 지난 5~15일 순차적으로 대북 방송 송출을 중단한 데 대한 대응조치였다. 남한의 대북 방송 송출 중단은 북한의 대남 방송 송출 중단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다만 남북은 아직 직접 소통까지는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29일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 주민으로 보이는 사체 1구를 발견해 인근 병원에 안치하고 있다면서 사체 및 유류품을 오는 5일 15시 판문점을 통해 인도하고자 하니 남북 통신선을 통해 연락을 달라고 했으나 북한은 아직 답이 없는 상황이다.
4일 구 대변인은 북한에서 사체 인도와 관련해 유의미한 반응을 보인 것이 있냐는 질문에 "현재까지 북측에서 어떠한 형태의 답변이나 대답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을 예방한 이후 기자들과 만나 확성기 철거에 대해 "남북 간의 제일 핵심은 신뢰다. 완전히 신뢰가 없어졌다. 이 신뢰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그런 조치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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