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중앙당이 '성폭력 2차가해' 인정했는데…충북도당은 '면죄부'

"가짜미투", "정치공작" 등 발언 징계 청원 기각…피해자에 사유 설명도 안 해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가 성폭력 2차 가해자로 인정한 당원에게 징계를 내려달라'는 피해자 청원을 민주당 충북도당이 기각했다. 피해자는 기각 결정은 물론 충북도당이 결정일로부터 한 달 넘게 지나 사유조차 명시하지 않고 이를 알려준 데 대해서도 반발했다.

11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충북도당은 지난달 24일 '유행열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징계해 달라는 청원을 기각했다'는 통지서를 신고인 차모 씨 측에 전달했다. 심의는 지난 7월 16일 충북도당 제6차 윤리심판원회의에서 이뤄졌으며, 사유는 명시되지 않았다.

차 씨와 달리 유 전 행정관에게는 기각 사유가 전해졌다고 한다. 차 씨 자녀와 충북도당 관계자 간 통화의 녹취록을 보면, 당 관계자는 "피청원인에게는 심판 결정문을 통해 사유를 설명하게끔 당헌 당규에 명시가 돼 있다. 다만 청원인에게는 그 결정 사항을 통보하는 정도로 진행되는 게 현재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민주당 당규 제7호 '윤리심판원 규정' 제26조에는 각급 윤리심판원이 "심판결정을 통지할 때 심판결정문 사본을 첨부해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청원인과 피청원인 구분은 없다.

차 씨는 늑장 통보뿐 아니라 기각을 한 뒤 이유도 알려주지 않았다며 울분을 토했다.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그는 "수사·재판 과정에서도 결정이 나면 사유를 알려주는 게 기본인데, 어떻게 가해자한테는 사유를 알려주고 피해자한테는 알려주지 않나"라며 "억장이 무너져 일주일 동안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완전히 벗어난 2차 가해를 충북도당이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행열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에 대한 미투 운동을 벌이고 있는 차모(60) 씨가 지난 3월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 전 행정관의 공천 배제 및 징계를 촉구하고 있다. ⓒ프레시안(박상혁)

앞서 차 씨는 지난 2월 '유 전 행정관이 성폭력 2차 가해 발언을 했다'며 민주당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에 신고했다. 유 전 행정관이 자신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차 씨 주장을 "가짜 미투", "정치 공작"이라 규정한 데 대해서였다. 유 전 행정관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등 혐의로 차 씨를 고소하기도 했으나 충북청주청원경찰서는 사건을 불송치했다.

민주당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는 유 전 행정관의 발언이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센터는 지난 3월 9일 차 씨에게 심의결과를 통보하며 "제출된 자료와 관련 사실관계를 검토한 결과, 유 전 행정관의 언론 인터뷰 발언 및 단식 농성 과정에서의 메시지가 피해자의 문제 제기를 부정하거나 왜곡하는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같은 달 23일 민주당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유 전 행정관에게 공천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판정 사유는 성폭력 피해를 주장한 차 씨에 대한 2차 가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중앙당은 차 씨의 성폭력 피해도 이미 인정했다. 유 전 행정관이 2018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려 하자 차 씨는 '유 전 행정관이 1986년 대학 후배였던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차 씨 신고를 받은 민주당 젠더폭력특별위원회는 그해 4월 진술의 일관성, 구체성 등을 근거로 "신고 사실은 진실이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유 전 행정관은 출마를 포기했다.

차 씨와 그의 가족, 60여개 여성단체는 이번 기각 결정에 반발해 오는 15일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예고했다. 기각 결정을 내린 충북도당에 대해 중앙당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한편 민주당 충북도당 관계자는 징계 기각 결정과 관련한 <프레시안> 질의에 "규정상 청원인과 피청원인이 아닌 제3자에게 말할 수 있는 사안은 없다"고 했다. 유 전 행정관은 기각 결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 <프레시안>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유행열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지난 3월 자신에 대한 성폭행 의혹을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하며 단식 농성에 나섰다. 출처 : 유행열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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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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