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연계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 항구 모카를 장악한 데 이어 해협 북부에 위치한 섬까지 진출했다고 전해지며 홍해 폐쇄 가능성이 가시화됐다. 모카 점령 작전을 이란이 지휘했다는 보도가 나와 이란 전쟁 판도가 변화할지 주목된다. 세계 에너지 공급 주요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및 홍해 불안정으로 유가는 순식간에 배럴당 110달러 턱밑까지 치솟았다.
10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예멘 정부군 소식통을 인용해 후티 반군이 홍해 남쪽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80킬로미터(km)가량 떨어져 있는 예멘 남서부 항구 도시 모카를 점령하고 해협에서 북쪽으로 약 170킬로미터 떨어진 하니시 제도까지 진출했다고 보도했다.
하니시 제도는 예멘 정부군을 지원해 후티 반군이 해상봉쇄를 선언한 사우디아라비아가 바브엘만데브 해협으로 나아가는 길목에 있다. 사우디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뒤 원유 수출 물량을 홍해로 돌렸다. 양쪽 해협 혼란으로 중동발 에너지 공급에 더욱 큰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예멘 정부군과 동맹들은 후티 반군의 바브엘만데브 해협 완전 장악을 막기 위해 해협 중간에 떠 있는 페림섬을 지키려 인근 두바브로 향하고 있다고 정부군 소식통이 전했다.
지난 7월 후티 반군이 사우디에 대한 홍해 봉쇄를 선언한 뒤 이미 8월 사우디 원유 수출량이 전달 하루 510만배럴에서 310만배럴로 급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해운분석업체 케이플러를 인용해 설명했다.
로이터 "혁명수비대가 후티 공세 지휘"
<로이터>는 예멘 정부·이란·역내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미국과의 전쟁에서 새 전선을 열기 위해 이번 작전에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가운데 바브엘만데브 해협 폐쇄는 공급망 압박을 더해 전쟁에서 이란 영향력을 키운다.
이란 소식통 두 명은 이란이 지난주 후티 반군에게 사우디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라며 자금, 무기, 고위 장교 지원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 사정에 정통한 역내 외교관에 따르면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 여러 명이 후티 반군 공격을 지휘하고 감독하기 위해 몇 주간 논의 끝에 이미 예멘으로 떠난 상태였다고 한다.
예멘 정부군 소식통 5명은 혁명수비대가 홍해 연안을 따라 진격하는 후티 반군의 새 공세를 지휘했다고 설명했다. 예멘군 소식통들은 통신 감청 내용과 후티 반군 포로 증언을 근거로 혁명수비대 고위 사령관인 압돌레자 샤흘라이가 이를 지휘했다고 것으로 보고했다.
분쟁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 예멘 담당 선임분석가 아메드 나기는 모카 점령이 중요한 이정표라며 "예멘 서해안 공격을 보면 일주일이나 한 달 전 갑자기 준비된 게 아니다. 후티 반군 진화는 기본적으로 이란이나 다른 여러 밀수망을 통해 얻은 새 무기들 덕"이라고 설명했다.
미 워싱턴DC에서 활동하는 위험 분석가 모하메드 알바샤는 미 CNN 방송에 후티 반군과 이란이 "복종 관계는 아니지만 한통속"이라고 짚었다.
미국도 사우디에 군사 고문을 보내 지원하고 있다는 보도다. CNN은 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군사 고문 100명 이상이 사우디 현지에서 사우디의 후티 반군에 대한 군사 작전 정보 및 표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표적 설정 도구 등이 지원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소식통들은 미국이 직접 공습 참여나 전투기 연료 지원, 작전 지원 등은 하고 있지 않으며 엄격한 제한 아래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 배럴당 110달러 턱밑까지 급등
후티 반군의 모카 점령으로 홍해 폐쇄 위험이 커지자 유가는 단숨에 배럴당 110달러 턱밑으로 치솟았다. 10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 기준 브렌트유 11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6.42달러(6.34%) 급등한 배럴당 107.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09.68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 10월 인도분 선물 가격도 전날보다 6.43달러(6.69%) 오른 배럴당 102.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 가격은 11일 오전에도 배럴당 109.97달러까지 올라 불안정을 이어갔다.
유가 충격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며 미 증시까지 하락세다. 10일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한 미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44.66(0.58%) 하락한 7591.7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전날보다 316.56(0.60%) 내린 52064.1에 거래를 마쳤다. 역시 4거래일 연속 내림세다.
유가 상승 및 인플레이션은 중간선거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 공화당에 타격을 안길 수 있다. 예멘 정부 부통령 타릭 살레는 미 CNN 방송에 "우린 세계에 이게 이란의 계획이라고 알렸지만 당시엔 누구도 귀기울이지 않았다. 이제 (예멘 내전은) 지정학적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후티 반군 진출로 중동 배치 미군이 홍해 방어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대두될 수 있는 것도 미국에 어려움을 안긴다. 병력 분산은 호르무즈 해협 작전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살레는 CNN에 후티 반군이 페림섬을 장악하고 바브엘만데협을 통제할 경우 이들을 몰아내기 위해 "대규모 (국제) 군대와 해군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해군장관대행 "이란 공격으로 바레인 미군기지 박살"
호르무즈 해협 상황도 만만치 않다. 10일 미 <에포크타임스>는 훙 카오 미 해군장관 대행이 최근 이란과의 공방에서 바레인 미군 기지가 피해를 입었다고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카오 대행이 이란 공격이 "바레인을 완전히 박살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관련해 소셜미디어(SNS)에 "훙 카오 해군장관 대행의 솔직한 발언에 감사를 표한다. 강력한 우리 군은 실제로 다른 미 침략 지원 기지 및 '바레인의 미 제5함대 본부를 완전히 박살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량은 한 자릿수로 줄었다. 10일 <로이터>는 예비 선박추적데이터에 따르면 9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 배는 7척으로 전날 12척에서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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