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호르무즈 파병 반대' 22%,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박세열 칼럼] 파병은 누구에게 이익이고, 누구에게 손해일까?

최근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에 관한 여론조사를 보면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의 4개 여론조사 기관이 공동으로 실시해 10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를 보면 찬성이 35%, 반대가 45%다. 질문은 두 문장을 병렬로 나열했다. "최근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등을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첫번째 문장은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팩트', 두번째 문장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에 대한 질문이다. 파병이란 말은 해석의 여지가 없다. 무장한 한국군 병사를 전투가 벌어지는 공간인 호르무즈 해협에 보낸다는 의미다. 아마 파병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상당수가 20대 청년 군인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 파병 찬성이 20대와 60대에서 40%를 넘겼다. 20대의 파병 찬성은 40%로 평균(36%)를 상회했고, 파병 반대는 고작 22%에 불과했다. (모름/무응답 37%)

반대로 파병 반대 여론은 20대를 제외하고 모든 연령에서 40%를 넘었다. 그중 40대와 50대는 50%를 넘겼다. 심지어 파병 찬성 42%를 기록한 60대 이상에서도 '파병 반대'는 42%로 동률이었다. 그러나 20대에서만 파병 반대가 22%를 기록했다. 가치판단을 하지 않은 37%의 침묵도 의미심장하다. 역시 파병에 '반대한다'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 '한국이 침략당했을 때 전선에 나가겠느냐'는 질문이 아니다. 그런건 일종의 '애국심' 테스트인데,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그 결이 다르다. 20대 파병 찬성 40%, 그리고 침묵을 택한 37%는 자신들의 이익을 배반하고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과거엔 어땠을까. 23년 전에 유사한 논란이 있었다. 2023년 이라크 파병 당시 세대구도는 꽤 선명했다. 2003년 9월 MBC·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 파병은 전체적으로 찬성 42%, 반대 55%였는데, 20대와 30대에서는 파병 반대가 60%를 넘었다.

2004년 4월 이라크 추가 파병 관련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는 '추가파병 반대'가 53.3%, '찬성'이 40.2%였는데, 20대 70.7%가 추가파병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30대에서도 추가 파병 반대는 65.2%를 기록했다.

김선일 씨 피살 이후 파병 철회 논란이 불거진 2004년 7월에도 마찬가지였다. R&R 조사에서 파병 추진은 54.3%, 철회 36.7%로 찬반이 역전된 상황인데도, 20대는 48.4%가 파병 철회를 요구했다. 반대로 50대 이상은 파병 추진이 60.2%였다.

한국 뿐만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반전 여론'은 20대들이 주도해 왔다. 이들이 무조건 '반전'을 기치로 목소리를 낸 것도 아니다. 침략을 비판하는 것과 자국의 군사개입을 지지하는 것은 별개의 판단이라는 점,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남아 있는데 군사행동을 택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 제한된 국가이익을 위해 병사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만한 가치가 있는가 하는 점들이었다.

물론 시대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 당시 20대가 지금 40대, 50대다. '전쟁 반대'에 관한 기억이 남아 있다. 2004년의 20대는 1997년 외환위기, 2000년 남북정상회담, 2001년 9.11테러, 2002년 월드컵·효순미선 사건·촛불집회, 2003년 이라크전쟁과 세계적 반전운동을 겪었다. 당시 대학가에는 운동권 문화가 아직 상당히 남아 있었고, 민주노동당 같은 진보정당도 부상하고 있었다.

지금 20대의 정치적 경험은 다르다. 이들에게 국제정치를 보는 관념은 23년 전 9.11 테러와 이라크 전쟁과 다르다. 북한의 핵문제, 중국의 군사적 굴기, G2(미중) 경쟁으로 인한 상시적 동북아 안보 위기,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이스라엘의 중동전쟁, 글로벌 체인(공급망) 불안, 에너지 안보와 같은 사건들을 겪으며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이때문에 20대에게는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이 전쟁이 '한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동했을 것이라는 가설이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념적으로 보수화됐다기보다는 경제적으로 보수화됐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적인 주변 강국들에 대한 거부감이 이런 세계관 형성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비판하면서 같은 잣대를 미국에는 들이대지 않는다는 점을 보면 그렇다.

지금 20대는 수십년 전 한국 사람들에게 내재된 '반미 감정'을 겪어본 적이 없고, '한미 동맹'을 군사적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매우 타당한 선택으로 생각한다. 위험의 체감도 역시 다르다. 현대전은 베트남전처럼 대규모 징집병을 보내는 이미지가 아니다. 해외 작전의 경험이 있는 전문화된 군인들이 투입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씁쓸한 뒷맛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국익을 생각하는 방식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이를테면 경제적으로 우리가 원유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이란'이라는 나라와의 관계도 있다. 특정 국가와 적대 관계가 생기면 해외에 나간 한국인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특히 세대를 떠나 변하지 않는 사실은 전장에 나가는 주역이 결국 20대들이라는 점이다.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이스라엘이나 이라크 전장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10대 20대 청년들일 것이란 점에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이다.

파병에 따른 경제적 편익이 있다고 치자. 하지만 그것은 20대에게 특별히 귀속되는 이익이 아닐 확률이 높다. 반대로 군사적 위험은 젊은 세대에 상대적으로 집중될 수 있다. 파병으로부터 특별히 더 많은 물질적 이익을 얻는다고 보기 어렵고, 잠재적 인적 비용은 더 크게 부담할 수 있는 20대에서 오히려 파병 반대가 유독 낮게 나타났을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단편적인 여론조사 하나로 20대의 성향을 재단할 생각은 없다. 다만 파병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누구일지,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 누구일지 한번 생각해 볼만은 하다고 말하고 싶다.

▲2005년, 이라크 아르빌에 파병된 자이툰부대 1진 가운데 1제대 병력 300여명이 귀국, 경기도 광주 특전교육단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귀국신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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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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