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체포가 "사법 쿠데타", "법치 붕괴"라는 국민의힘

수사기관에 "민주당 부역자", 헌재에도 "편향·불공정"…도 넘은 비판

국민의힘 지도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두고 "사법 쿠데타", "명백한 법치농단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법원 등 윤 대통령 체포에 관여한 수사·사법기관들을 "민주당의 사병집단", "이재명 세력의 찬탈도구"로 규정하는가 하면 '야당 배후설'까지 주장했다.

특히 지도부는 헌법재판소를 향해서도 "편향적이고 불공정"하다는 주장을 펴 '탄핵 불복'을 시사하기도 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오전 국회 비상대책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2025년 1월 15일은 대한민국 법치주의 붕괴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공수처와 경찰은 스스로 거대 권력 민주당의 부역자가 되어 법치 붕괴의 선봉에 섰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절차 전반이 '불법행위'라는 대통령 측 입장을 여당의 대표가 재확인하고, 이에 관여한 수사·사법기관 전체를 '야당의 부역자'라고 비난한 것이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어 이번 체포영장 집행 과정을 두고 "이들은 조사 명목으로 55경비단장을 국수본으로 부른 뒤 자신들의 공문에 조잡하게 (수색) 허가문구를 붙인 쪽지를 붙이고 경비단장을 압박하여 강제로 직인을 받았다고 한다", "수사관들이 경비단장에게 도장을 받아 찍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스스로 절차를 완전히 무시한다면 어느 국민이 이들의 주장에 동의하고 수사결과를 납득하겠나"라며 "공수처는 사실상의 '사법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나 다름없다"고 맹비난했다. '친위 쿠데타'라는 비판을 듣고 있는 12.3 비상계엄 사태 주모자를 체포한 것이 '사법 쿠데타'라는 주장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권 비대위원장은 검사 출신이다.

권성동 원내대표 또한 "공수처가 불법적 영장을 들고 월권적으로 경찰을 동원하여 현직 대통령을 체포했다"며 "무너진 국격과 짓밟힌 법치 앞에서 참담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공수처가 오라를 받으라 하면 입닫고 무조건 받아야 하는 건가. 명백한 법치농단 행위"라고 강경 발언을 내놨다.

권 원내대표는 특히 "이 모든 사태의 배후엔 민주당이 있다. 이재명 세력은 국정혼란을 틈타 공수처와 경찰을 겁박하여 숙청의 도구로 악용했다"며 "민주당의 추악한 정치적 뒷거래를 통해 탄생한 공수처는 법치를 짓밟으며 대한민국의 수사기관이 아니라 민주당의 사병집단임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했다. 비상계엄 선포로 내란수괴 혐의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 수사과정에 '야당 배후설'을 제기한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어 "대한민국 공권력이 마치 나치 독일의 게슈타포, 소련의 비밀경찰인 KGB, 북한의 보위부처럼 이재명 세력의 찬탈도구로 전락한 것"이라며 "이제 민주당이 지목하고 수사기관이 '판사쇼핑'을 해서 맞춤형 영장만 받아오면 그 누구라도 체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는 "현직 대통령 불법체포는 범죄"라며 "반드시 불법체포의 진실과 그 배후를 밝혀내고 국민과 함께 대한민국의 법치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전날엔 오동운 공수처장과 우종수 국수본부장을 직권남용·불법체포감금죄·군사시설보호법위반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이 '불법감금'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불법'이라 규정하고 있는 공수처 수사권 및 체포영장 발부 논쟁은 수사·사법기관은 물론 검찰·법무행정 관련 법령 유권해석을 담당하는 법무부를 통해서도 '적법절차'임이 이미 규정된 바 있다.

김석우 법무장관 권한대행(법무차관)은 지난 10일 국회 법사위 현안질의 답변에서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서 발부받은 이상 집행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기본적으로 체포영장을 청구해서 발부받은 이상, 그 영장 자체는 적법한 것으로 법원에서 판단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 겸임)도 지난 7일 국회 법사위 현안질의 답변에서 윤 대통령령과 국민의힘 측 입장을 두고 "적법하게 절차를 따라 이루어진 재판에 대해서는 일단은 그것을 존중하고, 그에 대한 다툼은 절차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우리 법치주의의 핵심"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1차 영장 당시 형사소송법 제110조·111조의 '적용예외'를 영장에 명시한 법원이 이번 2차 영장에는 그러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영장집행의 불법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애초 '인물 체포'의 경우 해당 형소법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수사기관 측의 본래 입장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윤 대통령 측의 이의신청이 법원에 의해 이미 기각된 상황에 법리 해석에 대한 이견을 절차 바깥의 방식으로 주장하며 적법절차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강변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천 처장은 지난 9일 국회의 본회의 현안질의 답변에서 이에 대해 "원칙이 준수돼야 법치주의가 존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저희들이 심각하게 하고 있다"며 "(영장에 이견이 있다면) 법이 마련한 항고소송을 통해서 다투는 것이 법치주의를 준수하는 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이어 10일 법사위 답변에서도 재차 "정당한 이유 없는 저항은 공무집행방해 등 범죄를 구성할 수 있다"며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에 대해서는 집행에 협조하는 것이 국민의 의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주체인 헌법재판소를 향해서도 "이재명 세력이 무차별적으로 탄핵안을 남발해온 데는 헌재의 편향적이고 불공정한 늑장 심판에도 원인이 있다", "(국무위원 탄핵 늑장 심판으로) 헌재가 민주당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등 야당 배후설을 시사했다.

권 원내대표는 특히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헌재의 판결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대통령 탄핵심판은 민주당이 바라는대로 토끼 뛰듯이 처리하고, 한 권한대행을 포함한 다른 탄핵심판은 민주당이 원하는대로 거북이 걷듯이 처리하겠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헌재가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탄핵심판 일정을 대통령 탄핵처럼 공개하지 않는다면, 다시 한번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헌재에 강력히 항의하고 이를 문제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헌재의 공정성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사실상 탄핵심판에 대한 불복의지를 내비친 것으로도 읽힐 수 있는 발언이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의 직후 질의응답에서 이 같은 지적이 나오자 "대통령 탄핵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기관장들에 대한 것들도 빨리빨리 언제할 건지 일정이라도 좀 밝혀주기 바란다는 취지"라며 "불복이나 이런 취지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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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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