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와 보니까 오세훈 시장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한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9일 당 행사인 '6.1 지방선거 당선자 워크숍'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며 곁들인 농담이다. 권 원내대표는 "서울시에서 이렇게 대승 거둔 게 언젠지 기억도 안 난다"며 "오세훈 효과가 컸다"고 오 시장을 치켜세웠다.
이날 워크숍에서 특강을 맡은 오 시장은 실제로 대선·총선을 시야에 넣고 보수 정치의 가치를 강조하는 등 정치적 비전을 선보였다.
오 시장은 특강에서 "오만과 편견에서 벗어나 겸손하게 공정과 상식을 되찾아 약자와 동행할 때 비로소 다음 총선·대선도 길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약자와의 동행'은 김종인 비대위원장 시절 국민의힘의 슬로건이다.
오 시장은 "우리는 더이상 기득권 정당이나 부자 정당이 돼선 안 된다"며 "그게 대한민국과 보수정당을 위한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 더 나아가 "보수를 보수한다"며 "'노력해', '좀 더 해' 이런 말을 하는 아버지와 '그래. 저번 달에 비해서는 성적 올랐어. 잘 했어', '지금처럼만 해' 다독이는 어머니가 함께 역할을 할 때 가정이 건강해진다. 그런데 우리는 그 동안 보수정당을 자처하면서 아버지 마음으로만 국민을 대했다"며 자신만의 정치 철학을 설파했다.
그는 "(그간 보수정당은) '국가는 더 발전해야 한다', '안보가 중요하다', '산업 발달 더 노력해야 하고 근면성실하고 더 경쟁해야 한다'(고 했으나), 국민들은 듣기 싫은 거다. 같은 정책을 이야기해도 어머니의 언어로 이야기하자"면서 "어머니 마음 정당이 되면 다음에 또 집권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이런 그의 비유에 대해서는 '엄한 아버지', '자애로운 어머니'라는 성 역할 고정관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 강화시켰다는 점에서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약자 동행'의 구체적 전략에 대해서는 "과연 기본소득을 똑같이 나누는 소득으로 빈부격차가 해소될 수 있나. 불가능하다"고 민주당 등 진보진영의 '기본소득론'을 견제하면서 "가난할수록 많이 후하게 혜택을 드리는 게 방법"이라고 선별 복지론을 주장했다.
그는 11년 전 자신의 시장직 사퇴 이유가 됐던 무상급식 주민투표 사태를 언급하면서 "제가 무상급식에 끝까지 저항한 이유는, 당시 복지는 서울형 그물망이라고 해서 취약계층·장애인·여성·어르신·청소년·저소득층을 종류별로 나누고 분야도 주거·일자리·건강·급여·교육·보육으로 나눠 촘촘하게 그물망을 짰는데 일관된 원칙이 하후상박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무상급식이 튀어나왔고 저는 포퓰리즘의 시작을 봤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그대로 가면 이제 겨우 완성한 하후상박 복지 체계가 깨진다고 보고 경악했다"며 "'아, 이제 시작일 텐데, 민주당은 계속 그리로 갈 텐데 막아야 겠다'(고 생각했던) 그것이 불행의 역사의 시작이었다"고 부연했다.
한편 오 시장은 이날 특강에서 보수진영의 기존 리더들과 차별화된 인식을 보이기도 했다. 오 시장은 이날 "로봇에 과세하자, 좀 황당한 이야기"라면서도 "빌 게이츠가 로봇세를 제안했는데 저 사람이 바보라서 세금 매기자고 할까. 다 생각이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본소득을 주장한 일론 머스크 등과 함께 빌 게이츠를 "혜안, 인사이트(통찰)가 있는 사람들"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 연말 대선후보 시절 윤석열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해 '로봇세 도입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한 것과 대비됐다.
또 '약자 동행'의 사례로 자신이 시장 재임기간 중 추진한 "여행, 여성행복 프로젝트"를 든 오 시장은 "서울시 모든 행정을 여성의 시각으로 바꾸라(는 사업을 했다)"며 "왜 대형 건물에 가면 (여성) 전용 주차 코너가 있느냐. 대형마트 같은 곳은 그렇지 않지만, 한적한 곳은 여자는 10미터 20미터만 가면 그 순간 불안하다. 그래서 주차구역이 생겼는데 (왜 있는지) 의아해 하는 분이 아직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작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국경제>와 한 인터뷰에서 "(여성이 밤길을) 걷기 싫은 이유가 여성이 안전하지 않은 보행 환경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이라고 주장해 도마에 올랐고, 이후에도 여성 차별 현실을 부정하며 일부 청년 남성 유권자들의 주장에만 호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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