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尹정부 인사에 쓴소리 "나같으면 정호영 선택 안했다

오세훈 "대통령실 이전, 尹에 '지나치게 빨라' 우려 전달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인 오세훈 시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집무실 이전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갖고 있었다며 이를 당선인 시절 윤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국무회의 참석 대상인 여당 소속 현직 서울시장의 말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오 시장은 1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에서 "(집무실) 이전은 바람직하다. 다만 과정·절차가 지나치게 빨리 진행된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고, 그런 제 판단을 당선인께 직접 전달했다"고 털어놨다.

오 시장은 "(윤 당시 당선인에게) 직접 만나뵙기를 청하고 인수위에 들어가 '서두르시는 감이 있다', '세간 여론이 천천히 하는 게 좋다고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저하고 말씀하실 때는 굉장히 수용하는 분위기였다"고 당시 대화 분위기를 전했다.

오 시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윤 당선인에게) '어려운 말씀을 드리러 왔다. 시중에 우려가 있다'고 하니, (윤 당선인이) 선선히 '저도 오늘 용산 다녀왔는데 서둘러 들어가면 문제가 있기는 있겠더라'고 동의하시더라. 할 말을 잔뜩 준비해 갔는데 머쓱해서, 속으로 '김병준·김한길 위원장이 천천히 하자고 건의해서 수용이 됐구나' 생각했다"며 "그래서 그 미팅을 마치고 나올 때 저는 (급하게) 안 가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났다"고 했다.

오 시장은 "그 다음에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 알 길이 없는데, 다음날 11시 발표를 보고 '아마 늦추면 못 간다고 판단했구나' 받아들였다"며 "어쨌든 옮겼으면 안착할 수 있게 도와드리는 게 도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오 시장은 집무실 이전에 대해 "장점도 분명히 있다. 용산공원 반환 타임 스케줄이 굉장히 루즈했는데, 가시권 안에 들어오는 효과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교통·개발에 악재라는 지적에 대해선 "도시계획적 제한은 이미 거기서 700미터 떨어진 38층 주상복합 2동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완전히 (우려가) 불식됐다"고 반박하며 "교통 역시 입증돼 가고 있다. 조만간 한남동 공관으로 거처을 옮기면 경호상으로도 문제가 없고, 약간 교통 통제를 하더라도 시민 불편이 치명적으로 큰 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尹정부 인사에 쓴소리…"나같으면 정호영 선택 안 했을 것"

오 시장은 윤석열 정부 내각·비서실 인사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오 시장은 "전체적으로 인선이 지역별·성별 안배를 하는 기존 정치권 공식에 비해 파격이라는 평가가 있는 것을 잘 안다"며 "가급적이면 성별이나 지역을 안배하는 정치권 관행이 지켜지면 저는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관행이 만들어진 건 다 이유가 있다. 이유 없이 만들어진 관행은 없다"며 "그런 관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 임명된 장관들이 어떤 성과를 내는지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한 6개월, 1년 일하는 모습을 보고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다만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저는 생각을 좀 달리 한다"고 말한 부분은 눈길을 끌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제가 복지부 장관을 인선한다고 하면 복지에 대한 열정 이 넘쳐나고 저소득층·취약계층 배려 정책에 평소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정책이 잘 정리된 복지 전문가를 선택했을 것 같다"며 "제 기준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복지부 장관으로 기대가 큰 후보는 아니다", "저 같으면 그 분을 선택 안 했을 것 같다"고 했다.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이 분이 언론에 한 말을 보고 개인적으로 그 분이 굉장히 좋아졌다. '법과 상식에 맞춰 진영과 무관하게 나쁜 놈 잘 잡으면 된다', 업의 본질을 저렇게 쉽게 대중에 전달하는 능력이 있고 진심이 느껴졌다"며 다만 "세간의 여론 중에 그 분에게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분이 많은데, 그런 의미부여 자체가 장관직 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 후보자의 향후 정치 도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그의 정치적 자질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한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차기 대선 도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데, 오 시장은 보수진영 내 차기 대선주자 중 수위를 달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 시장은 자신의 대권 장도에 대해서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정책도 더 시행착오를 통해 다듬어야 하고 품성도 아직 멀었다. 아직 감정적으로 흔들릴 때가 자주 있다"고 말을 아끼며 "서울시장 5선 도전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 시장은 '시민단체 폄훼' 논란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경 발언을 이어가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지금 시민단체를 자처하며 '오세훈이 민관 협치를 파괴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은 그게 직업이다. 시민단체 출신인 건 맞지만 시민단체가 아니다"라며 "서울시 보조금 없이는 한 달도 지탱 못 하는단체는 시민단체가 아닌 관변단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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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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