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 씨의 원청 사용자였던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원하청 관계자 중 실형을 받은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선고가 끝난 뒤 방청석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항의가 터져 나왔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2단독 박상권 판사는 10일 1심 선고공판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사장에게 무죄를, 하청 사용자였던 백남호 전 한국발전기술 사장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한국서부발전 관계자 7명에게는 금고 6월에서 1년 6월 혹은 징역 1년이 선고됐고 모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한국발전기술 관계자 5명 중 3명에게는 금고 10월 혹은 징역 1년 6월이 선고됐고 이들의 형 집행도 2년 유예됐다. 다른 2명은 700만 원 벌금형을 받았다.
한국서부발전 법인에는 벌금 1000만 원, 한국발전기술 법인에는 벌금 1500만 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김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에 대해 "(김용균 씨가 일한) 컨베이어 벨트의 구조와 위험성, 위탁용역계약상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고의로 방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른 피고인에 대한 유죄 판결 근거로는 컨베이어 벨트의 위험성을 고려한 방호조치를 하지 않은 점, 2인 1조로 컨베이어벨트 점검 작업을 하게 하지 않고 김 씨 홀로 하게 한 점, 점검 작업 시 컨베이어 벨트의 운전을 중지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양형 이유를 밝히며 재판부는 "한국서부발전은 한국발전기술 근로자들의 요구가 있으면 그제야 안전 조치를 검토했고, 시간이나 예산을 이유로 실제 개선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며 "한국발전기술은 설비 개선이나 인원보강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근로자들에게 위험 작업을 단독으로 하게 한 데 대해 1차적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관계 법령과 회사 내부에 마련된 각종 절차와 지침서를 그대로 따랐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싦무자들은 절차나 지침서에 반하는 작업이 눈앞에서 벌어져도 방치했고, 결정권자들은 이를 미뤄 짐작할 수 있음에도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했다.
양형 참작 이유로는 피고인들이 발전소 안전을 위해 다른 측면에서 노력했다는 점,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피고인들의 각종 위반 행위가 결합해 사고가 났다는 점, 피고인들이 초범이거나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받은 적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선고가 끝난 뒤 방청석에서는 "어떻게 사람을 죽인 걸 인정하면서 실형이 한 명도 없을 수가 있냐”는 항의가 터져 나왔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도 방청석 앞으로 가 "아들이 죽었는데 감옥 가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왜 이 재판을 연 거냐”며 "차라리 저를 감옥에 가둬라.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는데 어떻게 사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는 고 김태규 건설노동자 누나 김도현 씨, 고 정순규 건설노동자 아들 정석채 씨, 고 문중원 한국마사회 기수 부인 오은주 씨,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 씨 등 산재유족들도 참관했다.
이들은 김병숙 전 사장에게 무죄가 선고될 때 탄식하기도 하고, 재판이 끝난 뒤 김미숙 대표에게 다가가 위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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